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술을 초마면으로 마셨다고?
어제 술을 초마면으로 마셨다고?
  • 최태호 스페셜 칼럼
  • 승인 2019.04.13 09: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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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해마다 3월 초부터 4월 초까지 학교는 정신없이 바쁘다.  특히 요즘은 외국에서 유학 온 아이들이 많아서 지도하기에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시간표 짜는 것부터 각 국의 문화에 따라 학생지도를 달리 해야 하기 때문에 상담하기도 버겁다. 불교적 성향이 강한 베트남, 이슬람교도가 대부분인 우즈베키스탄 학생 등등 함께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금년에도 이를 잘 어울리게 하기 위해서 MT라는 것을 갔다. 아이들은 즐겁지만 지도교수는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이다. 술 마시고 추운데 물에 들어가는 녀석이 있지 않을까(사실 필자가 대학 다닐 때 지금 모 중학교 교감으로 있는 친구는 산정호수에 들어 간 적이 있다), 

춥기는 한데 삼겹살은 잘 구워지지 않고, 그러다 보니 학생들과 건배하고 한 잔 하는 일이 먼저가 되기도 한다. 소주에 맥주를 섞어서 한 잔 하고, 이어서 무주에서 제일 좋다는 머루포도주를 펜션 주인이 하사(?)하여 또 한 잔 하고, 아이들끼리 소주를 마신다고 해서 소주 조금 마셨더니 바로 그분(?) 오셔서 시체놀이에 들어갔다. 이른바 짬뽕으로 마시면 왜 그런지 정신이 없어진다. 이렇게 마구 섞어서 마시는 것을 짬뽕이라고 한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 알 수는 없으나 '짬뽕'(チャンポン)이라는 말 자체가 '이것저것 뒤섞은 것(또는 상태)'이라는 일본어 속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짬뽕이라는 중국 요리 이름도 여기서 나온 것으로, 이런저런 재료를 섞어서 끓인 국수라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라고 한다. 필자가 일본어에는 능하지 못해서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인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짬뽕은 일본말에서 유래한 음식이라 표준어가 안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짬뽕’은 국립국어원에서도 ‘초마면(炒碼麵)’으로 부를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래서 또 사전을 찾아보았다. “짬뽕 : ① (<-일본어 champon) 중국요리의 하나. 국수에 각종 해물이나 야채를 섞어서 볶은 것에 돼지 뼈나 닭 뼈, 소 뼈를 우린 국물을 부어 만든다. ‘초마면’으로 순화”, “②서로 다른 것을 뒤섞음, ‘뒤섞기’”라고 순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짬뽕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사용해 왔고, 지금도 중국음식점에 가면 “짬뽕주세요.”라고 하지 누가 “초마면 주세요.”라고 하는가? 궁금해서 인터넷에 들어가 초마면이라고 입력해 봤더니 나오기는 하는데 변형된 짬뽕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흰색 초마면, 맵지 않은 초마면 등으로 우리가 흔히 중국식당에서 먹는 짬뽕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초마면이 있기는 있는데, 짬뽕과는 조금 다른 것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표준어 규정에 의하면 ‘서울에 사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이 표준어인데, 과연 서울에 있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짬뽕이라는 말과 초마면이라는 말 중에 어느 것을 두루 쓰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이 정도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라면 표준어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과거에 자장면과 짜장면을 가지고 의견이 분분했던 적이 있다. 그러다가 결국은 자장면을 표준어로 했다가 언중들이 모두 짜장면이라고 하니까 둘 다 표준어로 하기로 하였다. 복수표준어라고 한다. 원래는 작장면(灼醬麵)이다. 그것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여 짜장면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짬뽕도 표준어로 삼아야 하는 것이 맞다. 다만 그 유래가 일본에서 왔다고 하여 꺼리고 있지만 이미 그 어원을 상실하고 우리말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사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일본어를 많이 사용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구구단을 일본어로 외고, 벤또, 쓰메끼리, 다꾸앙, 요지 등등의 일본어를 생활 속에서 그냥 사용하셨다. 

그러다가 국어순화운동이라는 말이 나오고 지나친 일본어는 모두 한국어로 바꾸었지만 아직도 그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 짬뽕이 아닌가 한다. 짬뽕의 유래가 어찌 되었거나 이미 ‘이것저것 마구 섞는 것을 짬뽕이라고 하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또한 중국음식을 일컬을 때도 초마면보다 짬뽕이 훨씬 우세하다. 그렇다면 짜장면만 표준어로 할 것이 아니라 짬뽕도 이제는 표준어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하기야 한 때 닭도리탕이라고 하는 음식이 이제는 닭볶음탕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으니 짬뽕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표준어 규정을 바꾸든지 아니면 짬뽕도 표준어로 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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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태 2019-04-15 09:00:26
좋은 지식 얻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