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카와 레미콘
리어카와 레미콘
  • 최태호 스페셜 칼럼
  • 승인 2020.07.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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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어린 시절에 꼭 가지고 싶었던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황소고 또 하나는 리어카였다. 소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황소는 특히 크고 힘이 세기 때문에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상징적이 동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로 전학할 때까지 황소를 소유했던 기억은 없다. 그만큼 농가에서는 귀한 짐승이었다. 황소는 누렁이가 아니고 ‘한쇼(큰소)’에서 유래했음을 과거에 밝힌 적이 있다. 황소 다음으로 가지고 싶었던 것이 바로 리어카였다. 고무 바퀴가 달린 수레로 자전거 뒤에 달거나 사람이 끄는 작은 기구를 말한다. 그때는 그것이 일본어인 줄 알았다. 아버지께서는 늘 ‘니야까’라고 발음하셨기 때문에 그것이 맞는 말인 줄 알았다. 선친께서는 두음법칙과 구개음화현상을 철저히(?) 지키셨던 분이다. 그래서 ‘라디오’는 ‘나지오’, ‘스팀’은 ‘스침’이라고 발음하셨다. 그러니 리어카도 두음법칙을 적용하니 당연히 ‘니’로 발음하고, ‘l'모음 순행동화를 적용하면 'ㅣ>ㅑ‘로 발음하셨다. 그래서 항상 ’니야까‘라고 발음하셨던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영어로 'rear car'였다. 즉 뒤에 끌고 다니는 차였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오토바이크 옆에 수레를 붙여 사람을 태우곤 했다. 그것을 ‘side car'라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뒤에 끌고 다니는 차는 'rear car'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콩글리시의 대표적인 경우였다. 미국에서는 ‘리어카’라는 말이 없다. 영어로 한다면 'handcart'라고 해야 한다. 굳이 더 멀리 간다면 'pushcart'라고도 할 수 있다. 뒤에 끌고 다닌다고 해서 일본에서 ‘리어카(혹은 리야카, 리어까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라고 하지만 이 또한 객지에 와서 고생하는 영어일 뿐이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끄는 수레를 말한다면 우리말로 ‘손수레’라고 하는 것이 훨씬 아름다운 표현이다.

어린 시절에는 마차도 없고 황소도 없던 시절이라 풀(꼴)을 베어 리어카에 가득 싣고 오는 것이 얼마나 멋있어 보였는지 모른다. 5학년 정도 되었을 때 집에 리어카가 생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형들과 밀어주고 끌어주고 타고 달리고 자전거에 매달고 달리기도 하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고 놀았던 시절이 있다. 지금 필자가 단어를 만든다면 단순하게 손수레라고 했을 것인데, 우리 선배들은 일본에서 들어온 단어를 그대로 적용하였으니 한국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국적 없는 단어가 생성된 것이다. 오호 통재라!

다음으로 우리말에서 의미를 모르고 그냥 사용하는 단어가 바로 ‘레미콘’이다. 언젠가는 친구의 딸이 리모콘(이 또한 국적 없는 단어다. 영어로는 ‘remote control'이라고 한다.)을 달라고 하면서 “큰 아빠! 레미콘 주세요.”라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리모콘과 레미콘의 발음이 유사하여 아이가 헷갈렸던 것이다. 레미콘은 ‘콘크리트 제조 공장에서 아직 굳지 않은 상태로 차에 실어 그 속에서 뒤섞으며 현장으로 배달하는 콘크리트’, 혹은 ‘콘크리트가 굳지 않도록 개면서 운반하도록 장치한 트럭’을 말한다. 그런데 이 말은 'ready mixed concrete'를 줄여서 만든 말이다. 실제로 이런 표현이 길고 현실에 없다 보니 일본인들이 이를 줄여서 're-mi-con'이라 하였다. 이런 말을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도입하여 현재의 레미콘이 되었다. 마치 ‘디지털 카메라’를 줄여서 ‘디카’라고 하는 것과 같다.(장진환, <신문 속의 언어지식>)

요즘은 이와 같이 줄여서 표현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축약어나 ‘자음으로만 표기하는 것’ 등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이미 대중화되고 있다. 고대 수메르어에서 자음만 쓴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과거로의 회귀인지 몰라도 요즘은 자음으로만 표기하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다. 아무리 축약하는 것이 대중화되었다고 해도 국적 없는 단어를 그대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가능하면 순수한 우리말을 살려서 쓰면 좋고, 스마트 폰 시대에 자음만 축약해서 쓰는 것도 좋지만, 지나치게 자음만 표기하다 보면 문장의 의미를 알기 어려우니 가능하면 바른 표기를 쓰도록 권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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