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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두려움 이기고 우뚝 선 ‘2020 K3리그 MVP’ 최용우

  • 강대학 기자 010@kukmini.com
  • 입력 2021.01.17 22:10
  • 수정 2024.04.2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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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데이 강대학 기자] “자신감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낸 것 같아요.”

최용우(33, 부산교통공사축구단)는 2020 K3리그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비록 우승은 김해시청축구단에 내줬지만 뛰어난 활약으로 K3리그 MVP와 득점왕, 베스트11 공격수 부문까지 석권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파주고-인제대를 거쳐 2011년 인천유나이티드 소속으로 프로에 입성한 최용우는 이듬해 태국,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와 목포시청축구단(당시 내셔널리그 목포시청)을 시작으로 경주한수원축구단(당시 내셔널리그 경주한수원), 포천시민축구단, 경주시민축구단 등에서 뛰었다.

K3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19년 포항스틸러스에 입단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프로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다시 K3리그로 돌아온 최용우는 2020년 통합 K3리그 출범과 함께 부산교통공사축구단에 합류했고, 정규리그 20경기에 출전해 15골을 몰아넣으며 팀을 K3리그 챔피언십으로 이끌었다.

비록 부산교통공사축구단이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최용우의 활약은 팀을 넘어 리그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14일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와 전화인터뷰를 가진 최용우는 “지난해 좋은 상을 많이 받아서 부담스럽지만 자만하지 않고 초심으로 훈련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부산에서 동계훈련 중이다. 벌써 2주차다. 열심히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해 K3리그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감사하게도 많은 상을 받았다. 사실 상을 생각하고 한 시즌을 치른 건 아니다. 포항스틸러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나왔기에 ‘내가 다시 부산교통공사축구단에서 잘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나를 실패자로 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즌에 돌입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팀에 처음 와서 동계훈련을 치르고 선수들과 발을 맞춰가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았다. FA컵 1라운드 때 김해시청축구단과 처음으로 경기(0-1 패)를 치르면서 생각보다 내 몸 상태가 좋다는 걸 느꼈다. 그 때부터 ‘올해는 나도 우리 팀도 뭔가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더라. 그 자신감이 시즌 끝까지 갔기에 좋은 성과를 낸 것이라 생각한다.

2020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김해시청축구단과의 상위스플릿 1라운드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원정 경기였는데 우리 팀이 이 경기 전까지 김해시청축구단을 이기지 못한 게 꽤 길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 경기를 2-0으로 이겼고 내가 골까지 넣었다.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기록을 깬 셈이니까.

지난해 다 가졌지만 팀 우승을 놓친 게 아쉬울 것 같다.

올해는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주축 선수들 중 일부가 빠졌지만 이 선수들을 대체할 만큼 좋은 선수들이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통합 K3리그 1년, 경험해보니 어떤지?

확실히 과거보다는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 스피드와 템포 모두 빨라졌다. 프로에 오래 몸담았던 선수들이 많아진 것이 리그의 퀄리티를 올린 것 같다. 지금의 K3리그를 보면 모두가 다 강하다. 그렇기에 상대 수비라인을 뚫는게 정말 어려워졌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K3·4리그 시상식에 참가해 입담을 뽐냈다. 트로피를 돼지 앞다리에 비유한 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최용우는 K3·4리그 시상식 때 기념 촬영에 임하면서 ‘트로피를 보니 돼지 앞다리가 생각난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웃음) 원래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걸 좋아한다. 시상식 때도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였기에 그런 멘트가 가능했던 것 같다. 평소 좀 엉뚱하고 남들이 안 보는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는데 시상식 때도 마찬가지였다. 트로피를 보면서 자꾸 말발굽과 돼지 앞다리가 떠오르더라. 말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이야기했는데 많은 분들이 재미있다고 말씀하셨다.

많은 관심을 받은 만큼 2021년을 준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웃음). 지난해 좋은 상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부담은 있지만 이 부담이 자만심이나 교만함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 것 같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이, 더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이번엔 꼭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주고 싶다.

