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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 사기꾼들②

2. 폐교냐, 강탈이냐

  • 신상성 소설가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1.14 01:05
  • 수정 2021.01.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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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밥 식당을 지나 4층으로 올라갔다. 사이버대학이라 운동장이 없고 일반건물 속에 있다. 인터넷 강의라 강의실보다 스튜디오가 더 중요하다. 대학본부는 4층에 교수연구실과 일반 교무 행정실 등은 3층에 있다. 4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이사장실로 들어가려는데 복도 옆 유리창에는 안산 00신문사 깃발이 비춰 보인다.

안 보려고 해도 유리창에 제일 먼저 반사되어 나오는 깃발이다. 일개 지방 신문사에 무슨 깃발인지 그 멧돼지 사장은 신문사 간판 이름도 유리창에 꽉 차게 사방에 붙여놓았다, 이 학교를 강탈해가는 총 기획은 이 깃발 속에서 나오고 있다. 교수들은 아침에 출근하면 학교로 오는 게 아니라 먼저 멧돼지 칠칠이 사장실에서 교수회의를 하고, 그 다음에 학교건물로 올라온다.

그날그날 학교를 어떻게 질식시켜야 하는지 치밀한 파괴공작 지침과 행동요령을 칠칠이 이사에게 듣는 것이다. 칠칠이 사장은 이 대학법인 이사이어서 학교의 모든 극비사항과 내막을 손바닥 안에 쥐고 있다.

성삼몽이가 이사장실에서 나와 3층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퍽! 뭔가 눈알을 강하게 때렸다. 어엉? 두 손으로 눈을 감싸자 노란 계란물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손수건으로 닦으려는 찰라 계란이 연달아 터졌다. ‘이사장 성삼몽 날강도 새끼 물러가라!’ ‘총장 성삼몽 횡령한 돈으로 우윳값 내놔라!’

누군가 뒤에서 물 바게쓰를 엎었다. 머리끝에서부터 물벼락이다. 이미 복도에는 시뻘건 머리띠를 두른 교수와 직원들이 퍼져 앉아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 뒤돌아 다시 4층으로 올라갈까 하다가 그대로 회의실 쪽으로 진행했다. 이게 어디 한두 번인감. 뒤돌아서면 그들은 더욱 기세 좋게 난동을 부린다. 뒤에 있던 하근육 총무처장이 두 손 비비며 소리쳤다.

“여러분! 일단 들어가서 의논합시다. 여기서 또 이런다고 우윳값이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오늘이 법적으로 중요한 고비가 아닙니까?”

“자아, 시간 낭비하지 말고 우리가 소원하던 방향대로 가고 있능겨, 앵간치 좀 해뿌러.”

“넌 머야, 어느 쪽이야, 똑바로 안하믄 너거덜 콩밥 먹여 줄텡께네”

우와앙, 박수소리를 뚫고 처삼간 기획실장도 튀어나와 말렸다. 그가 앞장서서 그 뒤를 따라 섬 이사장도 겨우 회의실로 들어갔다. 금년 3월 교육부로부터 처음 인가난 신생대학이라 교수들이라고 해야 열 명 정도이다. 교무행정 직원들까지 다 해야 3십명도 안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파괴공작은 치밀하고 잔인하다.

“이런다고 이 대학이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여러분, 지금이라도 신입생 모집을 하면 얼마든지 본교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 밀린 월급도 다음 달부터 바로 지급될 수 있습니다.”

철제 의자가 날아와 머리통을 갈겼다. 물 바게츠도 또 쏟아졌다.

“얏, 사기꾼아, 입 닥쳐! 아직도 혓바닥은 시퍼렇게 살아있넹”

“요 이사장 새끼, 뒈져봐라!”

앞줄에 앉아 있던 기한유 교수가 벌떡 일어나 성삼몽 이사장의 모가지를 뒤에서 비틀었다. 자기의 혁대를 풀어서 감은 것이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침을 퉤 퉤 뱉었다. 그것을 기화로 육시할 교무과장이 철제 의자로 유리창을 차례대로 깨부수었다. 와장창! 바깥에서 비명소리도 연달아 터졌다. 그래도 속이 안 찼는지 뜨겁게 물을 끓인 물 주전자를 그의 머리 위에서 천천히 부었다. 앗 뜨거! 그렇지만 이런 집단 린치 앞에 어쩔 것인가.

개똥녀 사회복지학과 신임 여자교수가 전화선 줄을 끊어와서 이사장의 양 손목을 의자에 묶었다. 그녀의 남편이 민노총 고급간부라고 했다. 개원정 교수와 김필리 행정직원 등은 옆방에서 청소용 마대 자루와 책들을 가져와 쌓았다. 생쥐 처삼간 실장이 거기에 라이터 불을 붙였다. 신문지에 옯겨붙은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다.

