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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 ‘모금운동’ 파철수집

  • 이도건 시민기자 bandi0413@naver.com
  • 입력 2021.01.08 17:20
  • 수정 2021.01.1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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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평양 노동신문 2021.1.4. 황해북도에서 강철전선을 힘있게 지원]
[출처=평양 노동신문 2021.1.4. 황해북도에서 강철전선을 힘있게 지원]

[국민투데이=이도건기자] 북한의 새해 신축년(辛丑年) 첫 전투는 틀에 매인 형식으로 시작되곤 한다.

이러한 진위는 북한관영매체의 보도에서 여실히 알 수 있는 모습들이다. 북한은 전역에서 거름생산으로 농업전선을 지원하는 한편 파철로 ‘공업의 강철전선을 지원한다.’ 이러한 과제는 매해 새해가 되면 시작되는 첫 전투의 개념인 것이다.

주민들은 이러한 새해 첫 전투의 부담으로 ▲파철 수집▲인부수집▲파지수집▲파동수집▲토끼가죽수집 등 연간 부여되는 의무적목표가 따르게 된다.

이러한 북한의 내부는 여러 가지 형식으로 의무적과제가 주어지는데 소속에 따른 개별 부담이있고 각 가정의 세대별 계획이 추가로 부과된다.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부부는 물론 학생인 자식들도 각기 개별 계획이 있고, 인민반에서 부과되는 세대별 계획이 따른다.

북의 이러한 실태는 파철수매뿐 아니라 모든 정책과제가 그야말로 고혈을 짜내는 세부(의무)부담으로 집행되고 있다.

고혈은 형식적인 사회주의분배관리원칙 마저 경제계획에 준한 사회주의공급체계가 무너진 시국이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국가로부터 노동에 대한 초보적인 물질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오히려 주민들로부터 받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파철만 보더라도 해마다 진행되는 수집으로 북한 주민들은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

흔한 표현으로 전쟁시기에 불발탄이라도 있다면 서슴치 않을 정도로 방치된 파철을 주워 가겠지만 사정은 그러하지 않다. 더욱이 90년대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철이라고 생긴 것은 별의별 방법으로 밀수가 진행되어 사실상 원천이 고갈되었다고 봐야 한다. 북한 주민들의 눈에는 금덩이로 보이는 파철. 편자 버릴 쇠붙이 하나 얻기 힘든 형국에 해마다 파철수매계획이라니 어찌 부담이 아닌가,

전민적인 파철수매가 강철전선에 도움이 되는가를 따져보자

보통 노력자 1인당 연간 파철 수매계획은 20kg이다.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북의 현실에서는 엄청 큰 수량이다. 가족이 다섯이면 적어도 70kg에 세대별 인민반 계획까지 첨부하면 거의 100kg이 매해 계획이다. 결코 작지 않다. 절대로 미달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여서 더욱 그렇다.

신기한 것은 현물이 없는 상황에서도 계획은 무조건 수행 된되는 것이다. 역시 북한만의 독특한 사회운영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파철은 없지만 상대적인 가격은 존재한다. 현재 북한에서 파철 1kg에 북한돈 7000원으로 납부가 인정되고 있다. 하다면 초보적으로 북한돈 70만 원의 세부부담금이 도출된다.

70만 원이면 현재 북한 시세로 옥수수 350kg 정도이다. 일반인 두 명의 1년분 식량과 맞먹는다. 그러니 입에 풀칠하기 힘든 북한 주민들에게는 얼마나 큰 수탈이겠는가,

말하자면 파철이 현물로가 아니라 현금으로 수집되는 것이다. 그렇게 돈을 모아 크고 작은 제강소들에 가면 1kg당 1000~2000원 가격의 현금으로 파철수매계획영수증을 발급해준다. 북의 속담으로 '딸에게 판 강아지라더니' 파철을 팔고, 다시 그 파철을 지원받는 모든 공정을 앉은 자리에서 생략하고 간편하게 진행하는 것이다. 정전 이후 시작된 여유자재수집 명분의 파철수집운동은 결국 의무적이고 강제적인 ‘모금운동’으로 변하고 말았다.

계산해보면 받는 가격과 바치는 가격이 차이가 많다. 남는 돈은 어떻게 처리하는가? 어떻게 한다는 게 따로 없다. 바로 그런 가치공간을 노리고 분위기를 잡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정책과제 집행이지만 실상은 정책의 비호 밑에 조장되어 묵인되는 또 하나의 돈벌이 수단이다.

북한 내 모든 세부부담의 본질이 정책을 빙자하여 현물의 외피를 씌운 현금의 노골적인 수탈의 현장이다.

끝으로 북한 사회의 민낯을 낱낱이 담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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