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놈, 되놈?
떼놈, 되놈?
  • 최태호 스페셜 칼럼
  • 승인 2019.07.14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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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일사후퇴로 인한 것인지 몰라도 중국사람에 대해서 ‘떼놈’이라고 낮잡아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우리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이 많다. 특히 우리보다 강한 나라의 사람들을 지칭할 때는 ‘놈’이라는 표현을 자주한다. ‘미국놈’, ‘일본놈’, ‘중국놈’ 등으로 표현하지 ‘미국사람’이나 ‘일본사람’이라는 표현은 자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보다 약소국의 사람들에게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베트남사람’, ‘캄보디아사람’ 등과 같이 말한다. 강한 나라에는 강하고 약한 나라에는 부드러운 것이 우리네 속성인가 보다. 사실 ‘놈’이라는 표현은 과거에는 ‘사람’과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낮은 표현이라고 하지만 세종 때까지만 해도 ‘놈’은 예삿말이었다.

 아무튼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 ‘떼놈’이라는 말은 ‘되놈’이라고 써야 한다. ‘떼거지’로 몰려다녀서 떼놈이라고 부르는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되’가 북쪽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에 여진족을 낮잡아서 이르던 말이다. 만주지방이 북쪽에 있기 때문에 되놈이라고 부르던 것이, 중국사람 전체를 일컫는 말로 바뀐 것이다. 이것을 제유법이라고 한다.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고 할 때 빵이 식량을 말하듯이 부분이 전체를 지칭하는 경우를 말한다. 만주지역을 말하던 북쪽이라는 개념의 ‘되’가 중국 전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되’는 ‘뒤’에서 유래했다고 보기도 한다. 남쪽에서 부는 바람을 ‘마파람’이라고 한다. 이 때 마파람에는 앞바람이라는 의미도 있다. 흔히 남쪽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뒤에서 부는 바람은 북풍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북풍을 순우리말로 ‘된바람’이라고 한다.

 ‘되’가 처음부터 낮은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놈’이라는 단어가 예삿말이었듯이 ‘되’ 또한 과거에는 두만강 주변에 살던 민족을 대표하는 용어였을 것이다. <훈몽자회>라는 책을 보면 ‘되 만(蠻)’ 라고 되어 있으며, 다른 책에는 ‘되 이(夷)’라고 되어 있는 것도 있다. 즉 ‘되’라는 말이 호(胡), 만(蠻),이(夷) 등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북쪽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가 확장되면서 ‘오랑캐’라는 의미를 더하게 되었고, 여기에 ‘놈’을 더하여 북쪽 오랑캐라는 의미로 ‘되놈’이라고 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마파람으로 돌아가 보자. 어찌하여 남풍은 마파람이라고 부를까? 우리 속담에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 라는 말과 “마파람에 돼지 불알 놀듯”이라는 표현이 많이 쓰인다. 이렇게 남풍을 마파람이라고 한다. ‘마(남) + ㅎ + 바람 = 마파람’으로 된 단어다. ‘휘바람’이 아니고 ‘휘파람’이 표준어임을 생각한다면 ‘ㅎ’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사람들은 남쪽(해가 있는 쪽)을 향해 서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것을 ‘앞바람’이라고도 한다. 아마 마주보고 부는 바람이라고 해서 ‘맞바람’에서 유래한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신증유합>에는 ‘남(南)’을 ‘앏’이라고 해서 ‘앞바람’과 같다고 하였고, <훈몽자회>에서는 ‘북(北)’을 ‘뒤’라고 하였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북풍이 뒤에서 부는 바람에서 유래하여 ‘된바람’으로 굳어진 것이 확실하다. 그러므로 중국에서 온 사람을 칭할 때 ‘되놈’이라고 해야 바른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순우리말로 동서남북을 가려보자. 동 = 새(샛바람, 샛별, 높새바람 등), 서 = 하늬,갈(하늬바람, 갈바람), 북 = 되(되, 된바람 = 북풍), 높(높새바람=북동풍) 등이다. 이렇게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지금은 한자의 세력에 밀려 흔적만 남아 있다. 학생들에게 ‘갈마바람’의 뜻이 뭐나고 물어보면 한참을 생각해야 답이 나온다. 아마 독자들도 지금 한참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갈마바람은 남서풍이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참으로 많이 있는데 고려조 이후로 한자의 세력에 밀리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말 명사의 80% 정도가 한자어임을 생각할 때 학교에서반드시 한자 교육을 해야 한다. 한자를 알지 못하면 순우리말 알기 어렵다.

 

 오늘은 숙제로 마무리 해 보자. 다음 단어의 순한글은 무엇일까요?
① 1= 하나, 10 = 열, 100 = 온, 1000 = 즈믄, 그렇다면 10,000은?

 ② 벽(壁)의 순 우리말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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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ny 2019-07-15 11:31:55
10,000=골
벽 은 그자체가 순우리말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