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라와 좆나
졸라와 좆나
  • 최태호 스폐셜 컬럼
  • 승인 2020.02.1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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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요즘 학생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으면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가 많다. 은어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비속어의 사용이 지나치게 많다. 어느 여고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학교 방송 중에 아나운서가 “절라 아름다운 날이에요. 오늘은 이런 날씨에 맞는 곡으로 선곡해 보았습니다.”라고 하니 교장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국어 교사를 불러 “절라 아름답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교사 대답하기를 “요즘 젊은 아이들은 ‘매우’나 ‘아주’라는 부사어를 ‘절라’라고 합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젊은 국어 교사가 몰라서 그런 것인지 학생들을 보호하자고 해서 그런 것인지를 모르지만 ‘절라’라는 표현이 바람직하지 못한 것임은 독자들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요즘은 ‘절라>욜라’로 바꾸어 쓰는 학생들도 많다. 그 의미도 모르면서 쓰는 것은 아닐 것이고, 그 뜻은 올바로 알고 쓰는 것인지 궁금하다. 필자는 강연할 기회가 있으면 <문화적 사대주의>라는 표현을 자주하였다. 문화적으로 한자어나 외국어를 많이 사용하는 민족이라는 뜻이다. 좋게 표현하면 그렇지만 그 속에는 한국어(한글)로 된 것은 우습게 알고 외국어나 한자어(일본어 포함)를 많이 쓰면 유식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우선 ‘절라’의 변형과정을 먼저 알아보고 지면에 따라 문화적 사대주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절라’라는 말의 어원은 ‘좆나게’에서 비롯되었다. 이 단어는 비속어이기 때문에 사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좆나다’나 ‘좆나게’를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남자라면 이 단어를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교양 있는 독자는 아니라고 부정하겠지만 필자 같은 필부는 학창시절에 수도 없이 써 왔던 말이다. 우선 ‘좆’은 ‘나이 찬 남자의 자지’를 말한다. 그렇다면 ‘나다’라는 말은 ‘「1」 신체 표면이나 땅 위에 솟아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자라다’, ‘커지다’의 뜻이다. 결국 ‘좆나다’의 뜻은 “나이찬 남자의 성기가 솟아나다(커지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발기하다’와 동일한 뜻이다. 한자어로 ‘腎(신)나다’에서 유래했다고도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민간어원설이다. 그렇다고 해도 ‘좆나게’가 좋은 말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물론 남성성을 상실한 남자들에게는 좋은 의미가 될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는 성적이 욕망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으로 보아야 한다. 이 단어가 어떻게 ‘절라’가 되었는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좆나게’가 매우라는 의미를 품게 되면서 부사어로 쓰이게 되었으며, 여기서 ‘게’가 탈락하고 ‘좆나’만 남았다. 그러다가 자음동화현상으로 ‘존나’로 발음하게 되었고, 여기에 활음조 현상(한나산>한라산>할라산)이 생겨 ‘졸라’로 되었다가 모음변이로 ‘절라’로 발음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단어는 젊은이들이 잠시 쓰고 마는 것이어야 하는데, 요즘은 일부 방송에서도 이러한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단순하게 현대적인 의미만 본다면 ‘매우’나 ‘아주’라는 단어의 새로운 형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분히 바람직하지 못한 성적인 의미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창 성장하는 시기에는 반항심리가 있어서 욕을 많이 사용한다. 필자도 고교 시절에는 욕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남자만 4형제가 살아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남자고등학교, 군대 시절 등을 거치면서 욕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끝마다 욕을 달고 살았고, 중학교에 처음 발령받아 나가서도 제자들에게 욕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있었다.(아마도 학생부에서 근무한 것도 욕을 줄이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절라’라는 표현은 여학생들이 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그 의미를 안다면 아마 자제하지 않을까 한다. 하나의 유행어로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의미가 확장되어 있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바른 언어생활을 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솔선수범해서 바른 말을 사용해야겠다.(문화적 사대주의에 관해서는 다음 지면으로 넘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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