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죽아와 자낳괴
얼죽아와 자낳괴
  • 최태호 스페셜 칼럼
  • 승인 2020.03.3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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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필자는 나이는 예순이 넘었어도 정신 연령은 항상 십 대를 간직하고 산다.(조금 지나친 것 같기도 하다) 젊은이들과 소통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카카오톡을 통해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즐겨 쓰며 친한 척(?) 한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교수라는 권위에 눌려 소통하기보다는 피해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친근한 큰아버지로 생각할 수 있도록 가능하면 이들의 용어를 써 가면서 소통하려고 무지하게 노력한다. 오늘은 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풀어보려고 한다. 아마 독자들 중에는 “이게 무슨 말이야?” 하면서 짜증을 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이런 표현을 모르면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없고, 대화 자체가 안 된다.

지난 토요일에 유명한 기자와 점심을 같이 했다. 식사하는 중간에 ‘생파’얘기가 나왔는데 아무도 그 뜻을 알지 못했다.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 모두 ‘생파 = 음식에 넣는 싱싱한 파’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기자의 말은 ‘생일 파티’를 줄여서 ‘생파’라고 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요즘의 아이들은 단어를 줄여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어른들과 대화가 잘 안 되고, 못 알아들으면 결국 ‘꼰대’가 되고 만다. 그래서 오늘은 나이 먹은 사람들이 젊은이들과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전에도 없는 신조어를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신조어는 표준어사전에 등재되지는 않았다.

▲생파 : 생일 파티 ▲된찌, 부찌 : 된장찌개, 부대찌개 ▲얼죽아 :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아 : 아이스 아메리카노 ▲남나깡 : 남자는 나이가 깡패다. ▲미먼 : 미세먼지 ▲자낳괴 :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신념보다는 돈에 끌려 다니는 사람) ▲빼박 : 빼도 박도 못한다. ▲자강두천 : 자존심 강한 두 천재가 만나다. ▲뇌피셜 : 뇌 + official = 자신만의 생각으로 하는 주장이나 추측 ▲현피 : 현실 + pk(player kill) = 게임에서 시비로 현실에서 만나 실제로 싸움▲네넴띤 : 비빔면(유사하게 생긴 글자를 이용해서 언어유희로 쓰는 말) ▲KIN : 즐(‘즐기라’는 한글을 옆으로 쓰면 KIN으로 보임)

이 글을 읽은 독자 중에서 위의 용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필자는 90% 정도 알고 있었다. 카카오톡으로는 위의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나이 먹은 교수가 할 수 있는 용어는 아니지만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가끔 쓸 뿐이다. ‘빼박’이나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와 같은 용어는 아이들과 소통하려면 자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단톡방(학생들과 소통하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이런 말들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한국어학과 학생들도 현실을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뭐라 탓할 수는 없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면서 바른 글을 사용하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외국에서 온 학생들에게는 신조어를 가르칠 필요도 있다. 한국의 신조어와 자국의 언어를 비교하는 것도 중요하다. 젊은이들의 용어는 갈수록 짧게 진화하는데 우리는 옛것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문법은 잘못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고, 신조어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서로가 소통하는 방법이다. 나만 옳다고 주장하면 ‘남나깡’이라고 하면서 ‘왕따’가 된다. 한 때는 ‘왕따’라는 말이 신조어였으나 지금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예삿말이 된 것처럼 세상은 그렇게 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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