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의 총각과 묘령의 여인
약관의 총각과 묘령의 여인
  • 최태호 스폐셜 컬럼
  • 승인 2019.08.19 11:2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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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예전에 민속씨름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은 이만기를 씨름 선수로 알고 있는데, 젊은이들은 연예인인 줄 안다. 씨름도 잘 하고 말솜씨도 좋으니 다방면에 재능이 있는 다재다능한 교수이다. 당시에 젊은 씨름꾼이 또 있었는데, 그 이름이 강호동이다. 그 젊은 친구가 참으로 생기발랄하게 씨름판을 휘젓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강호동만 나오면 해설자가 약관의 나이에 참으로 훌륭한 선수가 나왔다고 했었다. 그 해설자는 젊은 사람만 나오면 ‘약관’의 나이라고 했다. 약관(弱冠)이란 남자 나이 스무 살을 달리 말하는 것으로 <예기(禮記)> ≪곡례편≫에서 공자가 “스무 살에 관례를 한다.”고 한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러므로 약관은 스무 살만을 가리키는 것이지 그 외의 나이는 따로 부르는 말이 있다. 예컨대, 여자 나이 15세는 계년(笄年)이라고 한다.보통 여자들은 14세가 되면 초경을 하고 그 다음 해에 어른이 되는 성인식(?)을 하는데 그 때 비녀를 꽂아 준다. 그래서 그 때를 ‘비녀(비녀 笄) 꽂는 해’라고 해서 ‘계년(笄年)’이라고 한다. 남자는 스무 살이 되어야 관을 쓸 수 있지만 여자는 15세가 되면 어른이 되는 것이다. 여자는 7년마다 성징의 변화가 있어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同席)’이라는 말이 나왔고, 남자는 8년마다 성징의 변화가 있다. 그래서 남자나이 열여섯 살(16세)을 이팔청춘(2 × 8 = 16)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즘 TV에서 농담으로 하는 말이겠지만 ‘묘령의 남자’라는 표현도 자주 듣는다. 역시 보통은 젊은 남성을 일컫는 표현으로 볼 수 있겠는데, 사실상 묘령의 남자는 있을 수 없다. ‘묘령(妙齡)’은 ‘스무 살 안팎의 여자 나이’를 일컫는 말이다. 방년(芳年)과도 비슷하다. 묘령은 ‘(얼굴이) 예쁜 나이, 젊은 나이, 꽃띠(?) 여인’ 등과 같이 젊고 아름답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사람들은 ‘묘(妙)하다’에 방점을 찍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나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니 거기에 ‘묘령의 남성’이라고 하면 터무니없는 말이 된다. 또한 방년은 글자 그대로 ‘꽃다운(꽃다울 芳) 나이’를 말한다. 스무 살 전후의 여자들은 ‘묘령의 처녀’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다. 왜냐하면 여인이라고 하면 좀 더 성숙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마치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처럼 ‘천둥과 번개를 이기고 피어난 한 송이 국화꽃 같은 원숙한 여인’의 의미가 강하다. 그러므로 ‘묘령의 여인’보다는 ‘묘령의 처녀(아가씨)’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요즘은 매스컴의 영향으로 ‘묘령’이라는 단어가 ‘나이를 측정할 수 없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묘령의 할머니, 묘령의 할아버지 등과 같은 표현이 화면에 등장하기도 한다. 물론 남자에게도 약관이란 표현 대신 묘랑(妙郞)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약관에 밀려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어(死語)가 되어 버렸다.

 공자는 <논어(論語)>≪위정(爲政)≫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섰으며,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았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 귀가 순했고, 일흔 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랐지만 법도에 넘지 않았다.”(吾十有五而志干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그래서 이것이 나이를 칭하는 기본으로 활용되어 마흔 살을 불혹(不惑), 쉰 살을 지천명, 예순 살을 이순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틀린 표현을 하는 것보다는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우리나라에서 나이를 표현하는 것은 띠로 이야기하는 방법과 위와 같이 한자어로 대신하는 방법이 있다. 한자어의 뜻을 잘 모르면 순 우리말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컨대 불혹은 마흔 살을 의미하는 것이지 40대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참으로 이상한 나이가 있다. 마흔 살까지는 보통 순 한글로 잘 하는데, 쉰 살이 넘으면 표현법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쉰 한 살’은 ‘오십(50) 하나’라고 표현하고, ‘예순 두 살’은 ‘6 학년 2반’이라고 한다. 참으로 유머와 위트가 있는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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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리 2019-08-20 09:38:51
TV에 나오는것이 올바른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요.틀린 표현을 쓰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성자 2019-08-20 09:26:52
틀린 표현을 하는 것보다는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이 말이 저는 공감됩니다^^
옳바른 표현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회영 2019-08-20 09:06:15
아는 것이 힘이라는 글이 생각나네요.
묘령의 뜻도 제대로 알게 되어 감사한 글이네요. ^^

Junny 2019-08-19 15:09:54
20대를 꽃다운 나이, 10대를 강철도 씹어먹을 나이,
한창때(한참 잘나갈 젊은시절)등 도 나이와 관련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