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음주사격·갑질’에도 대령 진급…군의관에 애완견 치료까지

  • 김여화 기자 010@kukmini.com
  • 입력 2017.10.18 09:21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음주 사격' 중령, 솜방망이 처벌에 이달 초 대령 진급... "아들 축구골대 제작·군의관에게 애완견 치료 등 갑질"

규정을 위반한 '음주사격'에 안하무인 '갑질'까지 드러난 군 지휘관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오히려 영전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징계권자의 석연치 않은 '제 식구 감싸기' 덕분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밤중 회식을 마치고 초소에 들이닥쳐 실탄 사격을 하고도 감봉만 당한 채 대령으로 진급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산 노모 중령의 얘기다.

18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국방부 등에서 확인한 바로는, 지난 6월 노 중령은 술을 마시고 자신이 지휘하는 인천 영종도 해안 초소를 갑자기 방문, 초병에게 소총을 달라고 해 바위를 향해 실탄 3발을 사격했다.

노 중령은 초병에게 방탄모를 벗어 소총 옆으로 튀는 탄피를 받으라고 시켰다. 부하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 아들을 포함한 가족을 위해선, 심지어 '애완견'을 위해선 정성을 다했다. 부대원들을 통한 이른바 '갑질'을 통해서다.

부대 부사관에게 본인 아들을 위한 관사 내 축구 골대 제작과 가족들이 사용하는 골프연습장의 보수작업을 지시하였고, 또 다른 부사관에게는 재료비도 주지 않고 관사에서 사용할 선반, 테이블, 의자 등의 가구 제작을 지시했다.

운전병을 사복으로 갈아입히고 관용차로 가족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군의관에게 장염에 걸린 애완견의 치료를 지시하여 철저한 위생이 요구되는 군 의무대에 6일간 입원시키고 진료침대에서 비타민제를 포함한 수액을 처방받게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사적 지시와 갑질을 자행했다.

■ 법무관 "'파면~해임' 중징계 하라 " VS 징계위 "감봉 3개월"

노 대령의 비행을 신고받은 국방부 감사관실은 당시 수도군단장인 김모 중장에게 노 대령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통상 비행의 정도가 이처럼 심한 경우 즉각적인 보직 해임조치가 되는데, 노 대령의 경우 징계위원회의 결과가 나온 이후 보직 해임 조치가 되었다.

징계처분 전에 보직 해임 조치가 되었다면 노 대령은 소속 군단보다 상급 부대인 3군사령부에서 징계처분을 받았을 테지만 보직 해임이 지연되면서 군단에서 중징계를 피할 수 있었다.

수도군단 인사 관계자는 당시 을지프리덤가디언(UFG)훈련 준비로 군단 전체가 정신없이 바빴고 지휘관 인사 문제라 신중하게 처리하려다 보니 조치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징계위원회에서는 법무관이 △피해자가 다수이고 △의료용품 등 국가 재산이 사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음주 후 초병의 개인화기를 이용하여 사격을 한 점과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이후 음주사격 당시 있었던 초병을 따로 불러 사실을 왜곡하려고 한 정황 등을 고려했을 때 비행 정도가 심각하기 때문에 ‘파면~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묵살 당했다.

징계위원들은 오히려 노대령이 격려차 회식에 참석하고 경계 순찰을 한 것과 부대원들이 자발적으로 가구를 만들어주고, 군의관 역시 자발적으로 애완견을 치료해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엉뚱한 참작 사유를 내놓았다. 이러한 배경으로 결국 노 대령의 징계는 감봉 3개월로 의결되었다.

이에 3군사령관과 군단 법무참모가 김 군단장에게 “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김 군단장은 징계위원회의 의결대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3군사령관은 김 군단장의 상급 지휘관이었으나 육군사관학교 한 기수 후배이기도 했다.

노 대령은 지난달 육군본부에 새 보직을 받은데 이어 이달 초 예정대로 대령으로 진급했다. 감봉 등의 경징계는 군인사법상 진급 탈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철희 의원은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음주사격 사건 발생부터 경징계와 진급까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징계권자의 이러한 제 식구 감싸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국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