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융합 인재 양성 방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융합 인재 양성 방향
  • 김덕현 스페셜 칼럼
  • 승인 2019.07.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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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현 교수
김덕현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혁신과융합협동조합 김덕현 이사장]얼마 전 NEAR 재단(이사장: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주최한 조찬포럼에서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융합인재 양성 방향'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한 적이 있다.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한 것은 1990년대 인터넷/웹 기술, 2000년대 모바일/스마트 기술, 그리고 2010년대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산업경제 및 사회 변화를 말한다. 또한, 국내에서는 다양한 기대와 의미를 담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는 미래 대변혁 즉, 디지털 기술(IT),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나아가 자연과학/공학, 사회과학, 인문학, 문화예술 등의 융합기술에 의한 대변혁을 가리킨다. 지난 20~30여 년 동안의 경제시스템 변화는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기술융합에서 시작되어 산업융합으로 발전되었다. 바꿔 말하자면, 오랜 동안 기술, 제품/서비스, 기업, 산업 등에 존재했던 경계를 낮추거나 무너뜨리는 식의 혁신을 통해 세상이 바뀌어 온 것이다. 스마트폰은 물론,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스마트 시티, 스마트 로봇 등이 대표적 융합 제품/서비스/산업이다. 이들은 대부분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미국의 디지털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으며, EU와 중국, 일본 기업들이 적극 추격하고 있다. 선도 기업들이 이룩하고 있는 성과는 결국 훌륭한 인재와 그와 같은 인재를 육성-활용하는 국가 차원 교육훈련 시스템의 우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전형적 외국 전문가(이하, A라 하자)와 전형적 국내 전문가(이하, B라 하자)는 전공, 직장/직업, 근무 기간과 지역, 문제해결 능력, 지식/경험 등 측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A는 일반적으로 ‘문과+이과’ 또는 복수전공자임에 반해 B는 문과 또는 이과 중 어느 한쪽 전공자인 경우가 많다. B는 특정 지식/학문에 깊이를 갖고 있는 게 강점이지만, 타 학문/지식에 어둡거나 심한 경우 편향된 식견을 갖는 경우도 있다. A와 B는 모두, 오랜 동안 하나의 직업을 갖고 사는 것은 공통적이다. 그러나, A는 여러 개의 직장, 여러 국가/지역을 경험하는 것에 반해, B는 한 직장, 동일/인접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오래 일한다. 학교뿐만 아니라 직장과 공동체도 교육기관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B는 오랜 동안 똑같은 사람, 비슷한 제도와 문화를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A나 B나 경쟁 속에서 성장한 것은 별 차이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A는 곳곳에서 토론과 협업을 배우고 훈련받지만, B는 능력이 탁월하면 할수록 더욱 더 독단과 독선에 길들여진다. A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왜(why)?'라고 질문하도록 교육받지만, B는 많은 곳에서 질문과 비판이 금기(禁忌)로 인식되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다. A는 통상,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데 능숙하고 B는 주어진 문제를 푸는데 능숙해진다. SW 산업 경우, A가 도달하는 최고위 직무는 비즈니스 모델 디자이너 또는 시스템 아키텍트지만, B 경우에는 프로그래머이거나 프로젝트 관리자가 된다. A는 특정 지식/학문의 전문가이면서 과학기술 일반, 인문/사회과학, 문화예술 영역도 이해하는 교양인으로 성장하지만, B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벗어나면 모르거나 못하는 것이 많은 즉, 균형있는 지식/경험을 갖추지 못한 직업인으로 성장한다.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은 한 마디로 융합 인재를 필요로 한다. 필자는 ‘융합 인재’를 ‘특정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서 타 영역의 지식/학문/산업을 이해하거나 관련 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국가/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인재’로 정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소한 지난 20여 년 동안,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과 프로그램이 개발되었고 지금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A가 개방적이며 다양성을 수용하는 가운데 협력과 공존을 추구함으로써 융합 기술/제품/서비스/산업을 선도하고 있음에 반해, B는 여전히 폐쇄적이고 동질성/획일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각자의 위치에서 독자생존을 모색하면서 국가/인류에게는 상대적으로 작은 기여를 하고 있다. 왜 그런 결과가 된 것일까? 그 이유는 첫째, 교육훈련 정책/프로그램들이 국부적(局部的) 문제 해결에 치중하다보니 전체적으로는 미해결인 문제들이 많고 둘째, 유효한 정책/프로그램이 있다 할지라도 실행력이 부족했으며 셋째, 근본적으로 잘못된 접근을 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국부적 문제 해결’이라고 한 것은 교육 시스템 전반 즉, 교육목적(Why? 예: 영재 양성 vs. 보편적 교육), 교육주체(Who? 예: 학교, 기업, 사회, 가정, 정부), 교육대상(Whom? 예: 청소년, 중/장년, 노년), 교육방식(How? 예: 온라인/오프라인, 거꾸로 학습, 프로젝트 방식) 등 각 구성요소와 그들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단위 사업, 개별 교육기관 입장에서는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실질적인 성과는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대학이 융합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교과과정 개편, 교수 재교육, 성적평가 방식(예: 360도 평가) 변경, 새로운 교육방식(예: 팀 티칭, 세미나) 도입, 교육 콘텐츠 개발, 교수평가제도 변경, 교원 자격 등에 대한 개혁이 선결되거나 병행되어야 한다. ‘실행력 부족’이란, 위 문제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데 끝이 쪼개진 창으로 굳건한 방패를 뚫는 식이다 보니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융합 인재 양성은 정부 부처별, 사업별로 각각 추진할 문제가 아니라 범정부, 기업/단체, 대학 등이 함께 계획-실행해야 할 국가 차원의 과제이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접근’이라고 한 것은 예를 들면, 대부분의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지식/학문 측면에서는 특정 기술/산업 인력, 연령층으로는 20대 대학(원)생을 양성할 것을 목표로 해 왔다. 그런데 이것이 의도와는 달리 타 분야 지식/학문에 대한 이해나 수용도는 오히려 낮아진 인재, 산업 현장보다는 안정적인 정부/공공기관이나 고임금을 받는 직업/직장만 선호하는 인재를 배출한 것은 아닌지 짚어 볼 일이다. 전통산업의 디지털 변혁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신산업이 빠르게 등장, 확산되고 있는 시기에 오히려 더 많은 교육훈련 투자가 필요한 대상은 AI나 로봇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산업의 재직자들과 산업혁신에서 뒤처지지 말아야 할 중소기업 CEO와 임직원들일 것이다.

새로운 교육훈련 시스템은 첫째, 국부적이 아닌 시스템 싱킹(thinking)으로 설계, 구현되어야 하며, 둘째, 정부가 아니라 오히려 민간이 주도하는 가운데 정부, 기업, 학교, 가정 등이 함께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협력적 거버넌스에 의해 설계, 운영되어야 하고, 셋째, 홀로 뛰어난 개인을 만들기보다는 성공하는 팀(team)을 육성하는데 주안해야 한다. 지금은 기술-경제-사회 변화가 순차적으로, 천천히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시대이다. 교육훈련은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 직장, 사회가 함께 만드는 지식/경험 전달체제이다. 정부가 단기적 성과를 중시하고 정작 필요한 작업은 시작도 못한다면 국가 차원의 교육 개혁이 이루어지겠는가? 가정과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경쟁에서는 이기고 안정적, 고임금 직장/직업을 선택하라고 가르치고 있다면, 정부나 학교의 융합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성과를 낼 수 있겠는가? 개인기보다는 팀웍이 더 중요한 시대이기에 관행을 깨는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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