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회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력과 통찰력
기술,사회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력과 통찰력
  • 김덕현 스폐샬 칼럼
  • 승인 2019.02.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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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현 교수
김덕현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세종사이버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인공지능(AI)과 ICBM으로 불리는 기술이다. 여기에서 ICBM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이 아니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 등 디지털 플랫폼 기술을 가리킨다. AI & ICBM은 초연결과 초지능의 특성을 가진 ‘지식정보사회’를 구현하는 핵심기술이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을 4:1로 이긴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때문에 일반대중들에게도 익숙해 진 AI는 컴퓨터에게 여러 가지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듣고, 읽게 해서 지식을 갖추도록 한 후, 문제를 주면 풀도록 만드는 소프트웨어(SW) 기술이다. AI는 50여 년 동안의 진화과정을 거쳐 이제 바둑같은 특정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을 능가할 정도의 실력을 갖게 되었고 의료, 마케팅, 법률, 제조 등 다양한 문제에 적용되고 있다. IoT는 요즘 많은 가정에서 쓰고 있는 AI 스피커처럼, 기기(즉, 사물)와 사람 간에, 또 기기와 기기 간에 음성이나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네스트(nest)’라는 장치는 주인의 지시(예: 에너지 비용 절감)를 받아 집안에 있는 여러 기기(예: 보일러, 조명기구, 가전제품)를 제어할 수 있다. 빅데이터는 기업 경우, 회사 내에 축적된 데이터와 인터넷에서 수집한 외부 자료를 합친 대량 데이터 속에서 과거에 잘 몰랐던 새로운 지식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모바일은 초고속-저지연 통신이 가능한 5G(5세대) 통신망, 휴대용 기기(예: 스마트폰, 태블릿), 그 위에서 작동되는 SNS(예: 카톡, 페이스북) 등을 포함하는 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의 의미나 핵심기술에 대해 아직까지도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AI & ICBM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 바이오기술(Bio-Tech: BT), 나노기술(Nano-Tech: NT) 등 신기술 발전에 따라 경제-사회에 이미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AI는 로봇과 함께 단순 반복작업(예: 사무행정직, 제조생산직)이나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전문직(예: 회계사, 변호사, 증권거래중개인)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아마존(Amazon)의 무인매장인 ‘아마존 고’는 현재 90명 정도 직원이 일하고 있는 1천 평쯤 되는 매장을 단 3~6명만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한다. 2009년에 창업한 우버(Uber)는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통해 불과 10년 만에 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3대 완성차 업체의 시장가치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시장가치(즉, 2018년 말에 $1,200억, 약 130조원)를 이룩했다. 창업 이래 180여 년 동안 끊임없는 혁신을 계속해 온 GE는 2000년대 이후 원자력, 항공기 엔진, 의료기기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2011년부터 SW 기반의 서비스 업체로 전환해 가고 있다. GE는 엔진이나 발전기에 센서를 달아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그 상태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가 최적의 시기에 꼭 필요한 정비를 해 주는 ‘원격(예지)정비’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2017년, 러시아의 한 회사는 3D 프린터로 하루 만에 11평 주택을 약 1,100만원(즉, 평당 100만원)을 들여서 건설했다고 한다. 3D 프린팅은 종이 위에 텍스트나 이미지를 출력하는 기존 2D(2차원) 프린터와는 달리 여러 가지 재료(예: 종이, 플라스틱, 유리, 세라믹, 금속)로 3차원 구조물을 찍어내는 장치를 말한다. 2001년에 $10만, 2014년에 $1천 하던 유전자 검사 비용은 2017년에는 $100로 떨어져서 서민들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위에서 소개한 여러 가지 변화를 단순히 신기술이 만들어 낸 변혁으로만 보고 접근한다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기술이 경제/사회 변화를 이끌기도 하지만, 경제/사회가 기술을 어떻게 수용(또는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술 변화의 방향이나 속도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과거 기술이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기술결정론’이나 사회가 기술 발전을 좌우한다는 ‘사회구성론’이 있었지만, 이제 양쪽이 서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지금 우리는 과거 100년 동안의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향후 10년 동안 겪게 될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기술과 사회, 사회와 기술 간의 바람직한 상호작용을 잘 이해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2010년대에 들어서서 급속히 발전한 신기술 즉, AI와 로봇,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터,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블록체인/비트코인, 나노소재(예: 그래핀), 유전공학(예: 유전자가위) 등은 인류에게 커다란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고 거꾸로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와 같은 기술을 기회로 활용해서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려면, 연구자, 개발자, 기업가, 정책수립가, 그리고 기술의 이용자/수혜자가 될 일반인 간의 긴밀한 협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 예로 2017년 1월, AI 연구자와 기업가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아실로마(Asilomar)에 모여서 인류에게 이로운 AI를 만들기 위한 23개의 ‘아실로마 AI 원칙’을 제정했다. 이 원칙 속에는 AI가 인류의 이상(예: 인간의 존엄성, 권리, 자유, 문화적 다양성 등)에 부합되고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개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 자율성을 가진 AI(예: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할 때는 특정 작업을 AI에게 위임할 것인지 여부와 위임하는 방법을 사람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 등이 규정되어 있다. 또한, 그와 같은 AI가 개발, 운영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저마다 감당해야 할 책임과 역할이 있겠지만,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공통적으로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갖는 일이다. 바꿔 말하자면, 기술자는 사회를, 나아가 인간을 이해하고, 사용자인 일반시민은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하면 소통할 수 있고, 이해하면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이해가 부족하기에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만 보게 되고 이해가 부족하기에 잘못된 해법을 동원하게 된다. 기술과 시장을 연결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기업가나 기술과 산업/경제, 사회의 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정책수립가는 조직/제도를 통해 그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통찰(insight)을 갖춰야 한다. 기업 전략이나 정부 정책의 성공 여부는 결국, 그와 같은 이해력과 통찰력이 좌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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