“여기 계신 교직원 여러분들 가운데 지금 호명하는 분들만 남고 나머지는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세요!”이번 성울사이버대학 인수인계 과정에서 가장 헌신했던 일등공신, 교수들과 직원 일부가 남았다. 불길한 공기가 비서실장 눈빛에서 예리하게 칼질해댔다.“검찰에서 교육부로 통보된 ‘성울대.... 허위날조에 대한 집단 인사조치 공문’입니다. 여기 남아 있는 여러분! 모두 해임입니다. 내일부터 출근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직서는 쓰든말든 자유이지만 총무처에 제출한 사람들에게만 그동안 3개월 밀린 급여를 지급합니다.”어어어? 기한유 교수가 먼저
기한유 교무처장이 기획을 하고, 육시할 교무과장은 행동대장으로 붉은 띠를 메고 복도로 나가 으쌰! 으쌰!를 선동했다. 이미 칠칠이의 남안산신문 사장 등 늑대 떼들이 성삼몽 이사장을 에워싸고 집중 공격하고 있었다.수지빨은 뒤에서 모른 척 하며 슬슬 기름이나 뿌려주면 된다. 기한유는 수지빨도 만났다. 출세를 하려면 결정적인 안타를 확실하게 날려야한다. 의리고 나발이고 무슨 개떡이냐? 무슨 극락이고 지옥이고 지랄들이냐?신분상승에는 수지빨 같은 대사기꾼이 위대한 우상일 뿐이다. 유비도 결국 관우와 제갈량에게 놀아난 꼴이다. 선善이란 이 세
이들 칠점사 교수 배신자들만 장난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상적인 디지털 대학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넘어갔다. 몇 달 전 육시할 교수들이 병문안 왔을 때 놈들은 성삼몽 머리 맡에 숨겨둔 극비서류를 훔쳐갔던 것이다. ‘문학박사’ 라며 설레발치며 떠들고 행패를 부릴 때, 아내는 막내아들 급보를 받고 서둘러 나간 것이다.그때 육시할 일당은 성울사이버대학 대차대조표 등 최근 교육부에 보낸 ‘학교정상화 방안’ 등 극비문건 등이다. 이들은 이것을 역이용하여 교육부와 검찰 등에 허위 조작문서이며 전혀 실천 가능성이 없는 기획이라며 또 투서
불이 났다. 용인 사기막골 근처의 쌩쥐 처삼간 줄공장이 새카맣게 타버렸다. 그 줄은 일반 끈줄이 아니고 특수하게 제작하는 줄이어서 피아노 줄 같은 한 개의 줄이 트럭 열대도 공중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초강력 고래심줄 같은 것을 만드는 특수업종 공장이다.쌩쥐는 특허까지 내어 주로 일본 등에 줄 수출을 한다. 이삿짐센터 트럭 끈에서부터 부산항 콘테이너 박스 끈까지 제품도 다양하다. 잘 나가는 중소기업 사장이기도 한 그는 오전에는 줄 공장에 오후에는 성울대학 기획실장실 흔들의자에서 난장거리는 것이다.멧돼지 하근육 총무처장도 그 줄공장의
거의 한달반만에 퇴원이다. 성삼몽 아내가 침대 밑에 쌓여 있던 헌옷 등을 꺼내며 준비하고 있었다. 뜬금없이 병실 밖이 소란스럽다 했더니 한 떼거리 낯선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성삼몽 침대를 단박 뒤집어 엎었다. 그의 코와 양쪽 팔뚝에 아직 꽂혀 있던 링거병들이 박살났다. 그 난리에 링거병 주사바늘이 얼굴 등 여기저기 박혔다.환자들이 몰려들어 뜯어말리자 그들 침대도 엎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이닥쳤지만 그들은 복도 중앙의 간호사실로 몰려가 유리창을 링거 기둥으로 깨버렸다. 기획된 난동이다. 그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야, 성삼몽 이
진동 옆 마산 무학산 산기슭에는 큰아버지도 누워 계신다. 이북 함흥이 고향이신 큰아버지는 남한에 있는 친동생인 성삼몽 아버지를 찾아 6.25 흥남철수 작전 때 묻어서 내려왔다. 거제 포로수용소를 거쳐 결국 군산에서 목수일을 하고 있던 아버지를 찾아 만난 것이다. 지금 성삼몽의 아버지가 누워 계신 구파발 오금리 뒷산에도 뻐꾸기 울음소리가 귀기스럽다.뻐꾸기는 배신자다. 녀석은 딱새집에 자기 알을 슬쩍 깐다. 딱새는 순진하게 자기 새끼 알과 함께 뻐꾸기 알도 품는다. 그러나, 딱새 알보다 뻐꾸기 알이 먼저 알을 깨고 나온다. 먼저 깬 뻐
그때쯤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군사독재이어서 전국의 대학가는 매일 데모로 혼란스러웠다. 군사정권은 전국의 흉악한 조폭들과 영등포 홍등가 등 여인들을 반강제로 잡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땅을 일정하게 배분하여 주었다.그 개척지역이 새만금 뻘밭 등이었다. 거기서 스스로 개척하여 살도록 당과 집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전국 대학의 4H 클럽 동아리들이 이들에게 배분해 준 땅에 대한 과학적 영농방식과 노동력 지원에 참여한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하나이다. 성삼몽은 쌩쥐와 격
