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언어비교
남•북한의 언어비교
  • 최태호 스페셜 칼럼
  • 승인 2019.12.0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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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어원만 연구하다 보면 지루한 때가 많다. 그래서 오늘은 쉬어가는 시간으로 남•북한의 단어를 비교해 보기로 한다. 단어(어휘)는 문화를 배경으로 한다. 언어 속에 문화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는 말이다. 요즘 초•중등교과서에 ‘인민’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고 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동무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북한에서 사용하는 말이라 해서 초등학교 2학년 정도 되면서부터 사용하지 않았다. ‘인민’이라는 단어 또한 북한에서 ‘국민’을 일컫는 말로 우리와 차별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교과서에 국민이라는 말이 없어지고 인민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북한에는 ‘문화어’라고 해서 우리의 표준어와 비슷한 것이 있다. 문화어(文化語, 표준어: 북한어(北韓語), 북한말(北韓말))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표준어를 말한다. 《조선말대사전》(1992년)에 의하면 “주권을 잡은 로동계급의 당의 령도밑에 혁명의 수도를 중심지로 하고 수도의 말을 기본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로동계급의 지향과 생활감정에 맞게 혁명적으로 세련되고 아름답게 가꾸어진 언어”라고 되어있다.(위키백과) 문화어에서는 두음법칙을 인정하지 않는다. 위에 있는 글처럼 ‘로동’, ‘령도’ 등으로 한자어 발음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러다 보면 남•북의 언어가 갈수록 이질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서울에 사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을 표준어로 규정하고 있다. 즉 대중적인 언어가 곧 표준어가 된다. 그래서 표준어와 문화어는 차이가 있다.

 몇 가지 차이가 나는 것을 살펴보기로 하자. 글을 쓰기 쉽게 하기 위해서 북한말을 (  ) 속에 넣기로 한다. 우선 대한민국에서는 한자어나 외래어 등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잇는데 반해 북한에서는 한글화하고 있음이 다르다. 예를 들면 ‘건달(날총각)’, ‘게시판(알림판)’, ‘결국은(마지막에는)’, ‘가발(덧머리)’, ‘계단논(다락논)’, ‘골키퍼(문지기)’, ‘각선미(다리매)’, ‘출입문(나들문)’, ‘냉차(찬단물)’, ‘돌풍(갑작바람)’, ‘볼펜(원주필)’, ‘소풍(들모임)’, ‘살빼다(몸깐다)’, ‘아이스크림(얼음보숭이)’, ‘운동화(헝겊신)’, ‘전구(불알)’, ‘젤리(단묵)’, ‘주스(과일단물)’ 등과 같이 북한에서는 한자어로 된 것은 한글로 바꾼 것이 많고, 외국어에서 유래한 것은 한자어나 한글로 바꿨다. 북한말로 ‘불알’이나 ‘몸 깐다’라고 하는 단어가 남한에 오면 그 의미가 달라진다. 그래도 이 정도는 서로 알아들을 수 있지만 판이하게 달라진 것도 많다. 혹은 아직 북한에는 없는 단어도 많다. 예를 들면 ‘원룸’이나 ‘보안카드’와 같은 단어는 북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 거기까지는 문화가 발전하지 않은 모양이다. 하기야 북한에서는 은행업무나 인터넷뱅킹에 관련된 용어는 아직 제대로 있을 수 없다. 인터넷뱅킹을 해야 단어도 만들어지는 것이지 활성화되지도 않았고 주민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데, 단어 먼저 만들 필요가 있겠는가?

 우리는 영어나 불어를 가감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북한에서는 러시아를 선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흐름으로 볼 때 영어로 써도 무방한 것을 그들은 굳이 러시아어로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그룹(구루빠)’, ‘캠페인(깜빠니아)’, ‘트랙터(뜨락또르)’, ‘팸플릿(빰쁠레트)’, ‘폴란드(뽈스카)’, ‘헝가리(웽그리아)’, ‘베트남(윁남)’ 등이다. 이렇게 영어식 발음을 굳이 러시아식으로 발음하는 것은 김일성의 영향이라고 불 수 있다. 미국보다는 러시아와 가깝게 지낸 만큼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 거리감을 두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끔 해외에 나가서 북한의 학자들과 만나면 서로의 대화가 이상하게 돌아갈 때가 있다. 남•북의 언어가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을 때다. 예를 들면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것을 그들은 “일 없수다.(일 없습네다)”라고 표현한다. 처음에는 거절하는 것으로 알고 상당히 뻘쭘(어색하고 민망함)하였다. 학회를 마치고 마무리하는 만찬 장소에서 우리는 ‘건배’를 외치는데, 그들은 “죽 냅시다.”라고 하였다. 처음에는 이상하여 무슨 말인가 하다가 나중에는 한국 학자는 “죽 냅시다.”라고 하고 북한의 학자들은 “건배!”를 외치게 되었다.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쉽게 친하고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아직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세대를 더 건너가면 아마도 소통불능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미리 사전을 공통 편찬하여 미래를 대비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이들의 교과서에 벌써부터 ‘인민’이라고 쓰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할아버지는 ‘국민’이라고 하는데 손자는 ‘인민’이라고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무조건 북한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취사선택하여 올바른 언어(소통하기에 편하고 어법에 맞는 것)로 선택해야 한다. 공동의 어휘를 발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추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서 어휘를 선정하는 지혜를 발휘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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