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과 마당발
오지랖과 마당발
  • 최태호 스페셜 칼럼
  • 승인 2019.06.15 22:0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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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음이 넓은 것인지 필자가 속이 좁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 신문에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오지랖이 넓다’는 표현을 쓰면서 한민족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하라고 하는 말이 실린 것을 보았다.

(전략) 문재인 대통령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 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합니다.(2019년 4월 12일)

한 나라의 대통령에 쓸 수 있는 말인가 의문이 간다. 얼마나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았으면 대통령에게 오지랖이 넓은 행세하지 말고 정신 차리라고 꾸짖는 투의 말을 할 수 있는가 싶다. 그것도 아들뻘밖에 안 되는 젊은 사람이 그런 표현을 쓴다는 것에 황당하기까지 하였다. 그 속 뜻을 자세히 보면 정신 차리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를 당당히 하라.’는 말은 결국 정신 차리라는 소리가 아닌가? 참으로 정신 나간 오만한 젊은이다. 물론 남북한의 언어의 의미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오지랖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남북이 비슷하다. 그래서 오늘은 오지랖의 의미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참 오지랖도 넓네.”라는 소리를 들으면 약간 기분이 상한다. 아주 친한 친구가 할 때는 웃어넘길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뭔가 모르게 빈정거리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몇 번 만나지도 않은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오지랖’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가 아닐 수 없다. 원래 ‘오지랖’이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말한다. 따지고 보면 한복의 한 부분일 뿐이다. 이인직(1862 ~ 1916)의 신소설 ‘은세계’(1908)에 보면 ‘오질압’으로 나와 있다. 그 다음으로 최남선(1890 ~ 1957)의 시조 ‘<웅진에서>(1926)에는 ‘오질압ㅎ’으로 나타나 있다. ‘옷자락의 압(앞)’이라는 주석이 달려 있다. ‘오질압ㅎ’이 1930년대 이후 문헌에는 ‘오질앞, 오지랖’으로 표기돼 나온다. ‘큰사전’(1957)에는 ‘오지랖’이 표준어로 올라 있으며, ‘옷질앞’이 그 비표준어로 제시되어 있다.(조항범, 우리말 어원이야기) 여기서 유래하여 ‘오지랖이 넓다’는 말은 ‘무슨 일이고 참견하고 간섭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웃옷의 앞자락이 넓으면 다른 옷을 감쌀 수 있는 것처럼 무슨 일이나 말이든 간에 앞장서서 간섭하고 참견하고 다니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결국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한다는 의미가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 김정은이 한 말의 전체적인 의미를 분석해 본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괜히 남의 일에 참견하면서 아는 척 하지 말고 한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정신 차리고 우리 일이나 잘 하라.”는 뜻이다. 자세히 알고 보면 속이 뒤집어지는 말인데 우리나라 외교관들은 묵묵부답이다. 입이 없는 것인지, 뇌가 없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간다. 하기야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한편 ‘마당발’이라는 말이 있다. ‘마당발’의 본래 의미는 “바닥이 마당처럼 넓고 평평하게 생긴 발”이었다. 즉 평발이라는 말이다. 그것이 의미가 변하여 마당처럼 넓은 발을 가지 사람으로 바뀌었다. 사전을 찾아보면 1. 볼이 넓고 바닥이 평평하게 생긴 발, 2. 인간관계가 넓어서 폭넓게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나타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도 마당발에 속한다. 선거판에서 놀아본(?) 경험이 있어 아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다. 본래 평발을 의미하던 것이 ‘아는 사람이 많은(대인관계가 넓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바뀐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994년에 표준국어대사전에 새로운 의미를 더할 때 등재했다고 한다.

오지랖과 마당발은 의미상 차이가 있다. 무슨 일이든지 나서서 참견하는 것과 대인관계가 넓어서 아는 사람이 많은 것은 다르다.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오지랖이 넓다고 표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묵하고 있는 남한의 외교관들은 더욱 비굴해 보인다. 오죽하면 김정은이 우리 대통령 보고 정신 차리라고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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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hee 2019-06-16 12:23:46
감사합니다~~^^

김성자 2019-06-16 10:21:07
또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Junhee 2019-06-16 10:19:00
적극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