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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금감원 길들이려 불법까지 저지르나

  • 강대학 기자 010@kukmini.com
  • 입력 2018.12.19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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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선의원
추혜선의원

오늘(19일) 금융위원회가 2019년도 금융감독원 예산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그런데 예산안 작성의 근거가 되는 「2019년도 금융감독원 예산지침」(이하 ‘예산지침’)자체가 금감원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고 심지어 불법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금융위 산하 분담금관리위원회가 마련한 예산지침에는 모든 항목에 대해 세부 비목까지 편성지침이 담겨있다. 복리후생비?여비교통비는 물론 임금의 각 항목과 평가상여금 지급률 등에 대해 금융위가 결정하고 통제하려는 것이다. 예산뿐만 아니라 휴가?휴직제도 등 인사?조직에 관한 사항까지 결정하고, 임원들에 대한 보수 결정권을 금융위로 이관하도록 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근로기준법 등 현행법을 위반하도록 유도해 금융위가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직급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지급 금지, 퇴직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의 정의를 법령에 위배되는 자의적 내용으로 변경, 임금?복리후생 등 처우에 관해 일방적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불법적인 내용을 다수 담고 있다.
 
예산지침과 예산안 수립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실무자가 금감원 국장들을 소환해 세부 비목까지 설명하도록 하고 금감원 노조 등 구성원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 등 그 절차에서도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금융위의 태도가 지속적으로 드러났다.
 
금융위가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은 예산을 통한 ‘금감원 길들이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두 기관 간의 다툼을 넘어 금융감독기구의 정치적 독립성?자율성이라는 중요한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최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문제, 케이뱅크 특혜인가 의혹 해명, 키코(KILO) 사건 재조사 등을 두고 금융위원회과 금융감독원은 크고 작은 충돌과 입장차를 보여 왔다. 이는 금감원이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해야 하는 기구라는 점에서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금융위가 이를 이유로 금감원의 손발을 묶으려 한다면 금융당국 스스로가 금융감독의 독립성이라는 대원칙을 어기는 것이다.
 
금감원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운영과 재정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통합감독기구를 설립하라는 IMF의 권고에 따라 설립됐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 등 국제감독기구들도 모두 금융감독기구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행정부와 의회로부터 독립, 예산의 독립,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적절한 예산편성과 자원 등을 꼽고 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이 아닌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설립되고 정부 예산이 아닌 별도의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감독의 독립성 훼손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도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과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발생한 대표적 사건들이다.
 
금융위는 불법적인 예산지침을 철회하고 예산을 빌미로 하는 인사?조직에 대한 개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금융위의 금감원 길들이기는 금융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의 독립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따라서 청와대가 직접 나서 금융위의 행태에 제동을 걸고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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