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청와대
백악관과 청와대
  • 최태호 스페셜 칼럼
  • 승인 2020.11.1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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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알면서 농담으로 하는 것인지, 진짜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몇 년 전에 지인이 카카오 톡으로 문자를 보냈는데, 청와대를 계속해서 청화대라고 쓰고 있었다. 처음에는 장난이려니 했는데, 계속 같은 문자를 보내는 것을 보고는 정말로 그렇게 알고 있구나 하는 확신을 가졌다. 모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분인데 조금 지나친 것 같아서 뭐라고 고쳐주고 싶었지만 나이도 많고 자칫 오해할까 무서워(?) 그냥 내버려 뒀다. 그런데 얼마 후 여러 사람이 보는 방(단체톡방)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췌장을 최장이라고 쓴 것이다. 필자는 크게 후회를 했다. 그때그때 수정해 줬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만 했다. 왜 청와대라고고 하는지 기본을 모르기 때문에 생긴 실수다. 청와대(靑瓦臺)는 글자 그대로 푸른 기와지붕으로 만든 집(누대)이라는 뜻이다. 서울 경복궁 뒤 북악산 기슭에 있는 우리나라 대통령 관저를 일컫는 말이다. 조선시대에는 경복궁의 일부로 연무장, 과거장이었다고 한다. 1948년 정부수립 후 대통령 관저로 사용하면서 ‘경무대’로 부르다가, 4·19혁명 이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청와대’로 이름을 바꾸었다.(<표준국어대사전> 재인용) 그러니까 푸른 기와집이라는 단순한 말인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 양 ‘청화대’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실수라기보다도 무식의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비견하는 말로 미국의 백악관을 들 수 있다. 영어로는 단순하게 ‘White House’라고 한다. 그냥 ‘흰색 집’이다. 그것이 오늘날 미국의 대통령이 살고 있는 고유명사가 된 것이다. 백악관(白堊館)이란 흰 白, 회칠할(희게 칠하다) 堊, 관청 館을 쓴다. 그러니까 ‘흰색으로 칠한 관청’이라는 뜻이다. 1812년부터 1814년까지 ‘영미전쟁’이 벌어졌다. 영국의 선전포고로 시작된 전쟁이었는데, 독립한 지 31년밖에 되지 않는 상태에서 미국이 영국을 상대하기는 버거웠다. 1814년 영국군은 파죽지세로 수도 워싱턴으로 입성했는데, 그중 200여 명의 영국군이 미국 대통령 관저에 난입하여 불을 질렀다.(장진한, <신문 속 언어지식>)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대통령 관저를 대대적으로 보수하기 시작했고, 그 때 외벽을 하얗게 칠했다. 그런 연유로 해서 미국에서는 이 건물을 ‘White House’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대통령궁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집의 색깔이 작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자금성(紫禁城)과 비교한다면 작명의 기준이 크게 다름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나 미국은 집의 색깔을 가지고 이름을 지은 것이고 중국은 황제가 거하는 곳으로 하여 기본 색상을 자주색으로 했음을 볼 수 있다. 자주색은 ‘황제나 신선의 거주하는 곳의 색’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황금색 옷이나 자주색 옷은 아무나 입는 것이 아니다. 특히 자주색은 황제나 신선(혹은 도인)을 의미하는 색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칠할 수는 없다. 그래서 중국의 고사에 보면 신선이 사는 자미궁(紫微宮)도 자주색으로 된 궁전이고, 우리나라의 신화에도 김알지가 탄생할 때 자주색 알로 태어났으며, 박혁거세가 탄생할 때도 자주색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동양에서는 자주색이 임금을 상징하는 색으로 사용되었는데, 미국에서는 흰색으로 순백의 순결함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지붕의 색으로 대통령궁(?)을 이름지었고, 미국은 흰색 칠을 한 외양으로 이름을 지었다. 중국에서 황제의 상징색으로 자주색을 쓴 것과는 비교가 된다. 지금 시진핑 씨가 살고 있는 곳이 자주색인지는 모르겠으나 색깔로 신분을 표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별 의미 없이 사용하는 것 같다. 무지개 색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제자가 있다. 이제는 색깔의 의미를 연구하여 생활에 적용하는 것도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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