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대가리
머리와 대가리
  • 최태호 스폐셜 칼럼
  • 승인 2019.04.21 19: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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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예전에 TV 광고 중에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고 하여 인기를 끌었던 말이 있다. 초등학교에서 시험을 보는데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을 고르시오.” 하는 문제에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침대’를 답으로 적었다고 한다. 실화라고 하는데 있을 법 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광고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는 어휘의 제약을 받는 것이 많다. 예를 들면 “개한테 중식을 주었니?”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개 사료라고 해야지 중식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요즘에는 같이 사는 개는 가족인데 따로 사는 조부모는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해서 걱정이다.필자도 할아버지의 대열에 들어선 지가 꽤 오래 되었는데, 서열이 개한테 밀리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스럽다. 요즘은 개엄마도 많고 개언니, 개오빠도 많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쩌다가 사람이 개를 낳았는지 의문이다. 언어가 바르지 못하면 의식의 혼돈이 오고, 의식의 혼돈이 오면 기초가 흔들리게 된다. 즉 정체성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사람 중심의 세상이 반려동물 중심의 세상으로 바뀔 것 같아 조금 걱정스럽다. 오늘은 중심을 잃고 있는 우리말의 현실을 알아보고자 한다.

 주로 광고나 현실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어휘를 중심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우선 머리와 대가리의 예를 보자. 뇌를 담고 있는 목 위의 부분을 머리라고 했을 때. 사람의 것은 머리라고 하고 짐승이나 도구의 그것은 대가리라고 해야 한다. 머리는 일반적으로 ‘사람의 목 위 부분을 일컫고, 대가리는 동물의 머리를 일컫는 말이다. 물론 사람의 머리를 속되게 이를 때 대가리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농담으로 하는 말 중에 “머리가 나쁜 사람은 손발이 고생한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여기서는 두뇌가 나쁜 사람을 말하는 것이지만 사람의 것은 머리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뱀대가리, 닭대가리, 돼지대가리, 못대가리라고 해야 표현상 맞는 말이다. 요즘은 소머리고기, 돼지머리고기 등과 같이 머리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대가리라고 해야 옳은 표현이다. 모 광고의 덕분(?)으로 요즘은 머리라는 개념에 동물의 대가리도 포함하게 되었다.(사람의 머리가 평가절하된 것인가, 짐승들의 권위가 높아진 것인가?)

 또 다른 광고를 보자. 필자도 즐겨 타던 차 중에 쌍용자동차가 있다. 쌍용이라는 말도 쌍룡이라고 써야 한다. 우리말에는 두음법칙이라는 것이 있어서 ‘ㄹ’이 어두에 오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그래서 ‘로인’을 노인이라고 쓰고, ‘락원’을 낙원이라고 쓴다.(참고로 북한에서는 두음법칙을 없애서 ‘로인’, ‘로동신문’과 같이 쓴다.) 그러나 ‘ㄹ’이 문장 중간에 들어가면 그대로 음을 살리는 것이 옳다. 그러므로 ‘쌍룡’이라고 써야 어법에 맞는다. 물론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굳이 그것을 고집한다면 어쩔 수 없으나 일반적인 어법대로 한다면 수정하는 것이 대중을 위하여 옳다고 본다. (회사의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필자가 왈가왈부할 소지는 없으나 관례가 그렇다는 말이다.) 다만 우리말의 어법도 조금은 수정할 것이 있다면 현대사회에서는 ‘ㄹ’이 어두에 와도 발음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즉 라면, 라볶이, 라디오, 라디에이터(radiator), 라돈 등을 발음할 때 전혀 어려움이 없다. 그러므로 두음법칙을 없애도 될 때가 되었다고 본다.(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필자가 김일성의 문화어를 찬양하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몇 해 전에 비가 오는 날 연구실에서 학생보다 먼저 퇴근한 적이 있다. 그 때 제자가 하는 말이 “노파심에서 그러는데 조심해서 가세요.”라고 하였다. 그 순간 필자는 기분이 몹시 이상함은 어쩔 수 없었다. 노파심(老婆心)이라고 하면 ‘필요(必要) 이상으로 남의 일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할머니(노파)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제자가 스승보다 나이가 많아도 사용하기 힘든 표현인데 젊은 학생이 그런 말을 하니 머릿속이 복잡했다. 물론 그 자리에서 수정해 주기는 했지만 혹여 다른 곳에서 실수를 할까 두려웠다.

 

 어법은 모두가 올바르게 사용하고자 만든 것이다. 또한 광고는 튀어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좋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가능하면 어법에 맞는 어휘나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언어는 인격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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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애 2019-05-02 00:35:17
요즘은 튀는 것이 좋아서 비속어를 쓰거나 자신들만의 언어를 쓰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마치 우리말이 외국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어려웠으니까요.
교수님의 말씀처럼 언어는 인격의 표헌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고유한 한글이 시라질까 걱정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