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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 사기꾼들⑬

5. 독수리들 사체찢기
5-1. 수지빨의 고도리 사기수법

  • 신상성 소설가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2.2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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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한유 교무처장이 기획을 하고, 육시할 교무과장은 행동대장으로 붉은 띠를 메고 복도로 나가 으쌰! 으쌰!를 선동했다. 이미 칠칠이의 남안산신문 사장 등 늑대 떼들이 성삼몽 이사장을 에워싸고 집중 공격하고 있었다.

수지빨은 뒤에서 모른 척 하며 슬슬 기름이나 뿌려주면 된다. 기한유는 수지빨도 만났다. 출세를 하려면 결정적인 안타를 확실하게 날려야한다. 의리고 나발이고 무슨 개떡이냐? 무슨 극락이고 지옥이고 지랄들이냐?

신분상승에는 수지빨 같은 대사기꾼이 위대한 우상일 뿐이다. 유비도 결국 관우와 제갈량에게 놀아난 꼴이다. 선善이란 이 세상에서 쓰레기 통 속의 썩은 피 묻은 월경대일 뿐이다. 육시할의 반란군 교수 떼거리들은 성울대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노랑 리본과 붉은 띠를 머리에 매고 복도에 드러눕는다.

5층 건물 곳곳에 색색가지 찬란한 깃발과 팻말을 줄줄이 내린다. 신입생 등록하러온 학부모와 신입생들은 기겁을 하고 도망갔다. 요렇게 선배 성삼몽 이사장의 피를 말려야 한다. 백여우 지방신문 칠칠이 남안산신문 사장도 카메라 푸래쉬를 연방 터뜨려 대었다.

불 난 집에 휘발유 끼얹는 것이다. 육시할은 반란군 회의에서 결정한대로 워커힐 수지빨 아파트를 찾아가서 빅딜을 제안했다. 자기들 반란군들을 교수로 뽑아주면 성삼몽을 영창에 보내고 똥값으로 학교를 넘겨주겠다는 빅딜이다.

오히려 수지빨 족에서 바라던 소원이 아닌가. 만약 그게 성공하면 그 공로로 아예 총장 자리에다가 재단이사도 보장하겠다는 사탕발림으로 유혹했다. 그리고 기한유도 따로 불러서 비슷한 빅딜 제안을 했다.

총장자리를 놓고 싸움을 붙이는 고도의 전략이다. 제갈량의 훈수이다. 역시 반년만에 그들은 성삼몽을 내쫓았다. 덕분에 1/4 도 안되는 가격으로 똥값에 인수한 것이다. 부동산 건달 수지빨은 양평농고를 겨우 나왔지만 사기성 두뇌회전은 빅 데이터 뺨친다. 세기적 사기꾼 수지삘과 육시할 두 명의 위대한 만남이다.

그 날카로운 톱니바퀴가 맞물려 얼마나 잘 돌아갔겠는가? 거기에 기한유의 변형 코로나 같은 기획력이 첨가되었으니 로도가 저절로 굴러들어온 것이다. 덕분에 지빨은 자기 돈 한푼 안 쓰고 대갈통만으로 쇠푼을 굴린다.

싸구려 임야를 담보로 해서 은행돈을 끌어내고 그 돈을 사채로 돌리는 고도의 수법이다. 명동 사채시장에서도 엔간한 깡다구 아니면 죽기 아니면 뻗기 그런 수법은 잘 안 쓴다. 관할 은행장과 검사장, 세무서장을 끼고 수 십 억을 빼먹어야 한다.

물고 물리는 투서가 남발하는 명동에서 이런 식으로 사채를 굴린다는 건 쉽지 않다. 때로 결정적일 때는 공갈과 주먹도 춤춘다. 수지빨은 이승만 자유당 정권 때는 전설의 동대문 유지광 사단의 부두목 출신이며 명동 김두한 사단에도 한때 몸 담았단다.

담당 부장검사를 협박하여 오히려 역으로 그를 영창에 보낼 정도로 똥배짱도 있다. 그는 누구든 영창 보내는 거야 간단하다, 뒷주머니 뒤집어서 먼지 안 나오는 공무원이 어디 있는감. 부장검사 위에 검사장, 검사장 위에 감찰부장, 또 그 위에 법무부장관 또, 또 그 위로 손 쓸 구멍은 얼마든지 있다.

또 강남에서 수지빨의 007 가방을 안 챙겨간 놈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위로 갈수록 백지수표에 공을 하나씩 덧붙이는 게 문제일 뿐이다. 쩐 앞에서 무릎 안 꿇는 놈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양평 일대 국유지, 크고 작은 명당도 먹튀로 챙겼다.

문선명 재단의 사령관 저택이 있는 청평호반 근처의 임야 약200만평도 있다. 그 선문재단 고위층에서는 경호상 꼭 필요하다며 집요하게 대들지만 그는 수천억을 준대도 그냥 버티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지빨은 코도 한번 안 풀고 성울대를 집어먹었다. 인계인수가 진행되었다.

모든 게 변호사 사무실을 거쳐 정식 재단이양 서류가 완벽하게 끝났다. 교육부장관의 마지막 단서가 한줄 덧붙이기로 혹마냥 달려 있었지만 사랍대학을 즤덜이 끝까지 고집 부릴 수는 없는 게 민주주의 국가이다.

첫 상견례를 가졌다. 제일 먼저 육시할 교수가 의기양양하게 총장실로 들어섰다. 새로 리모델링한 총장실은 장관실 못지않게 화려하다. 커튼 뒤로는 간이침대도 누워있다. 그러나 수지빨은 상견례에 일부러 참석하지 않았다.

수지빨은 기질적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싫다. 영창에서 한번 놀란 놈은 솥뚜껑만 봐도 자지러진다고 했던가? 새 비서실장인 자기 친동생을 대신 보냈다. 친동생은 홍제동 전문대 학장이기도 하다.

이미 기한유 교무처장 등 모두가 수지빨 새 이사장을 기다리며 회의실에서 긴장하고 있었다. ‘저기는 내 자리여, 어? 근데 총장 책상 위에 당연히 놓여 있어야 할 내 이름 팻말이 왜 안 보여? 기한유와 육시할은 각각 동상이몽을 하고 있었다.

서로 자기가 총장으로 호명되는 줄 알았다. 접때 강남 대형 노래방에서 마냥 수지빨이가 직접 총장팻말을 들고나와 나에게 전달식을 가지려고 하겠지?’ 그들은 넥타이를 다시 고쳐 매었다.

그러나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이사장 아니, 비서실장인 그의 친동생이 두터운 서류를 꺼내었다. 두꺼비 눈알 같은 약30여명 교직원 눈도끼들이 낯선 난장이 사나이의 서류에 꽂혔다.

“사정이 좀 바뀌었습니다. 새 이사장님은 지금 교육부에 있습니다. 대신 제가 급히 엄명을 받고 내려오느라 좀 늦었습니다...양해 바랍니다.”

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가 빈 공기에 먼지를 일으켰다. 무슨 사정이 돌변되었다는 말인가?

(다음편 25일자, 5-2. 기한유와 육시할의 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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