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선생, 교사
스승, 선생, 교사
  • 최태호 스페셜 칼럼
  • 승인 2019.05.1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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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금년에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과거 중등학교에 있던 시절에는 스승의 날이면 잔칫날 같았다. 아이들의 장난도 받아주고 선물도 한 아름 안고 집에 들어오면 가족들은 선물 고르면서 즐거워하곤 했다.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교실에서 스승의 날 행사가 사라진 것이 꽤 된 듯싶다. 금년에는 축제기간이라 홀가분하기도 하다. 과거에 나름대로 인기 있던(?) 교사 시절에는 스승의 날이면 어깨에 힘주고 선물 꾸러미 잔뜩 안고 귀가했는데, 요즘은 생화도 안 된다고 하니 조금 아쉬운 감이 없지 않으나 몇 년 그렇게 지나고 보니 그러려니 한다. 

우리 한국어학과 제자들은 그래도 뭔 날이라고 교수들을 한 강의실에 오라고 해서 새*깡, *터칩, 바나나 등을 먹으며 스승의 날 노래도 불러주고 조화도 달아준다. 금년엔 조용히 지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선물 많이 받던 시절에는 몰랐지만 소외받던 교사들도 있었고, 이제 늙으니 아이들도 어려워해서 연구실에도 자주 안 온다. 오호 애재라!

 

 스승이라는 말에는 종교적인 의미가 있다. 한자로 볼 때 ‘스승 무(巫), 화랑이 격(覡)’이라고 한다.즉 무당 중에서 여자무당을 스승이라고 하고 남자무당을 화랑이라고 한다는 말이다. 어쩌다가 여자 무당이 스승이 되었을까? 

그 유래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시대에는 여자가 제사장을 할 정도로 여성의 지위가 높았다.(참고로 신라시대에는 여왕도 3명 있었다.) 남해차차웅이 왕위에 올랐을 때 박혁거세를 모시는 사당을 짓고 ‘아로부인’을 제주로 삼아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졸저, 문학과 성) 아로부인은 남해차차웅의 누이이며, 박혁거세의 딸이다. 

남해왕이 스스로 제주의 직분을 누이에게 넘겨준 것은 여성의 권위가 높았음을 시사한다.(<朝鮮巫俗考>, 南解次次雄 以其親妹阿老 主祭始祖廟) 그리하여 왕의 스승 노릇도 할 수 있었다.(阿老亦必是巫) 과거에 유행했던 <선덕여왕>이라는 극중에서 미실의 역할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옛날에는  중(스님)을 ‘사승(師僧)’ 또는 ‘사(師)님’이라고 높여 불렀다. 

여기서‘사(師)’의 중국 발음이 ‘스’라는 점으로 미뤄 ‘사승’이 ‘스승’으로, ‘사님’은 ‘스님’으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최기호,<어원을 찾아 떠나는 세계문화여행(아시아편)> 그러므로 스승이라는 말은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정신적 지도자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선생이라는 말은 한유의 <사설(師說)>에 처음 등장한다. “옛날에 배우는 사람은 모두 반드시 스승을 두었나니, 스승이라는 분은 이른바 도를 전하고, 업을 전수하고, 의혹을 풀어주는 분이다. 나보다 먼저 태어나서 그 도를 들음이 진실로 나보나 먼저이면 내가 좇아서 그를 스승으로 섬긴다.(生乎吾前하여 其聞道也 固先乎吾면 吾從而師之)”라고 하였다. 여기서 ‘선생(先生)’이라는 단어는 ‘도를 먼저 듣고 후학에게 전하는 사람’의 뜻이다. 도라는 것은 결국 종교적인 의미도 있으나 인생 전반의 진리를 말하는 것이다. 

도를 전하고, 수업을 하며, 미혹한 것이 있을 때 말끔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이 선생님이다. 고려 때에 선생이란 말은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 대한 존칭이다. 조선조 중엽 때 기록인 <해동잡록(海東雜錄)>에 보면, 당시 선비들은 술 마시며 글 짓는 문주회(文酒會)에서 벼슬이 높거나 낮건 간에 서로 선생 호칭을 하였다.(에듀넷)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고 인생의 멘토가 될 수 있는 지도자의 면모를 갖춘 분이 선생님이다. 그러므로 선생은 도를 닦고 과거에 급제한 덕망 있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었다.

 끝으로 교사는 사전적 의미로 볼 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스승으로서의 교사',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교사', '교원으로서의 교사'로 나눌 수 있다. 오늘날에는 스승이나 선생의 개념보다는 전문직업인이나 교원의 신분을 나타내는 경우가 더 강한 느낌이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이 잘못하면 “너 선생님께 이를 거야”라고 하면 만사형통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교권이 땅이 떨어지다 못해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오호 통재라! 집안에 아버지의 권위가 사라지면 가정이 무너지고, 학교에서 교권이 무너지면 나라의 미래가 사라지는 것을 어찌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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