탁호림 교수 등 일부가 달려들어 신사복 웃옷 등으로 덮었다. 그러나 막무가내이다. 당장 죽여라앗! 회의실은 순식간에 평양의 인민재판장으로 돌변되었다. 서로들 기한유에게 잘 보이려고 더욱 더 거칠어졌다. 기 교수가 이번 주도한 쿠데타에서 나중 공과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경쟁해야 한다.

문이 확 열리며 칠칠이가 소리쳤다. “야, 빨리 119 불러!” 그의 뒤로 소방 호수를 옆에 낀 그의 신문사 직원들이 천정에 물을 뿜었다. 회의실을 홀랑 삼킬 듯 하던 불길이 조금씩 잡혔다.

“햐아, 교수님들 이게 뭔 짓들입니까? 이게 민주국가의 대학입니까. 나참, 보다보다 별 걸 다 보네요. 잉? 이거 대낮에 깡패짓 아닙니까?”

그 신문사 직원이 카메라 플래시를 마구 터뜨렸다. 아마 내일 제일신문사 1면 톱 칼라 사진으로 또 보도될 것이다. 직원 하나가 성 이사장의 입에 마이크를 갔다 대었다. ”성삼몽 이사장님은 왜 교직원들 월급을 석달 씩이나 안주고 있나요? 임금 체불 3개월이면 학교 문 닫아야 되능거 알지영”

탁 교수가 그제서야 그의 목에 감긴 가죽 띠를 풀어주었다. 기한유는 이런 협박을 한다고 해서 성 이사장이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성 선배가 악명 높은 제1공수 특전단 출신에다가 시체가 쌓이는 월남점을 겪고 나온 경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6.3 사태 때 남산대학 재학생들의 우상이었다는 것도 진작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나 우상이 되는 게 아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죽기 아니면 뻗기다. 이번 쿠데타가 성공하면 자기가 총장이 되고 논산의 대지주 외삼촌을 모셔다 앉혀 놓으면 만사 오케이다. 지금 성 선배는 한번 먹고 죽자고 해도 돈이 없다. 약5년간 자기가 그의 비서실장으로 따라다녀서 잘 안다. 요때 성 선배를 홀랑 빨가벗겨서 대학을 똥값으로 넘겨받자는 기똥찬 기획상품이다.

여기에 결정적인 힘이 되어 준 것은 역시 칠칠이다. 징그러운 비단구렁이같이 맨 몸을 칭칭 감는 영감이지만 머? 알싸한 대학을 하나를 강탈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스탈린이면 어떻고 히틀러면 더욱 좋다.

성 이사장 이마에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 제2장의 첫 구절과 그림이 나타났다. 물론 이탈리아 원어이다. 이 위급한 와중에도 단테가 생각나다니?

‘지옥은 지표에서부터 불타올라 지구 중심에 이르는 지하의 심연이다. 늪이나 호수에서는 악취와 증기가 피어오르며,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 열풍, 쏟아지는 비와 우박으로 하늘은 잠시도 조용하지 않았다. 미식가들도 더러운 것들을 마구 먹어야만 하며, 낭비가들과 탐욕가들도 결코 재산을 손에 넣지 못한다’

성경 구절같이 생생하게 이마를 긋는다. 단테같이 가톨릭 신자도 아닌데 좀 우습다. 어두운 숲 속 그림 속에는 단테가 공포에 가득 찬 채 뒤돌아보고 있다.

‘증오심에 불타는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싸우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피가 흐르는 강 속으로 빠지고, 뜨거운 사막 위를 걸어야 하는 동성연애자들의 머리에 불이 쏟아진다고 적날라 하게 묘사한 지옥문 앞에서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된다. 또한 그의 인생을 괴로움 속에 빠뜨렸던 위선적인 피렌체 시민, 그의 재산을 약탈한 사기꾼들과 탐욕스러운 횡령꾼들이 펄펄 끓는 기름 가마 속을 떠다니는 광경을 보게 된다.’

이미 칠칠이 사장의 각본이란 것도 성삼몽은 다 안다. 그들이 그럴수록 스로의 손목에 수갑 톱니바퀴만 점점 더 옥죄일 뿐이다.
(다음편 19일자, 3.수지빨의 음모)

◆국민투데이가 새해 신축년(辛丑年)을 맞아 지면섹션 단행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들을 준비했습니다. 본 기획물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실제로 피해를 본 당사자의 참여로 좀 과장된표현이나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여 애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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