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에 대한 6가지 오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6가지 오해
  • 김덕현 스페셜 칼럼
  • 승인 2019.06.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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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현 교수
김덕현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혁신과융합협동조합 김덕현 이사장] 필자는 지난 1년 동안 ‘4차 산업혁명’(4IR)에 대한 대학 교재 집필 작업을 끝내고 출간을 앞두고 있다. 집필을 끝내고 새삼 4IR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도가 궁금해서 2016년 1월 즉, 세계경제포럼(WEF) 클라우스 슈밥 의장이 4IR을 제기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3년 반 동안의 관심도 변화 추이를 알아보았다. ‘구글 트렌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17년 5월에 있었던 대선 전후에 관심도가 피크였고 그 후로는 등락이 반복되고 있었다. 특기할 점은 서울, 경기 지역에서만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전 세계에서는 4IR에 대한 관심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추이를 볼 수 있는 ‘네이버 데이터랩’에서의 조회 결과는 대선 전후에만 관심도가 높았고 그 후에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IR에 대한 이와 같은 국내/외 관심도 변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필자가 보기에 우리나라에서 4IR은 정책 수립이나 R&D, 상업화 등과 관련된 정부/공공기관, 공공/민간 연구소, 솔루션 공급기업, 대학 등의 관심사일 뿐이지 대부분 국민들의 일상과는 여전히 거리가 먼 주제인 듯하다. 반면, 4IR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슈밥과 WEF가 제시한 4IR을 미래 대변혁에 대한 의미 있는 가설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4IR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한 마디로 이해관계자들이 갖고 있던 기대가 아직까지 충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즉, 2017년 대선 전후, 정치권은 4IR에 새로운 정치 및 국가 건설에 대한 기대를 담았고, 경제계는 주력산업의 경쟁력 저하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기대했으며, 학계/연구계는 4IR 개념의 모호함에 대한 우려, 또 창조경제처럼 정부주도 혁신이 빗나갈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일반국민들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변혁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일자리 변화, 교육 혁신,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해소방안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동상이몽(同床異夢) 속에서 시작된 4IR 논의는 아직까지 이해관계자 모두가 공감하는 프레임워크도 부족하고 복잡성이 커진 정치, 경제, 사회 여건 변화로 인해 범정부 내지 국가 차원의 추동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필자는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4IR에 대한 다음과 같은 오해들이 걸림돌이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잘못된 이해’는 잘못된 ‘문제 정의’로 이어지고 결국 잘못된 ‘솔루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첫단추를 잘 못 꿰면..’하는 속담은 그래서 경구(警句)인 것이다.

4IR에 대한 첫 번째 오해는 (지금은 달라진 것 같은데) 4IR을 독일의 제조혁신 사업인 인더스트리 4.0과 동일 시 한 것이었다. 그 결과, 정책 수립과정에서도 미국, EU, 독일, 중국 등의 제조혁신만 비교하는 우(愚)를 범했다. 예를 들면, 중국에는 ‘제조 2025’ 정책만 있는 게 아니고 全 산업의 ICT 융합을 고도화하려는 ‘인터넷 플러스’ 사업도 있다. 4IR에 대응하기 위해 전체 산업 중에서 어떤 산업에 주력할 것인지는 국가나 기업의 전략적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문제지만, 서비스업은 물론, 농축산임업에 대한 혁신도 결코 가벼이 다룰 문제가 아니다. 두 번째 오해는 ‘4IR을 AI & ICBM(인공지능, 사물인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5G)이 만드는 초지능/초연결 사회로의 변혁’으로 한정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슈밥이 정의한 4IR과 다른데 중요한 것은 혁신의 수단을 디지털 기술로 한정하다보니 그것을 넘어서는 물질계/생명계의 기술(예: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및 제품/서비스/산업과의 융합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오해로 ‘4IR 다음은 5IR이다’는 생각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수소에너지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3IR이 2050년쯤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만약 4IR이 20~30년도 안되어 지나가고 그 다음에 또 5IR이 시작된다는 식의 논리가 된다면, 그건 '혁명'이 아니라 미리 준비/대응할 여유도 필요도 없는 일상화된 변화로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된다. 네 번째 오해로 ‘4IR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Digital Transformation)과 동일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기술 측면에서 보면, 4IR과 DX는 디지털 기술은 공유하지만, DX는 4IR이 주목하는 BT와 NT, 나아가 에너지/환경 기술, 우주기술 등을 수단으로 삼지는 않는다. 변혁의 대상 측면에서 보면, DX는 디지털 기술을 기업의 생산운영, 마케팅, 비즈니스 모델 등에 적용하는 것임에 반해, 4IR은 물질계, 가상계, 생명계 기술의 융합 결과를 활용해서 산업혁신, 나아가 국가/인류 발전을 위한 사회혁신을 도모하는 것이라는 점이 다르다. 4IR을 DX와 동일 시 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중 하나는 미래사회를 준비하고 대응하기 위한 혁신 노력이 기술 내지 공급자 관점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다섯 번째 오해로 ‘4IR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예: O2O)’으로 보는 점이다. 4IR은 최소한, 전통적 아날로그 기술(OT: Operational Tech.)과 디지털 기술(즉, IT)과의 결합이 만드는 변혁이며 그것을 넘어 생명계 기술과의 융합이라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인더스트리 4.0의 핵심기술로 알려진 가상물리시스템(CPS: Cyber-Physical System)에도 생명계와의 융합 즉, 인간과 자연에 대한 배려가 포함되어야 한다. 여섯 번째 오해로 ‘4IR을 기술결정론 즉, 기술이 경제-사회 변화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슈밥은 4IR 시대는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기에 기술-경제-사회 간의 긴밀한 정치적 상호작용(‘All technologies are political’)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즉, 사회 쪽에서는 기술발전에 무관심하면 안 되고 처음부터 간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4IR에 대한 준비/대응은 연구자/기술자, 기업가, 수요자/사용자인 일반국민, 정책수립자 등이 함께 해야 한다. 그런 체제를 슈밥은 협력적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라고 했고 2000년대 초부터 융합(convergence) 전략을 제안해 온 미국 과학재단(NSF)은 사회융합(Societal Convergence)이라고 했다.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술자는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일반국민은 기술 자체가 갖는 기회/위협요인을 이해함으로써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 줌아웃(zoom out) 접근-즉, 한발 물러나서 넓게 보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이질성, 다양성을 조정, 통합할 수 있는 시스템 리더십이 확보되어야 한다.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제기된 클라우스 슈밥의 ‘4차 산업혁명론’은 미래 대변혁을 설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가설(예: 리프킨의 ‘제3차 산업혁명’, 브린욜프슨과 맥아피의 ‘제2의 기계시대’, 레이 커즈와일의 ‘GNR 혁명’)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다른 가설과 함께 4IR도 바르게 이해함으로써 우리에게 알맞은 프레임워크를 설정하고 기술, 산업에 대한 전략적 선택과 사회변화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 가는 일은 여전히 필요하고 또 중요한 과업이다. 고유명사인 슈밥의 ‘4차 산업혁명론’ 자체에 대한 관심은 잦아들어도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사실 상 보통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즉, ‘우리에게 다가 올, 또는 이미 시작된 미래 대변혁’에 대한 이해와 준비/대응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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