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와 모래무지
미꾸라지와 모래무지
  • 최태호 스페셜 칼럼
  • 승인 2019.10.12 19: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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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이번에도 독자의 청에 의하여 미꾸라지의 어원을 밝혀보기로 한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누구나 미꾸라지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엄청나게 한이 많은 물고기가 미꾸라지다. 장마가 오고 나면 뜰채를 들고 개울에 나가서 형들과 함께 물고기를 잡곤 했다. 다른 친구들은 한 깡통 씩 잡아오는데, 우리 형제들은 늘 바닥에 깔릴 만큼밖에 못 잡았다. 그나마 아버지가 밧데리를 등에 지고 나가시면 장어를 잡는 쾌거를 즐기기도 하였다. 당시만 해도 마을 앞개울에 가면 장어도 있고, 붕어나 메기도 많았는데, 지금은 메말라서 볼 것이 없어져서 안타깝다.

 미꾸라지는 글자 그대로 미끌미끌해서 미꾸라지가 되었다. 미꾸라지는 원래 미꾸리라 하였다. 16세기에 나온 책에는 ‘믯그리’<훈몽자회>라 되어 있고, 17세기에 나온 책에는 ‘믯구리’<역어유해>라고 표기되어 있다. ‘믯그리’는 동사의 어간 ‘믯글~~’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이다. 동사 ‘믯글~~’은 문헌에 나타나지 않으나, 형용사 ‘믯그럽~<두시언해>’은 이미 15세기 문헌에 나타나 있다.(조항범, 우리말 어원이야기)

 지금은 미꾸라지가 표준어가 되었지만 과거에는 미꾸리가 대중적인 언어였다. 즉 ‘믯그리’가 ‘믯구리’로 되었다가 ‘믜꾸리’<동의보감, (1613)>로 정착되었다. 이것이 지금의 ‘미꾸라지’로 변한 것은 19세기 접어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믯그라지’가 그것이다. ‘믯그라지>밋그라지>미끄라지’의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의 ‘미꾸라지’가 되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미꾸리’가 주표제어였고, ‘미꾸라지’는 세력이 크지 않았다.(<조선어사전,(1938), 조항범 앞의 책)>

 필자의 어린 시절에도 거의 미꾸리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것이 학교에서 ‘미꾸라지’가 표준어니 고쳐야 한다고 해서 그 시절에는 혼용해서 썼다. 친구끼리 있을 때는 ‘미꾸리’라 했고, 외국인(당시에 해외봉사단이 와 있었다)이 있으면 ‘미꾸라지’라고 했다. ‘미꾸라지’는 어간 ‘미끌~’에 접미사 ‘~~아지’를 붙인 것이다. 우리말에서 ‘~~아지’는 ‘작고 귀여운 것, 혹은 새끼’에 붙인다. 강아지, 망아지, 송아지 등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미끌아지> 미꾸라지’로 변형된 것이다.

다음으로 어린 시절에 많이 보고 즐겼던 물고기가 모래무지였다. 이 놈은 맑은 물에서만 볼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하교 길에 목이 마르면 냇가에 엎드려 흐르는 물을 마시곤 했다. 엎드려 물을 마시다 보면 모래무지도 보이고, 재수 좋으면 돌 틈의 가재도 잡을 수 있었다.

 모래무지가 처음 나타난 것은 17세기 문헌이다. ‘모래무디’로 나타나 있다. 당연히 모래(沙)와 관련된 이름이다. 바닥이 모래로 된 곳에 살며 엄청 빠른 것으로 기억한다. 잡으려고 하면 바로 모래 속으로 들어가든지, 꼬리치고 도망가 버린다. 가끔은 모래 속에서 ‘푸’하고 모래를 뿜으면서 나오기도 한다. 아무튼 필자가 보기에는 모래 속에서 주로 서식하여 모래무지라고 한 것이 아닌가 한다. ‘모래’는 15세기 문헌에는 ‘몰애’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것에서 유추하여 본다면 ‘몰애묻이’가 원래의 어형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즉 ‘모래 속에 묻혀 사는 놈’이라는 뜻으로 ‘몰애(沙 )묻이(埋)’가 원형이다. ‘묻이’는 어간 ‘묻~’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모래무디’로 완성된 단어다. 거기에 다시 구개음화현상이 일어나 ‘무래무지’로 완성된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면 ‘굳이’의 발음이 ‘구지’가 되듯이 ‘묻이’의 발음은 ‘무디’가 아니고 ‘무지’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미꾸라지는 썩 좋지 않은 것에 비유할 때가 많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우물을 흐려놓는다.”, “미꾸라지가 용 됐다.” 등과 같이 작고 미천한 것이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붙인다. 세상에는 미꾸라지 같은 사람이 많다. 영양보충하는 데는 최고일지 모르지만 우리말에는 좋지 않은 것에 비유할 때가 많으니 미꾸라지를 보고 행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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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망 2019-10-12 21:01:30
요즘 국민들을 미꾸라지 붕어로 만족하며 살라하며서,
본인과 가족들은 온갖 특혜에 비리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모르쇠를 하는 높은나리 때문에 국민이 두 쪽으로 갈라져 속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