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연재] 사기꾼들①
[장편연재] 사기꾼들①
  • 신상성 소설가
  • 승인 2021.01.12 01: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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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점사 교수들
안산 한양대역 빨강점 비둘기

국민투데이가 새해 신축년(辛丑年)을 맞아 지면섹션 단행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들을 준비했습니다. 본 기획물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실제로 피해를 본 당사자의 참여로 좀 과장된표현이나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 애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시는 애독자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바랍니다.
[편집자 주]

장편연재를 시작하며
(신상성 소설가.용인대)

동아일보 신춘문예(1979) 소설 ’회귀선‘이 당선된 이후, 장편으로는 이번 [사기꾼들]이 두 번째이다. 본 작가는 실제 모 사이버대학을 설립했지만 절친들에게 사기 당했다. 수십억 재산도 날리고 수 년 간 검찰에도 불려 다녔다. 극심한 공황장애로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그러나 안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딱 하나 나에겐 소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소설가가 아니었다면 자살하거나 정신병원에 감금되었을 것이다.

사기꾼들이 어떻게 개인과 가정을 치밀하게 파괴시켜 나가는가,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시킨 것이다. 사기꾼들이 더 호화판으로 잘 살고 있는 현실에 분노한다. 그들은 눈알을 더 크게 부라리고 어깨에 더욱 힘을 주는 사회구조에 절망한다. 악한은 그악하게 잘 살고, 착한 사람은 더욱 찢어지게 가난하게 찌그러지는 시스템에 절망한다. 사기꾼들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보다 더 악랄하게 우리 사회를 전염시키고 병들게 하고 있다.

착한 사람들의 허파를 독소로 순식간에 폭파시킨다. 독자들은 그런 히틀러 유전체들을 이젠 청소해야 우리사회가 조금은 정화될 것이다. 피해자들이 피눈물만 삼키며 참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제1부 사기꾼들

안산 한양대 전철역에 내렸다.

비둘기 떼들이 몰려온다. 10월의 비둘기들은 괜히 쓸쓸하다. 흑회색과 진보라색이 주는 몸빛이 흠칫 걸음을 멈추게 한다. 단테의 ‘신곡’(Commedia)에 나오는 지옥의 입구같다는 생각이 피새났다. 서울에 있는 한양대와 달리 안산의 한양대 분교는 첩의 소생 같이 한발짝 밀려나 있는 이빨 빠진 느낌이다.

역 광장 넓은 터에는 바짓가랑이를 물고 흔들어대는 비둘기도 있다. 그 녀석 머리 뒤통수에는 동전 같이 빨강점이 록 떨어져 있어서 금방 구분이 된다. 늦은 오후 서쪽으로 떨어지는 황혼을 등허리에 받고 비둘기 떼들은 낙엽들 같이 바쁘게 몰려다닌다.

안산은 중국으로 연결되는 서해바다가 가까워 오전보다는 오후가 더 찬란하게 빛나는 도시이다. 늦게 깨어나는 알일까. 늘 서울보다 한발 늦는 것 같다. 이상하다. 이런 생각은 나만 그런 것일까. 안산이라는 도시는 그대로인데 사람들 생각에 따라 제각각으로 쪼개진다. 이렇게 신나게 춤추며 노래하는 비둘기들도 사람들이 노래한다는 것이지 실제는 그들 사이의 대화인지도 모른다.

또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라며 유엔 깃발에도 그려져 있지만 실제 그들의 눈빛을 보면 충혈된 빨간 눈동자가 섬뜩하다. 아니 그래도 특히 유럽 사람들은 검정 비둘기조차 평화롭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분수대 앞 오트리 햅번의 하얀 치마 끝을 따라 다니는 검정 우산 같은 비둘기 떼들도 자유와 평화의 상징이라니. 어쨌든 세상은 모르는 것뿐이다.

언젠가 작년 이맘때쯤 장대비를 그대로 맞고 있는 비둘기에게 다가갔다. 슬쩍 밀어보니 꿈쩍을 않는다. 손끝에 파르르 떨림만 전해졌다. 교수회의 시간이 촉박해서 그냥 건널목을 건넜다. 모퉁이를 돌다가 뒤돌아보니 차가운 가을비가 벌렁 자빠져 있는 녀석의 가슴을 때렸다. 뒤돌아 다시 건널목을 되돌아 왔다. 두 손으로 받쳐보니 엉겨 있는 핏속에 한쪽다리가 z자로 구부러져 있다.

