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카리스마의 여인(?)
섹시한 카리스마의 여인(?)
  • 최태호 스페셜 칼럼
  • 승인 2021.01.18 05: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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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br>최태호 교수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

[국민투데이 전문가 칼럼=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어를 사용하는데 참으로 관대하다. 예전에 세종시에 출마한 사람과 대화를 하는 중에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난 건축가(?정확한 직업은 모르고 말하는 것으로 짐작하여)와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아마도 미국에서 공부를 했는지 사용하는 용어의 대부분이 영어가 아니면 프랑스어였다. 물론 예술에 관한 내용의 대화였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지만 와인 얘기부터 건축얘기, 예술가 얘기 등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간에 그의 문장의 영어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예를 들면 “좀더 디테일하게 익스플레인한다면, 아티스트는 네임 밸류에 따라 프라이스가 달라지지요.”와 같은 식이었다. 한국어로 해도 충분히 가능한 대화였는데, 그는 굳이 영어를 주로 사용했고, 모두 그의 해박함에 머리를 조아렸다.(사실 그는 미국 근처에도 가 보지 않은 사기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청중을 유도하고 현학을 자랑하려면 외국어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것 같았다. 그 후 그에 대한 소문을 들었는데, 여러 사람으로부터 투자 명목으로 돈을 받아서 가로챘다는 것으로 별로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대화할 때에는 외국어보다는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여러 사람이 이해하기는 쉽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외래어라고 해서 우리말처럼 쓰는 경우도 있다. 텔레비전이나 오디오, 비디오, 컴퓨터 등과 같은 용어가 그것이다. 굳이 우리말로 바꾸지 않고 외국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인데, 이런 것들은 이미 생활화되어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디테일하게 설명한다’든가 ‘자꾸 디레이된다’든가 하는 말은 굳이 영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섹시’와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아닌가 한다. 먼저 ‘카리스마’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자. “1.예언이나 기적을 나타낼 수 있는 초능력이나 절대적인 권위. 신의 은총을 뜻하는 그리스어 ‘kharisma’에서 유래하였다. 2.대중을 심복시켜 따르게 하는 능력이나 자질.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가 지배의 세 가지 유형으로 합리적 지배, 전통적 지배와 함께 카리스마적 지배를 든 이후로 일반화하였다.”고 되어 있다. 그러니까 카리스마란 ‘초능력’이나 ‘심복시키는 자질’을 지칭하는 것이다. 초능력의 섹시(?)라는 말이 과연 가능한 말인가?

그렇다면 섹시란 무엇인가? 영어로 ‘sexy’라고 쓴다. 우리말로 ‘성적인 매력이 있는, 혹은 도발적인. 요염한, (성적으로)흥분한’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면 ‘섹시한 카리스마’를 우리말로 옮기면 ‘성적으로 흥분한 초능력’이 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성적으로 흥분하면 초능력을 발휘하기라도 하는 것인가? 아니면 관능적인 여인(?)이 심복시킬 정도로 지배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인가?

필자는 국적 없는 단어에 대해서 자주 말을 해 왔다. 그저 외국어를 조합해서 우리말인 것처럼 꾸미고 그걸 좋다고 유행어로 활용하는 사람들을 비판해 왔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되지도 않는 용어를 조합하여 문장을 만들고, 그것으로 광고 문안으로 활용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다 보니 언어도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변한다. 미장원에 갔더니 염색약을 고르라는데, “다크 브라운으로 할까요, 다크 블루로 할까요?” 하고 묻는다. 그래서 “암갈색으로 해 주세요.”라고 했더니 “예? 무슨 색이요?”하고 되묻는다. 참으로 이상한 나라다. 우리말로 “암갈색, 암청색”이라고 하면 알아듣지 못하고 영어로 해야 이해하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필자도 고등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다크 브라운’이라고 해서 못 알아듣는 것은 아닌데, 우리말로 했더니 미장원 사장님이 알아듣질 못한다. 하기야 미장원이라고 표현하는 필자의 무지함도 작용하는 것 같다. 요즘 ‘헤어 숍’, ‘헤어 디자이너’ 등이라고 해야 하는데 무식한 필자가 미장원이라고 했다. 오호 통재라!

외국어를 사용할 때는 꼭 필요한 것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굳이 한국어로 해도 좋은 것을 외국어로 한다고 하여 유식하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우리말을 잘 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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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2021-01-24 15:30:52
우리말을 잘 하는 것이 경쟁력 있는 시대가 되었다.
백배 공감합니다.
우리말 갈고 닦아 빛내겠습니다. 찬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