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리와 나가리
고도리와 나가리
  • 최태호 스폐셜 컬럼
  • 승인 2021.01.1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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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일본어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지난 번에는 의복과 관련된 일본어를 알아보았다. 미싱이라는 말이 머신(sewing machine)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많은 전화와 격려의 글을 받았다. 이번에도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일본어를 살펴보기로 한다. 명절이 다가와서 설날과 관련된 단어를 찾으려고 했더니 나이 탓인가 화투판이 먼저 생각난다. 많은 사람들이 화투를 즐기고 있는데,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 많다. 언젠가 모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해서 유명해진 단어가 바로 ‘대박’인데 이것도 놀음판에서 유래한 말이다. 장땡이니, 땡땡구리니 하는 말이 모두 투전판의 용어임을 알아야 한다.(과거 <국민투데이>에 상재함)

이번에는 오락 중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일본어를 살펴보고 적당한 우리말을 찾아보기로 한다.

고도리(ごとり)五鳥→새 다섯 마리(새잡기)

명절에 식사 후 가장 많이 하는 놀이 중의 하나가 ‘고도리(고스톱)’이 아닌가 한다. 과거에는 고도리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았는데, 요즘에는 고스톱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점수가 3점이 되면 그만 둘 수(stop)도 있고, 더 큰 점수를 얻기 위해 더 할 수(go)도 있기 때문에 이름이 바뀌고 있는 단계에 있다고 본다. 이왕 이름을 바꿀 바에는 우리말로 ‘새잡기’놀이라고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고도리(ごとり)는 새 다섯 마리(五鳥)라는 뜻이다. 그래서 화투를 치다가 새 다섯 마리(흔히 이매조 열 끝 자리, 흑싸리 열 끝 자리, 팔 열 끝 자리에 있는 새를 모두 더하면 다섯 마리임)를 먼저 얻으면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이다. 물론 그 외에도 청단, 홍단, 피박, 광박 등의 다양한 용어가 있지만 오늘은 주로 잘못 쓰이고 있는 용어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도 신림고등학교에 근무하던 시절에는 퇴근 후 많이 즐겼던 놀음(?)이다. 이미 고인이 되신 분도 있고, 모두 퇴직해서 지금은 그냥 그 시절이 그립다.

반까이(ばんかい) → 만회(挽回)

지금은 퇴직한 국어과 후배가 늘 화투판에서 “반까이”를 외치곤 했다. 그때는 ‘반으로 나누자.’는 말인 줄 알았다. 실제로 그 친구가 이 단어를 사용할 때는 ‘go’를 외친 사람에게 바가지를 씌우고자 할 때였다. 그래서 수익금(?)을 반으로 나누자는 말로 착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 실생활에서 학생들 간에 ‘반까이’하자는 말을 가끔 듣는데, 이때는 정말로 “반으로 나누자!‘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반까이(ばんかい)란 잃었던 것을 만회한다는 뜻이니,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말이 전혀 다른 의미로 쓰고 있는 것이었다. 그냥 한자어를 사용해서 만회하자고 해도 좋은데, 굳이 반까이라고 하는 것은 아마도 이 판에 통용되는 용어들이 거의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중 많이 쓰는 것 중의 하나가 다음의 나가리가 아닐까?

나가리(ながれ)→ 유찰(流札)

화투판에서 나가리(ながれ)가 되면 판이 커진다. 다음 판은 ‘배 판’이 되어 판돈이 배로 올라간다. 그래서 나가리가 되면 판만 커지고 벌금도 커진다.(고도리(고스톱)은 규칙을 정하기 나름이다) 원래는 유찰(流札)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일본식으로 발음해서 나가리라고 하지만 유찰된 것이니 실제로는 가격(투전?)이 반으로 줄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이 단어는 실생활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다. 뭔 일을 하다가 잘 안 됐을 때 ‘나가리됐다.’고 하는 데 이 역시 바람직한 표현이 아니다. 이런 식의 용어는 많이 있다. 정리해 보면 ‘똔똔(とんとん)이다 → 본전이다(본전, 본살도 투전판의 용어임 : 득실이 없을 때 쓰는 표현임)’, ‘고리(こうり → 개평(원래는 이자를 의미하는 말인데, 투전판에서는 ‘개평’을 뜯는다고 한다.)’ 노름판에서는 딴 사람은 없고, 모두 잃은 사람뿐이고, 번 사람은 개평 뜯은 사람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실 생활 속에서 투전판의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그 속에는 일본에서 유래한 것도 엄청나게 많다. 그저 웃고 즐기기에는 지나치게 우리말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두 우리말로 바꾸고 싶지만 언어의 사회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리 쉽지는 않다. 언중들이 빨리 일본어의 잔재를 떨어버리고 우리말을 찾았으면 좋겠다. 필자의 집안은 온통 교사(선친, 중부(仲父), 계부(季父), 형님 내외, 필자 부부와 두 자녀 등 합하면 200년?)뿐이다. 명절이 되어도 노름하자는 사람은 사업하는 막내뿐이고, 다른 형제들은 수다나 떨고 있는데, 꼭 교무회의하는 것 같다. 참 재미(?) 없는 집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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