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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 사기꾼들⑤

2. 육시할 살모사

  • 신상성 소설가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1.26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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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망을 잘 이용하는 것도 민주주의이다. 더구나 지금은 기한유 손아귀 속에 숨죽이고 있는 성삼몽 총장이다. 기 교수는 초대 교무처장으로서 교수와 직원도 직접 뽑았다. 성 총장이 모든 것을 믿고 그에게 전권을 맡긴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발령장을 쥐자마자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쿠데타 계엄사령관이 되어 이제는 역으로 성 총장의 목숨을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M전문대 학부모들 뿐 아니라 학기 초부터 날아든 광화문약국 정 원장의 극한투서도 그냥 이젠 휴지 쪽에 불과하다. 기한유는 애꾸눈 그 약국친구 때문에 사기횡령 죄목 등으로 영등포 구치소에서 별을 하나 더 달아 중장이 되었다.

육시할은 살모사보다 더 독사 같은 악마성을 가진 시인이다. 그놈은 기한유가 새로 취업하는 직장마다 어떻게 냄새를 맡는지 사냥개 같이 찾아내어 1인시위에다가 투서질이다. 기한유는 남산대 국문학과를 졸업하자 문학평론가로서 국한문학협회 사무국에 근무했다. 당시 90년대 초 그 문협에서 전국 문인들을 위한 주택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그때 용인시 고기동에 문인주택 땅 분양을 하며 총무를 보았다.

전국의 문인들 약250여명이 다투어 분양을 받았다. 정부에서 문인들을 위해 싸게 지원하는 것이며 더구나 중앙 문협이어서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그냥 믿고 분양금을 기한유 총무계좌로 입금시켰다. 그 광화문 약국 원장 시인 등은 아예 집을 팔아서 여러 필지를 분양 받았다. 그러나 사기였다. 차도 못 다니는 깊은 산골짜기 바위산인데다가 고압선이 거미줄마냥 얽혀 있는 곳이었다.

그 약국 시인은 피해자 대책위 공동대표로서 기한유 등을 사기로 고발했다. 법정에 쫓아다니느라 신경성 당뇨에 백내장에 실명이 되어 애꾸눈이 된 것이다. 결국 기한유 등은 ‘공금횡령, 사문서위조 및 부동산 사기죄’ 등으로 몇 년 간 콩밥을 먹고 나왔다. 덕분에 그때 꼬불쳐 놓은 돈으로 강원도 땅도 차명으로 해두었고 천호동 아파트 등도 챙겨놓은 것이다.

그렇게 일단락 된 사건을 두고 애꾸눈 시인은 구체적 판결문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도 하고 검찰과 국민고충위원회 등 마구 투서질이다. ‘여제자 강간범에다가 부동산 사기꾼이 어찌 대학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칠 수가 있느냐?’ 뒷문으로 들어가면서 이층 유리창에서 내려다보니 어제도 하루 종일 주먹질 구호이다. 재수없는 놈이다.

그때 좀 장난했기로서니 감옥에 처넣다니? 자기 집 몇 채가 날아갔다고 길길이 날뛰고 다닌다. 벌써 7년전 일이고 더구나 그 기획부동산 사기죄로 콩밥도 먹고 오지 않았는가. 소위 대형약국 약사가 자기의 당뇨병 하나 치료하지 못하고 애꾸눈이 되었다고 나에게 두고두고 원한을 가진다는 것은 좀 억울하다.

모처럼 감지덕지 교수자리를 얻은 성울대학까지 찾아와서 지랄한다는 건 약비나는 일이다. 아마 그 애꾸눈은 기한유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 쫓아다니며 투서질하며 복수할 것이다. 그는 찝차 밖으로 침을 택 뱉었다. 가래침이 빽 미러에 누렇게 붙어 흘러내린다.

개똥녀 교수와 함께 최근에는 건축회사 사장년 때문에 죽을 맛이다. 기한유가 M 전문대 문창과 교수로 있다가 여학생 성추행 강간사건이 들통나 쫓겨났다. 갈 데가 없어서 실업자로 빌빌대며 동네 백화점 문학강좌에 기웃거릴 때 그 사장년을 만났다. 백화점 문화강좌라는 게 사기이다.

알량한 낙서쟁이들이 교수라는 명함을 돌려서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팔아먹고 한용운의 날카로운 첫 키스를 실제로 해봐야 시가 나온다면서 사기치는 곳이다. 최근에 고 사장년에게 코가 꿰어 거역도 못하고 모텔에 또 끌려 들어왔다. 점심도 못 먹은 채 중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천호동 네거리 뒷골목에는 호텔이 유난히 많이 숨어 있다. 실제는 모텔이지만 호텔 간판을 달고 있다. 기한유는 그중 아늑한 모텔을 자주 이용한다. 백화점 문화센터 오전 문학강의가 끝나자 또 고 사장년이 칭얼거렸다. 이렇게 폭우 쏟아지는 날은 마음도 심난해서 그냥 집에 가서 자빠져 자고 싶은 생각뿐이다.

고 잡년은 툭 하면 고발하겠단다. 이미 기한유의 과거를 냄새 맡고 있다며 눈알을 부라린다. 할 수 없이 커피물만 한잔 타 먹고 팬티를 벗었다. 아직도 두 다리를 V자로 쫙 벌린 채 칭얼대고 있는 그 잡년의 검은털 솔숲에 피우던 담뱃재를 탈탈 털었다.

신재효가 불렀던 옹녀의 ‘가루지기타령’의 가로질러 자세이다. 막대기를 직각으로 넣어서 떡방아를 찧으려면 남자들에겐 중노동이긴 하지만 입맛은 그중 제일 낫다. 쥐겨준다.

“머, 기 교수야, 벌써 막대기가 팍 죽었나 벼? 30분도 안 됐는디, 씨이팔!”

“요년이, 스승님에게 씨팔이 머냐?”

“그럼, 씹할이 아니면, 좃빨이냐, 여대생 강간하거나 착한 선배들 뒤통수나 치는 배신자 새끼 주제에 먼 스승이냐?”

“헐, 요 잡년이 쇠푼 좀 있다구, 요샌 아주 노골적으로 주둥아리 놀리는 거 봐, 나참.. 야, 쫙 더 벌려봐 느기미,”

”머 허능겨, 개미 새끼가 구멍 청소하능감, 기척도 없능게“

“요 옹녀년아, 좀 쉬었다 허자, 거기에 참기름 통이나 좀 뒤집어 봐라, 이제 물도 잘 안 나오는 갱년기에 기를 쓰네.”

그러면서 기한유는 아까 마시다 남은 맥주를 그 사장년 구멍에 부었다. 노랑 탱탱한 물이 시트 위로 흘렀다. 회색 담뱃재도 씻겨 나왔다. 다시 맥주병을 구멍에 대고 거꾸로 부었다. 그제서야 그미는 할 수 없이 일어나 말 풍선 같은 두 개 엉덩이를 흔들며 개씹 같은 시키! 투덜거리며 샤워장으로 들어간다.
(다음편 28일자, 3.천호건축회사 여사장)

◆국민투데이가 새해 신축년(辛丑年)을 맞아 지면섹션 단행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들을 준비했습니다. 본 기획물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실제로 피해를 본 당사자의 참여로 좀 과장된표현이나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여 애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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