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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 사기꾼들⑪

4-2. 멧돼지의 사과

  • 신상성 소설가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2.16 01:35
  • 수정 2021.02.1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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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났다. 용인 사기막골 근처의 쌩쥐 처삼간 줄공장이 새카맣게 타버렸다. 그 줄은 일반 끈줄이 아니고 특수하게 제작하는 줄이어서 피아노 줄 같은 한 개의 줄이 트럭 열대도 공중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초강력 고래심줄 같은 것을 만드는 특수업종 공장이다.

쌩쥐는 특허까지 내어 주로 일본 등에 줄 수출을 한다. 이삿짐센터 트럭 끈에서부터 부산항 콘테이너 박스 끈까지 제품도 다양하다. 잘 나가는 중소기업 사장이기도 한 그는 오전에는 줄 공장에 오후에는 성울대학 기획실장실 흔들의자에서 난장거리는 것이다.

멧돼지 하근육 총무처장도 그 줄공장의 경리과장 일을 동시에 보고 있다. 둘 다 고급 투잡을 하는 셈이다. 대학시절 하근육의 집은 서울시청 근처 현재의 롯데호텔 자리였다. 그가 그냥 버티고 있었으면 지금쯤 재벌이 되었을 것이다.

멧돼지가 또 불러내었다. 성삼몽이 퇴원한지 얼마 안 되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지랄인가, 그렇다고 학교가 위험하게 돌아가는데 그들과 얼굴을 맞대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대역앞 골목 식당에 들어가니 칠칠이와 홍난강 교수가 미리 와 앉아있다.

“그런데, 쌩쥐가 성 총장을 먼저 형사고발한 기라요. 나참 살다봉께네. 수원경찰서 형사들이 며칠 전 새벽 우리 집에 들이닥친 기라요. 엉, 내가 처삼간 줄 공장 불지른 방화범이라는 거에요 허참…”

멧돼지는 홍난강 교수 목덜미를 한번 갈겼다. 넌 왜 암말도 않고 있느냐는 눈도끼였다. 홍교수는 쏘맥을 같이 따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성울대 건물간판이 내다보이는 성삼몽에는 맥주 같은 노란 은행잎들이 노란 병아리들 같이 떨어졌다.

어, 벌써 가을이네에? 홍난강 교수는 그래도 아무 말하지 않고 있다. 물론 그는 기한유에 의해서 성울대에 들어왔지만 기교수가 떡값 수표를 안 준다고 왕따시키고 있다. 이미 같은 남산대 출신으로 성삼몽과 학교시절부터 다들 서로 잘 알고 있는 처지이다.

더구나 기한유와 처삼간 등이 날뛰는 것에 저항하고 있었지만 아무 힘없는 자기도 어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야, 성총장, 그때 수원 식당에서 너에게 손댄 게… 성삼몽 좀 미안허다. 그 쌩쥐 새끼가 결국 나까지 영창 보내려고 안 허나 미치겠네, 내가 쌩쥐 공장 사무실 금고를 훔쳤다는 거야, 그 비번을 아는 놈은 부사장인 즤 마누라와 경리담당인 나밖에 없응께네, 흐이그 이 썩을 눔의 세상.”

멧돼지의 시뻘건 핏발이 더욱 빨갛다. 민속촌 근처 식당에서 쌩쥐와 함께 성 총장을 폭행할 때도 이런 핏빛으로 돌변했었다. 왜 이들 뻐꾸기 새끼들이 또 찾아와 설레발치는지 곰곰이 찍어보고 있는 중이다.

약5년간 약100억대 대학설립 자금과 법인채무, 사채 빚덩어리를 낭떠러지에 떨어뜨린 천하 사기꾼들이 또 뭔가 빨대를 성삼몽 몸 어디에 꽂으려는가.