옛날이야기를 해보자.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조기축구회를 매일 새벽마다 나가셨다. 내가 걷기 시작할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조기축구회를 다녔다. 그게 나한테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어찌 보면 조기교육인 셈이다(웃음). 그렇게 조기축구회를 따라다녔고, 1994년 월드컵과 1998년 월드컵을 보면서 축구선수의 꿈을 꾸게 됐다. 그 전까지는 축구선수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2011년 인천유나이티드에서 프로에 입단한 이후 이듬해 태국(오솟스파 사라부리FC), 일본(마츠모토 야마가)에서 선수 생활을 했는데?

대학에서 선수 생활을 한 후 프로에 올라갔는데 막상 프로에 가니 너무 힘들더라.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나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훈련도 힘들고 이래저래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벅찬 환경이었다. 결국 거기서 튕겨져 나와 태국에서 6개월간 지냈는데 문득 ‘다시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단주를 찾아가 계약 해지를 요청하고 일본 J2리그로 무작정 테스트를 보러갔다. 다행히 마츠모토 야마가라는 팀과 계약을 하게 됐는데 이 팀에서 뛰면서 일본 축구 스타일, 선수로서의 기량 등 많은 걸 배웠다. ‘이렇게 하면 내가 좀 더 세련되고 좋은 공격수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던 시기였다.

어떤 마음으로 한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나?

‘이제는 알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 어떻게 하면 험난한 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감이 잡혔다. 당시 내가 느낀 건 ‘공격수는 다른 것보다 골을 넣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골에 대한 집착이 생기니 영상을 봐도 득점 영상만 보고, 훈련을 해도 골을 넣는 훈련만 했다. 그렇게 점점 미쳐갔던 것 같다.

이름을 개명했다고?

2015년에 최수빈에서 최용우로 이름을 바꿨다. 최용우라는 이름은 예전에 지어놓은 이름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치렀던 첫 시즌 후반기에 부상을 크게 당했는데 그 때를 계기로 최수빈이라는 이름 대신 최용우로 이름을 바꿨다. 축구 선수같은 이름이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웃음). 한자로 얼굴 용(容)에 패옥 우(瑀, 패옥은 벼슬아치의 금관조복 좌우에 늘여 차는 옥을 뜻함 *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를 쓰는데 얼굴이 패옥처럼 될 것이라는 좋은 뜻이다.

경주시민축구단 시절 뛰어난 활약으로 ‘경주 카바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최용우는 2018년 경주시민축구단 소속으로 리그 19경기에 출전해 16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겠지만 유명한 선수의 이름이 자신의 수식어가 되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나도 어느 순간 ‘경주 카바니’라는 별명이 생겨 어딜 가나 그 얘기를 듣는다(웃음). 축구 선수로서의 컬러가 생긴 것 같아 만족한다.

장발, 노란 머리 등 특유의 헤어스타일도 화제다.

아버지가 예전부터 시력이 좋지 않으셨다. 그래서 처음에는 머리를 노란색으로 물들였다. 잘 보이시라고. 사실 선수들의 머리가 다 비슷하지 않나. 그래서 일부러 머리를 노랗게 했다. 그러다 사회복무요원이 되면서 염색을 하지 못하게 돼 그 때부터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경기장 안에서 찰랑찰랑 잘 보이라고 말이다(웃음).

포항스틸러스 시절은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은데?

프로에 다시 가기만 하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상황이나 심리상태 등이 안정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생활하다가 갑자기 소집 해제돼 포항에 가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려니 결코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아쉽다. 하지만 후배들이나 내 자식이 축구를 한다고 하면 해줄 말은 많을 것 같다. 이 시기는 내게 있어 인생의 큰 교훈인 셈이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팬들을 잘 만나지 못했다. 올해는 코로나19가 종식돼 팬들의 소리와 박수, 함성을 듣고 싶다. 유관중 경기가 재개되면 관중들 앞으로 달려가 멋진 골 세리머니도 펼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거창한 계획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현재 부산교통공사축구단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변함없이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최용우는 2021년 팀의 K3리그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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