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기와 다진 양념
다대기와 다진 양념
  • 최태호 스페셜 칼럼
  • 승인 2020.05.2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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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식당에 가면 자주 찾는 것이 다대기다. 어디 가나 “다대기 주세요.” 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필자도 여전히 그런 소리를 한다. 특히 매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대기를 자주 찾는다. 설렁탕에도 넣어 먹을 정도로 얼큰하게 만든 다진 양념을 좋아한다. 어디를 가면 ‘다진 양념’이라고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다지기’라고도 한다. 도대체 어느 말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전을 찾아보면 “끓인 간장이나 소금물에 마늘이나 생강 따위를 다져 넣고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양념”이라고 되어 있고, 일본어 ‘tataki'의 한국식 발음이라고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다대기가 정말 일본어인가 하는 것부터 찾아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말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어가 된 것도 많기 때문이다. 과거에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우리말 곰이 일본으로 넘어가면 ‘구마’가 되고, 섬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시마’가 된다. 또한 떡이 건너가면 ‘스데키’가 된다. 스데키가 되는 것은 조금 긴 설명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우리말의 ‘ㄸ’을 ‘ᄯ’라고 썼다. 그러므로 일본으로 가면서 ‘ㅅ’, ‘ㄷ’, ‘ㄱ’이 다 분리되어 ‘스더그’가 되었다가 현재의 발음으로 굳어진 것이다. 일본어 속의 우리말은 지금 열거한 것을 빼고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일본열도의 한국어>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일본의 고어는 대부분 우리말이었다.

서론부터 지나치게 길게 말을 한 이유는 다대기의 어원을 제대로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그런 것이다. 일단 일본어로는 ‘たたき(tataki)'라고 쓴다. 그래서 대부분은 일본어의 뜻을 그대로 풀어서 ‘두들김’, ‘때림’이란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요리에서 ‘다지거나 다진 재료를 섞어서 만든 양념(요리)’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학계에서는 보통 ‘다진 양념’이나 ‘다지기’로 순화해서 쓰자고 하고 있다.

오래 전에 설명한 바와 같이 우리말에는 이미 대중화된 일본어가 많이 있다. 그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짬뽕이다. 어느 중식당을 가도 모두 짬뽕이라고 적혀 있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고 있지만 표준어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은 단어다. 초마면으로 부르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글자 그대로 권장사항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일본어에서 유래한 중국음식이라는 말이다. 이제는 짬뽕도 사전에 등재할 때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다대기가 일본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해서 ‘다진양념’이나 ‘다지기’로 순화해서 부르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식당에서는 주로 ‘다대기’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다대기를 컴퓨터로 입력하면 밑에 붉은 줄이 나오는 이유도 표준어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짬뽕에는 붉은 줄이 나타나지 않는다.)

다대기가 한국어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어 옮겨 보기로 한다. “다대기의 어원이 한국어 동사 "다지다"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기"를 붙여 "만들기"와 같은 형태로 만든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며, "다지다"의 동북 방언 "다디다"도 어원으로 거론된다. 1995년 《우리말큰사전》은 "다대기"를 고유어로 풀이하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도 "지경닺는소리(터 다질 때 하는 소리)"를 전남 강진 지방에서 "다대기소리"라 불렀으며, "함흥냉면에 고춧가루 양념이 애용되어 '다대기'라는 말이 이곳에서 나왔을 정도이다."라는 풀이가 나온다.”<위기백과>

위의 글을 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필자가 위에서 굳이 길게 일본어 속의 한국어를 말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일본어 ‘다다키(たたき)’는 우리말이 넘어가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 ‘다디다’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기’가 붙어서 이루어진 단어라는 설명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 것이 일본으로 넘어가서 일본어를 형성하였고, 다시 한국으로 넘어온 단어라고 보면 그리 어려운 해석이 아니다. 세상은 좁아지고 있다. 한국어(?) ‘파이팅(fighting)'이 세계어가 되고 있음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미국어에서는 ‘fighting'라는 단어는 형용사형으로만 쓴다.) 콩글리시가 세계어가 되는데, 우리말 다대기를 일본어라고 굳이 주장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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