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과 꼰데와 틀딱충
나쁜 놈과 꼰데와 틀딱충
  • 최태호 의 한국어 학
  • 승인 2019.01.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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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과 꼰데와 틀딱충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신년 초에 쓰는 글의 제목치고는 좀 어색하다. 한국인이 가장 잘 하는 것이 한국어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순 한국어로 강의하면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다. 때로는 한국어가 아닌 것을 한국어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엊그제가 청년 시절이었는데 어느 순간에 예순을 넘어선 오래 된 사람(?) 대열에 접어들었다. 연구실을 제 집 드나들 듯 하던 아이들도 어느 순간부터 잘 안 들어오고 어려워하기 시작하였다. 30~40대의 젊은 강사들과는 친한데, 60대 교수는 어려운가 보다. 아무리 큰아버지처럼 대해 주어도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오히려 유학 온 아이들이 자주 연구실에 들어온다. 물론 비자나 아르바이트 등의 문제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지만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들어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나쁜 놈이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계림유사>라는 책을 보면 高曰 那奔(높다는 말은 한글로 나쁜이다.)”이라 했다. ‘나쁜 놈은 관직이 높은 사람을 말한다. 즉 벼슬이 높아서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근자에 와서는 악한 사람의 의미로 바뀌었을까? 벼슬이 높은 사람들은 일반인들에게 좋지 않은 행실을 많이 했다. 세금을 지나치게 걷고, 악한 행실로 백성을 힘들게 했다. 그러므로 벼슬이 높은 사람이라는 뜻의 나쁜 놈이 현대에 와서는 악한 사람으로 의미가 전성된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꼰데라는 말이 있다. 필자가 학교에 다닐 때 친구들이 담임 교사를 꼰데라고 많이 불렀다.(필자는 선친이 교사라 그렇게 부를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나를 괴롭히는 사람정도로 알고 사용했는데, 사실 그 뜻은 백작’(conde)이라는 스페인 말이다. 스페인에서도 높은 분들이 얼마나 백성들을 힘들게 했으면 우리나라에서 나쁜 놈과 같은 뜻으로 쓰였을까? 아마 세계적으로 비슷한 경향이 아닌가 한다. 관직에 있는 사람들은 백성을 힘들게 하고, 그러다 보니 원래는 좋은 뜻이었던 나쁜 놈꼰데가 현대에 와서 악한 사람이나 나를 괴롭히는 사람으로 의미가 바뀌게 되었다.

 

반면에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로 틀딱충이라는 말이 있다. ‘틀니를 딱딱 거리는 늙은이(벌레)’라는 뜻으로 노인을 아주 비하하는 말이다. 세대 차이를 떠나 노인들을 우습게 아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언어 행태다. 잔소리가 많다고 하여 할매미라 부르고, 연금만 축낸다고 하여 연금충이라고도 한다. 언어를 통해 볼 때 세대 간의 격차가 어느 정도 심한지 알 수 있다. 슬픈 현실이다. 부모는 부모라는 이름만으로도 존경받아야 한다. 어른이라고 부르지는 못할망정 이라는 글자를 보태 비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언어생활은 그 사람의 행실을 대변한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고 언어는 생각의 그림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언어를 통해 표출한다. 그러므로 언어생활에 좀 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뜻을 모르고 사용하는 것과 뜻을 알면서 사용하는 것은 다르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나쁜 놈꼰데의 뜻을 잘 모르면서 과거의 언어로만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 반면에 틀딱충이나 한남충(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말)’ 등은 이미 잘 알고 있으면서 사용하는 어휘들이다.

 

 

실제로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나쁜 사람 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조용히 잘 늙어가는(?) 세대를 보고 이유 없이 벌레에 비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가 가장 잘 하는 것이 한국어지만 가장 잘못 사용하는 것도 한국어라는 것도 반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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