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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폐갱(廢坑)으로 처리해야 할 위험한 곳에 탄부들 들이밀어

“오소리 굴 같은 지하 막장에서 곡괭이와 삽으로 석탄을 캐다”

  • 박주희 시민기자 ppak1510@naver.com
  • 입력 2020.12.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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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에서 석탄을 채굴하는 북한 탄부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쳐]
탄광에서 석탄을 채굴하는 북한 탄부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쳐]

[국민투데이 박주희기자] 80일 전투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북한 탄광 광부들이 비참한 노동환경에서 혹사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먹지도 못한 탄부들이 석탄 생산계획에 내몰려 곡괭이로 석탄을 캐는 원시적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RFA가 전했다.

평안남도 개천 탄광에서 일하고 있는 한 탄부 소식통은 해당 매체에 “내일(29일)이면 생각만 해도 밸이나는(분통터지는) 80일 전투가 끝이 난다”면서 “오소리 굴 같은 지하 막장 탄굴에서 80일 동안이나 석탄을 캐느라 거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80일 전투 기간 북한 정권은 석탄 생산계획을 무조건 수행하라고 탄광에 내리 먹이면서도 탄을 캐내는데 필수인 발파 폭약을 비롯한 채굴 장비를 전혀 공급해 주지 않았다”면서 “탄광에서는 새로운 탄갱 발굴도 못하고 이미 반복 채굴한 탄갱에 탄부들을 밀어 넣고 곡괭이와 삽만을 이용해 석탄을 캐도록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천 미터 지하 막장에서 온전히 인력으로만 석탄을 캐내는 탄부들은 봉건시대 노예노동이나 다를 게 하나도 없다”면서“제대로 먹지 못해 비쩍 마른 탄부들이 채굴설비도 없어 곡괭이나 삽을 손에 들고 깊숙한 탄갱으로 걸어 들어가 곡괭이로 석탄을 캐내고 있는 비참한 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탄갱 안에는 갱에서 캐낸 석탄을 나르는 광차 철로가 놓여 있지만 전기 공급이 끊겨 석탄을 실은 광차도 탄부들이 인력으로 끌고 있다”면서 “하루 종일 곡괭이로 석탄을 캐낸 탄부들은 저녁부터는 캐낸 석탄을 광차에 싣고 수십 리 갱 구간을 길게 연결된 광차를 끌고 갱 밖으로 나온 이후에야 퇴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북한 탄광 소식통은 “평안남도의 개천, 안주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는 유연탄과 무연탄이 무진장 묻혀 있는데도 탄갱을 개발하는 발파 폭약이 없어 석탄 생산이 지지부진하다”면서 “탄광이나 다른 광산 운영에서 필수품목인 발파 폭약은 그동안에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 왔다"라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국경무역이 막히면서 발파 폭약이 수입되지 못하자 평안남도의 탄광들에서는 함경남도 흥남에서 생산되는 폭약을 구입해 사용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된 발파 폭약은 질소 암모니아 함량이 지나치게 적고 폭파 범위가 좁아 탄광용 발파 폭약으로는 쓸 수 없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다 나니 탄광에서는 당국이 벌려 놓은 80일 전투 기간 새로운 탄밭을 조성하지 못하고 폐갱으로 처리해야 할 위험한 탄갱에 탄부들을 들이밀고 곡괭이로 석탄을 캐도록 하고 있어 탄부들의 분노와 원망이 쏟아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북한 탄부 출신 탈북민 김 씨는 <국민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탈북 전 양강도 혜산 탄광에서 일했다. 해마다 연 말이면 연간 계획을 수행하느라 하루 12시간 넘게 막장(탄갱)에서 나오지 못했다.”면서 “막장에는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컴컴한 데다 캐낸 석탄을 인력으로 화차에 담았다. 탄광 노동자 합숙에서 식사를 공급하고 있지만 양이 적다. 식사 후 두 시간 정도 일하면 온몸에 기운이 없어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라고 증언했다.

그는 “지금도 북한 탄부들은 열약한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다. 탄광에서 사고가 나도 북한 정권은 그에 대한 보상이나 치료를 해주지 않는다. 남한에 와서야 나는 컴컴한 막장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당제8차 대회를 맞으며 진행된 80일 전투 총화에서 수많은 탄광들이 새로운 발파방법을 창안 도입하여 80일 전투 계획을 완수했다고 보도했으나, 현지 소식통들은 80일 전투 막바지에도 대부분의 탄광들은 석탄 생산계획 완수는 고사하고 석탄 생산을 아예 중단했다고 현재의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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