성삼몽은 녀석을 안주머니에 넣고 뛰었다. 살벌한 난타전 교수회의는 끝날 줄 몰랐다. 비둘기도 안주머니에서 인간 사기꾼들 갖은 고성을 다 들었을 것이다. 밤12시 넘어 끝나 퇴근하면서 학교 앞 약방에서 소독약과 붕대를 사서 치료를 했다. 어떻게 할까. 집에 가지고 갈까. 한대역 앞 오뎅집에서라면 부스도 하나 얻어서 큰 고목나무 속에 밀어넣었다.

그렇게 인연이 된 게 빨강머리 비둘기 새끼이다. 녀석은 퐁 날아서 삼몽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허연 똥도 찍 갈겼다. 오랫만에 반갑당! 녀석도 은혜를 알고, 은인을 알아보는 것일까. 그가 지하철 역전에 내리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붕붕 날아와 바짓가랑이를 끌어당기며 아는 체를 하는 것이다.

오늘 교수회의는 성울사이버대학의 마지막 회의이다. 폐교냐, 강탈이냐, 아니면 매매를 위장한 장난이냐, 하는 코미디 같은 살인행위이다. 이미 기울어진 상태에서 성삼몽 이사장이 마지막 마침표 찍는 형식만 남은 것인지도 모른다. 역 앞 건널목을 건넜다. 대학은 바로 코앞에 위치해 있다.

서울 광화문 대로 같이 양쪽에 쭉 뻗어 있는 큰길가에는 ‘24세기 사우나탕’ 간판이 제일 높이 떠 있고 양 옆으로 약방 부동산 천원커피 등 신경질 나게 이어져 있다. 신흥개발 지역으로 시작한지 몇 년 되지 않아 좀비 같은 상가가 미친년 볼기짝 같이 궁둥이를 내밀고 있다. 이빨 빠진 항아리 같은 골목길 사이로 자줏빛 문신을 대놓고 흔들고 다니는 건달패들도 날짱거린다.

학교를 빼앗긴다고 생각하니 우선 수 십 억 빚이 먼저 핏빛으로 터진다. 2002년 금년 대학설립을 하기까지 약5년간 얼마나 피말리는 시간이었던가. 이젠 타 대학과 같이 학생모집만 순조롭게 하면 모든 게 잘 돌아가는 로또 빛이다. 약5백여명 신입생 등록금으로 약3십명 교직원들 월급 등 충분히 운영할 수가 있다. 조금 절약하면 5년간의 대학법인 부채도 매년 조금씩 갚아나갈 수가 있다.

대학인가 당시 교육부에 제출한 장. 단기 학교발전 계획대로라면 약5년 후에는 전국 약5군데 거점도시에 분교를 설립 확장하고, 10년 후에는 특히 베트남 등 동남아 개발국가 약8개 나라에 협력대학을 만들 기획이었다. 그것은 성삼몽 교수가 용가리 대학에서 평생 봉직하면서 몸으로 터득한 운영방법과 기술이어서 가능한 기획이다.

약20년 후이면 아세안 국가에서 사이버 대학으로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보다 더 잘 나가는 사이버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가 있다. 사이버 교육이라는 특수한 교육생태계는 거창한 구글과 같은 구조가 필요없다. 국립 이스라엘 대학과 같이 작지만 실용적인 글로벌 강의 콘텐츠를 얼마든지 개발할 수가 있다. 결국 미래의 모든 대학은 콘텐츠 싸움이다.

그래서 성 교수는 이 성울사이버대학 이외에도 남태평양 피지FIJI 국가에도 실제 대학을 또 설립했다. 그 수바외대는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 대학이다. 남태평양 타히티 등 22개 섬 나라에 한국어 사이버 교육망을 기획한 것이다. 오늘 날의 한류 K- 한국교육이다. 그러나 너무 앞선 것일까, 도중하차 되었다.

특히 성울대는 전혀 엉뚱한 암초에 걸린 것이다. 가장 믿었던 기한유 교수 등 대학 후배들과 친지들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살모사들 가운데도 독성이 가장 치명적인 칠점사 교수들이다. 길거리를 배회하는 노숙자 직전의 기한유를 신생대학의 교무처장에 전격 앉혀 주었더니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 한대 전철역 광장의 빨강머리 비둘기도 은인을 알고 따르는데 그는 인간의 탈을 쓰고 대학을 강탈하는데 앞잡이가 된 것이다.
(다음편 제1부연속 14일자, 2.폐교냐,강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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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2021-01-21 21:11:23
만약 내가 소설가가 아니었다면 자살하였거나 정신병원에 감금되었을 것이다!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옵니다.
선생님, <사기꾼들> 정성으로 읽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 주세요. 사기꾼들, 저도 미워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