세상은 돌고돈다. 사람의 운명은 알 수가 없다. 당시 쌩쥐 처삼간이 남산대학 농학과에 다닐 때는 전북 부안 오지에서 올라온 깡촌놈이었다. 그래서 멧돼지 집에 하숙하며 얹혀살았다. 대부자인 하근육과 깡촌놈 처삼간의 위치는 같은 농업과인데도 성삼몽과 땅 차이이다.

그런데 지금은 뒤바뀌었다. 상전개벽 역전된 신분으로 처삼간 줄 회사 사장 밑에 경리과장으로 손 비비고 있는 것이다. 하, 세상이 수상하니…, 조선시대 김상헌의 시조가 생각난다.

TV 화면에선 처삼간의 줄 공장 검은 연기가 빨간 불기둥을 안고 사기막골 성삼몽을 덮었다. 칠칠이 차원졸 사장이 화면을 손가락질 하며 욕을 했다.

“그 새끼, 싸가지가 없어, 그눔의 시궁창 줄 공장 씨언씨언 허게 잘 타고 있구마. 크으, 그 쌩쥐는 다시 태어나도 쌩쥐야, 쥐새끼가 돼지새끼가 될 수 없거덩? 더구나 사람 새끼는 더더욱 안 되지… ‘처삼간’ 성 조차 쥐새끼 처(서)자 아냐?”

“낯짝도 영 판 쥐새끼 판박이 아닙니까? 사람의 근성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변하지 않습니더. 쥐새끼는 평생 수채 구녕에서 남의 썩은 창자나 쪼아 먹다가 뒈지는 거죠. 크으”

“처삼간 새끼 신혼 때부터 툭하면 즤 마누라 머리채를 휘어잡고 온 동네방네 다니며 폭행했어요. 이년이 신랑에게 더운밥 차려놓지 않고 식은밥을 내놓는다며 개망신 주곤하던 쌩쥐 새끼지예요. 인간의 폭력성도 유전이 되나봐유”

“맞아유, 성울사이버대학 처장급 삼총사가 다 같은 남산대 63학번이라캤지예. 또 같은 ROTC 5기로 서로의 똥구멍 냄새까지 잘 알겠네요. 오기는 오기로 산다 안 캅니까, 두 분은 농학과라 캤고, 성 총장은 국문과라 안캤능교?”

하근육 멧돼지가 더 큰 멧돼지인 칠칠이 맥주 컵에 쏘맥을 따라주며 대낮부터 히히덕거렸다. 덩치가 더 큰 멧돼지는 칠칠이 차원졸 쫄따구이다. 안산지역 지방신문 사장이다. 그는 성울대 근처로 신문사 사무실을 아예 옮겨왔다. 그러면서 기한유 등 반란패당들을 부추겨 민노총과 연결해 주는 등 성삼몽과 학교를 파괴하는 데에 휘발유를 거꾸러 들어서 부어 주었다. 뒤에서 온갖 장난을 하는 것이다.

기한유 등 교직원들은 아침마다 출근할 때 칠칠이 사장실에 먼저 들러 그날의 파괴지령과 시위용품을 받아가지고 학교에 온다. 기 교무처장이 직접 선발한 사회복지학과 개똥녀 교수는 즤 남편이 민노총 금속노조 고급간부라며 어깨에 힘주고 다녔다. 그미는 차원졸이가 전달해주는 쪽지를 총장실 내 책상 위에 픽 던지고 가기도 했다.

그런 쪽지에는 ‘다음 주면 우리 남안산신문 제1면에 대서특필 될 것입니다. 그러면 서울의 한겨레 등 막강한 중앙 일간지 기자들이 몰려올 꺼 아닙니까, 그러면 성총장 대학문은 즉시 닫아야하겠죠, 그런 불행한 사태를 미리 막아야죠…’ 어쩌구 하면서 성삼몽에게 또 광고비 봉투를 강요하는 공갈 쪽지이다.

(다음편 18일자, 4-3. 아빠공장 보복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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