퍽! 눈알이 튀어 나가는 것 같다. 또 퍽! 어, 이번은 뒤통수인가, 아찔하다. 쓰고 있던 안경이 공중으로 붕 떴다. 성삼몽은 두 눈을 감싸고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머리통이 골프채에 튕겼다. 아니 이게 아닌데, 그는 옆으로 잽싸게 돌면서 벌떡 일어났다. 쌩쥐는 다시 골프채를 높이 쳐들고 무자비하게 휘둘렀다.성삼몽의 왼쪽 눈에 핏물인지 눈물인지 끈적하게 흘렀다. 한손으로 골프채를 잡은 채 얼굴을 쓸어보았다. 검붉은 피가 손가락 사이로 굵게 흘렀다. 어딘가 피부 깊이 찢어진 검은색이다.“야, 쌩쥐야, 오늘은 요 정도로 끝내고 또 손
요 사장년은 갱년기가 한참 넘었는데도 섹 이라면 개씹이라도 짐승같이 덤빈다. 변강쇠 애인 옹녀 같이 씩씩거리는 화냥년이다. 그 잡년은 천호동 천호건설회사를 운영하는데 치마 두른 남자같이 옷을 벗으면 여자 레슬링 선수 같은 북극곰 몸집이다.샤워장에서 나온 사장년은 북극곰 거대한 몸체에서 모락모락 허연 김과 함께 행수 냄새까지 내뿜었다.“오빠앙! 혼자만 킬킬대지 말고 나두 좀 보장, 꼭 요 자세로 내 사랑의 뒷구멍 청소도 좀 혀봐.”배신자 새끼가 뜬금없이 오빠앙! 으로 돌변했다. 과천 경마장 실내 보조훈련장에서 여승과 수말이 서서 헐레
법망을 잘 이용하는 것도 민주주의이다. 더구나 지금은 기한유 손아귀 속에 숨죽이고 있는 성삼몽 총장이다. 기 교수는 초대 교무처장으로서 교수와 직원도 직접 뽑았다. 성 총장이 모든 것을 믿고 그에게 전권을 맡긴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발령장을 쥐자마자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쿠데타 계엄사령관이 되어 이제는 역으로 성 총장의 목숨을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M전문대 학부모들 뿐 아니라 학기 초부터 날아든 광화문약국 정 원장의 극한투서도 그냥 이젠 휴지 쪽에 불과하다. 기한유는 애꾸눈 그 약국친구 때문에 사기횡령 죄목 등으로 영등포 구치소에서
안양 교도소!! 그 음습하고 섬뜩한 원한들은 복수의 원액이 되어 땅속에 깊이깊이 배어드는 것 같다. 기한유 교수는 구치소 앞길을 지날 때마다 예감이 좋지 않다. 또 잡혀와 들어가는 기 아이가? 옆구리에 송곳 끝이 찔리는 추억들이 묻어나온다. 끈적끈적 달라붙는 원한의 피 튀김 때문에 일부러 이쪽 길을 피하고 뺑 둘러 다닌다.배신과 보복, 사기와 원한, 공갈과 협박범 등 인간 쓰레기장이다. 하지만 그런 기 교수의 빛나는 전과前科와 미투 내막을 모르는 요 개똥녀 교수는 굳이 이 길만 고집한다. 성울사이버대학으로 직행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
수지빨은 뽀빠이 담배를 뺨이 홀쪽하도록 빨아대며 YTN 뉴스를 턱으로 가리켰다. 좁은 방 한쪽 벽면 대형화면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박지원의 손목을 잡고 형제같이 당당하게 걸어나왔다. 대형화면이어서 수지빨의 식탁 위로 올라오는 것 같다. 오늘의 위대한 공갈협박 행사에 대해서 그가 기한유 교수 등 유공자들에게 회식자리를 마련한 것이다.“야, 박사에다가 교수님덜, 청와대가 벌써부터 저렇게 강골로 나오면 사학들은 대관절 어캐 하자는 기야?”“거 뻔한 수작이랑께, 전국 사학재단 이사에 전교조 출신들 몇 명씩 끼워 넣어보자앙, 이거라께네. 그러
순대국밥 식당을 지나 4층으로 올라갔다. 사이버대학이라 운동장이 없고 일반건물 속에 있다. 인터넷 강의라 강의실보다 스튜디오가 더 중요하다. 대학본부는 4층에 교수연구실과 일반 교무 행정실 등은 3층에 있다. 4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이사장실로 들어가려는데 복도 옆 유리창에는 안산 00신문사 깃발이 비춰 보인다.안 보려고 해도 유리창에 제일 먼저 반사되어 나오는 깃발이다. 일개 지방 신문사에 무슨 깃발인지 그 멧돼지 사장은 신문사 간판 이름도 유리창에 꽉 차게 사방에 붙여놓았다, 이 학교를 강탈해가는 총 기획은 이 깃발 속에서 나오
국민투데이가 새해 신축년(辛丑年)을 맞아 지면섹션 단행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들을 준비했습니다. 본 기획물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며 실제로 피해를 본 당사자의 참여로 좀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함께 해주시는 애독자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바랍니다.[편집자 주]장편연재를 시작하며(신상성 소설가.용인대)동아일보 신춘문예(1979) 소설 ’회귀선‘이 당선된 이후, 장편으로는 이번 [사기꾼들]이 두 번째이다. 본 작가는 실제 모 사이버대학을 설립했지만 절친들에게 사기 당했다. 수십억 재산도 날리고 수 년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