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누나
오빠와 누나
  • 최태호 스페셜 칼럼
  • 승인 2019.09.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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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얼마 전에 TV를 보는데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금발의 여성이 한국 남자를 보고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보았다. 드디어 한국어가 세계화되는구나 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동남아의 골프장에서 “오빠”라는 말을 듣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한국의 남자들은 누구나 오빠라는 말을 좋아한다. 필자도 여동생이 없어서 그런지 오빠라는 말을 들으면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오빠라는 말보다는 ‘오라방’, ‘오라비’, ‘오라버니’등으로 부르는 여성들이 더 많아졌다. ‘오빠’라는 말보다는 ‘오라비’가 조금 거리감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오늘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오빠’라는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오빠’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연상의 남자 혈연을 호칭하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그 말의 시작은 ‘올아바’에서 비롯되었다. ‘올’은 접두사로 ‘이르다(早)’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올케(오빠의 아내, 남동생의 아내, 이른 어미(早母)’, ‘올벼(제철보다 일찍 여무는 벼)’, ‘올밥(아침밥, 아침 끼니로 먹는 밥)’, ‘올배(제철보다 일찍 익는 배)’, ‘올되다(일찍 되다)’에 나타난 것과 같다. ‘올’은 쉽게 풀이하면 ‘나이보다 일찍 지각이 나다.’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접두사 ‘올’에 ‘압(아비 父)’이 합성된 것이다. ‘압’은 다시 ‘아바 = 압 + 아(호격조사)’가 되었고, 이것이 변하여 ‘올아바, 오라비, 오래비, 오라버니’ 등으로 변한 것이다.(‘올’이 ‘이르다’는 의미로 쓰이는 것은 일본어에서도 볼 수 있다. ‘oritoki(晝寢 - 낮잠 = 이른 잠)’과 같이 ‘올’의 형태가 일본에 그대로 넘어갔음을 알 수 있다.)  

 ‘아바’가 처음 보이는 글은 고려시대의 노래 <처용가>다. “이런저긔 처용 아비옷 보시면 / 열병신이아 횟가시로다 / 천금을 주리어 처용아바 / 칠보를 주리요 처용아바”라고 되어 있고, <두시언해>라는 책에는 ‘오라비’라는 단어가 처음 보인다. “오라비 살육(殺戮)을 맛나니라(兄弟遭殺戮)”라고 나타나 있으니, 15세기에 처음 등장하였다. 또한 중국에서 조선어를 번역할 때 “조선에서는 여동생이 남자 형제를 부를 때 ‘올아바’라 한다(東俗女弟呼男兒올아바<華音方言字義解>”라 하였으니 원래의 말은 “올(早) + 압(父) + 아(호격조사) = 오라바”였다고 본다. ‘오라바’는 19세기에는 ‘옵바’로 나오고, 다시 20세기 초반에 오면서 ‘업바, 오빠’ 등으로 표기되기 시작하였다. 예컨대 1989년에 발간된 <한영사전>에는 “옵바 = Brother - used in relation to a sister”라고 되어 있다. 사실 우리 남성들이 모두 좋아하는 이 ‘오빠’라는 단어는 오라비의 어린이말(稚語)이다. ‘아버지’를 ‘아빠’, ‘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치어(稚語- 어린이 말)다. 요즘은 어머니는 ‘시어머니’를 가리키고 ‘엄마’는 ‘친정어머니’를 지칭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렇다면 ‘오빠’의 원래 의미는 무엇인가? ‘이른 아버지’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미숙한 아버지’라고 풀어볼 수도 있다.

 ‘누나’는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사실 누나에 대한 어원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다. 어느 문헌에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사전에도 ‘누나 = 어린 사내 아이가 누이를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을 뿐이다. 보통 사전을 보면 ①같은 부모에서 태어난 사이거나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사이에서, 남자가 손위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②남남끼리 나이가 적은 남자가 손위 여자를 정답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필자의 견해를 밝힌다면 결국 ‘누이’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고문헌을 보면 ‘누의님’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즉 ‘누이’에 존칭접미사 ‘님’을 붙인 것이니, 누나의 어원은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 <癸丑日記(계축일기)>라는 책에 “누으님으란 어엿비 하고”라는 글이 있다. 이 책은 광해군 떼 궁녀가 지은 것이니 1613년의 말이다. <계축일기>는 인목대비의 원통한 죽음을 기록한 책이다.

 이러한 ‘누의(누이)’는 근대에 와서 ‘누니<1938, 조선어사전>’로 나타난다. 아마도 ‘누의님> 누님>누니’의 형태로 바뀐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어마님>어머니, 아바님>아버니>아버지’의 형태로 바뀌듯이 ‘누의님> 누니’로 바뀌었고, 후에 호격조사 ‘아’가 붙어서 ‘누나’로 굳었다고 본다. 누구나 누나를 부를 때는 “누나야!”라고 하지 않고 그냥 “누나!”라고 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누나라는 단어는 후기 중세국어에도 보이지 않고 근대국어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니 유래가 길지 않다고 본다.

 누구나 좋아하는 단어,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단어인 ‘오빠’와 ‘누나’는 모두 호격조사를 동반한 단어들이다. 이와 같이 우리 민족은 가족적인 성향이 강하다. 조금 친해지면 바로 “형님, 아우”가 된다. 마찬가지로 “오빠, 누나”도 친근감의 표시로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참으로 모두가 한가족인 대단한 민족이다. 이런 우리나라를 사랑한다.(요즘은 지나치게 좌우로 갈리는 것 같아서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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