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訊問)과 심문(審問)
신문(訊問)과 심문(審問)
  • 국민투데이
  • 승인 2020.10.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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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는 통금시간이라는 것이 있었다. 통행금지를 줄여서 통금이라고 했다. 1982년 1월 5일에 야간 통행금지가 해제되었다. 통행금지는 국가 안보와 치안유지라는 명분으로 1945년부터 37년간 지속되었다. 그러니까 필자가 교단에 서기 직전에 통행금지가 해제된 것이다.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는 통행금지라는 것이 있어서 친구들과 곤욕을 치른 적이 몇 번 있다. 특히 술에 취한 친구들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성남에 있는 집까지 오려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할 수 없이 친구집에서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친 적도 많았다. 지금은 거의 퇴직했지만 그때의 친구들은 술을 마시면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셨다. 그런 친구들 뒤치다꺼리하자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성남에 가려면 공수부대 출신의 친구는 버스 안에서 노래를 크게 부르곤 했다. 군대 노래는 다 알시다시피 음란함의 극치를 달린다. “여대생 미스 리”라는 노래 개사한 것을 매번 불러서 필자를 괴롭혔던 친구가 있었다. 노래 부르면서 필자에게 모자를 벗어서 구걸하도록 장난을 치는 것이다. 이런저런 연유로 해서 파출소에 가면 조서를 쓰고 훈방되어도 통행금지가 풀려야 집으로 돌아간다. 전두환 정권하에서 과외 지도하다가 걸려서 경찰서에 가서 신문을 받기도 했고, 1980년인가 서울의 봄이라고 하는 민주화(?) 데모하다가 혼줄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신문(訊問)을 받고 조서를 다 쓴 후 훈방되곤 하였다. 그 당시만 해도 학생들이 민주화 투쟁, 전두환 퇴진 등을 이유로 이모저모로 서울역에 많이 나갔는데, 시경에 끌고 가도 학생이라는 이유로 그리 혹독하게 대우하지는 않았다.(물론 나중에 박종철 고문사건이나 이한열 사건 등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후배들 때의 일이다.)

각설하고 이렇게 신문(訊問)을 받는 것과 심문(審問)하는 것의 차이가 있는데, 지금 젊은이들한테 물었더니 별로 아는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신문과 심문의 차이를 자세하게 풀어보려고 한다.(신문을 많이 당해 봤으면 잘 알 텐데, 착한 학생들이라 공부만 해서 잘 모르는 모양이다.) 신문(訊問)이란 “1.알고 있는 사실을 캐어 물음, 2. (법률용어)법원이나 기타 국가 기관이 어떤 사건에 관하여 증인, 당사자, 피고인 등에게 말로 물어 조사하는 일”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예문으로는 “ 봉학이는 수문(守門)하는 관원으로 궐문 밖에서 대신 댁 계집 하인을 붙들고 희롱하였다고 신문을 받았다.”(홍명희, <임꺽정> 중에서)와 같이 쓸 수 있다. 그러니까 말로 물어보든지, 수사기관에서 ‘캐묻는 것’을 말한다. 요즘은 뜻이 확장되어 신문자에 의해 통제되는 조건에서 직접 질문의 방법으로 대상자로부터 첩보를 획득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다음사전)

그렇다면 심문(審問)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우선 사전적 풀이를 보면 “1. 자세히 따져서 물음, 2. (법률용어) 법원이 당사자나 그 밖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서면이나 구두로 개별적으로 진술할 기회를 주는 일”이라고 나타나 있다. 그러니까 심문이 더 법률적인 성격이 강한 말이다. 여기서는 ‘통제하지 않고 질문하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즉 임의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민사소송법상 ‘심문은 서면 또는 구두로 당사자 기타의 이해관계인에게 개별적으로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다음 백과) 즉 신청인의 상대방 혹은 그 밖의 이해관계인으로부터 사정을 들어 그 이익을 고려하기 위해 행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법률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말이다. 예문으로 “공판이 시작되자 재판장은 0 사장에 대해 인정심문을 시작했다.”, 혹은 “ 검찰은 그를 밤새워 심문하였지만 새로이 알아낸 사실은 없었다.”와 같이 쓸 수 있다. 두 번째의 문장은 ‘신문’과 유사하게 볼 수 있으나 공식적으로 검찰에 소환되어 법률적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을 말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신문(訊問)과 심문(審問)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사기관이 캐묻는 것이 신문이고, 검찰이나 법원에서 ‘자세히 묻는 것’이 심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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