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의 말, 이제부터라도
사람 중심의 말, 이제부터라도
  • 이완형 스페셜 칼럼
  • 승인 2019.01.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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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이완형 문학박사] “신상이 나오셔서 연락드렸습니다.”, “대출금이 천만 원 나오시거든요.”, “택시가 오셨으니 타고 가세요.” 생소해 보이지만 요즘 자주 쓰이는 말들이다. 일상적인 말 같은데 뭐가 문제야

이완형 문학박사
이완형 문학박사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 세태와 맞물려 생각해본다면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싶다. 우리는 세계 역사상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인성교육진흥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유일한 나라인데, 강력사건에 청소년범죄까지 잔혹성이 더해지면서 좀처럼 줄지 않기 때문이다.

  말은 인격을 드러내는 태이자, 사상을 거르는 체라는 것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그 주체와 객체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존중과 비하가 심한 격차로 나타난다. 그런 만큼 말을 할 때는 신중하게 선택해서 해야 한다. 우리 속담에 유독 말에 대한 것이 많음은 그것을 반증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출처와 근본이 없는 말들을 수없이 만들어내면서 인명존중사상을 해치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우리말이 쓰기에 편리하고 뉘앙스의 깊이와 폭이 넓어 언어생성력이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영어가 우리말에서 파생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나온 것을 보면 그 우수성이 입증된 것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물질이 사람보다 존중되는 언어체계 속에서는 인성이 제대로 자리잡기 어렵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권위와 체면에 대한 비정상적인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나 중심의 언어체계가 급속도로 발전해왔다. 그래서 심지어는 존댓말하는 아이에게 “아들(딸) 존댓말하지마. 우리 사이가 멀어 보이잖아.”라고 말하는 것을 심심찮게 듣는다. 그렇게 되면서 점차 예절이 터를 잃어가자 급기야 기업체에서는 항공사예절담당 직원을 초빙해가며 사원예절교육을 시켜오기에 이르렀다. 손을 단전에 가지런히 하고 허리까지 깊이 숙이는 인사법은 이제 낯선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예절교육이 아니다 보니 어줍은 언어체계만 키워온 꼴이 되고 말았다.

  예전에 어떤 아버지가 딸에게 수도 없이 당부를 했다. 시집에 가거든 시부모님을 무조건 존중하고 잘 모셔야 한다고. 그것이 각인이 되었는지 시집간 딸이 논에서 돌아오는 시아버지 머리에 검불이 붙을 것을 보고 “아버님 대○님에 검불님이 붙으셨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이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황금만능주의니 물질지상주의니 그 어떤 물질존중사상도 인간존중보다 앞서서는 안 될 것이다.그것이 진정 사람 사는 사회일 것이고 청소년들에게 인성교육을 주입식으로 하지 않아도 저절로 본보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우리에게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말 한마디의 본보기가 아닐까. 그러니 이제라도 사람 중심의 언어습관을 길들여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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