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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 사기꾼들⑭

5-2. 기한유와 육시할의 내분

  • 신상성 소설가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2.25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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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계신 교직원 여러분들 가운데 지금 호명하는 분들만 남고 나머지는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세요!”

이번 성울사이버대학 인수인계 과정에서 가장 헌신했던 일등공신, 교수들과 직원 일부가 남았다. 불길한 공기가 비서실장 눈빛에서 예리하게 칼질해댔다.

“검찰에서 교육부로 통보된 ‘성울대.... 허위날조에 대한 집단 인사조치 공문’입니다. 여기 남아 있는 여러분! 모두 해임입니다. 내일부터 출근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직서는 쓰든말든 자유이지만 총무처에 제출한 사람들에게만 그동안 3개월 밀린 급여를 지급합니다.”

어어어? 기한유 교수가 먼저 쓰러졌다. 그 다음 즤 남편이 민노총 간부라고 목에 힘줄 세우고 다니던 개똥녀 교수가 기 처장 가슴 위로 쓰러졌다. 확실하게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수지빨은 인수인계가 교육부로부터 법적으로 승인이 떨어지자 확인사살까지 한 것이다.

그 동안 이 신생대학 불법시위 등으로 ‘공무방해’한 교직원들을 몽땅 뒷조사하여 모가지 친 것이다. 후환을 없게 하려고 검찰에도 ‘위계에 의한 협박공갈죄, 집단선동죄, 집단무고죄 등’ 십여 가지를 고발해 놓았다. 이미 감옥을 들랑거리며 별을 몇 개 달았던 그의 머리가 얼마나 기똥차게 천재, 만재적인가?

사기죄에 관련된 법조문과 행간사이 구멍도 손바닥 들여다 보듯 꿰뚫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성삼몽 전 이사장을 배신자한 연놈들은 새로운 재단으로 넘어와도 또 골치 아플 게 뻔하다. 또 수지빨 가슴에 언젠가는 회칼을 들이대고 회칠할 것이란 걸 잘 안다.

손자병법에도 나와 있는 용병술 비기秘記이다. 그다음 순서가 자연스럽게 기한유와 육시할 사이가 내분으로 대결되었다. 양측 패거리들이 다시 복도에 드러누웠다. 수지빨은 안달이 났다. 학교는 넘어 왔는데 학생모집이 안 되었다.

이것을 핑계로 그 둘뿐이 아니고 이전 교직원들 전부 해임시켜 버렸다. ’학교를 2년간 계속 파괴시키다‘는 이유로 교육부와 노동부에 탄원서를 올렸다. 시뻘건 머리띠를 두르고 메일 데모만 하는 사진도 첨부하였다.

원래 배신자들은 배신으로 때려잡아야 한다. 한번 배신을 때린 놈은 영원히 배신한다. 나중에 엿차! 하면 수지빨에게도 배신할 것이다. 이러한 철칙을 확실하게 실천하는 게 공산주의자들이다. 베트남이 남북통일이 되자 호지명이가 제일 먼저 단행한 것은 자기에게 충성한 남쪽 스파이들을 처형시키는 일이다.

남북 베트남이 전쟁 중에도 남쪽 사이공 정부의 부통령, 장관, 국회위원들 고위층들이 호지명에게 충성을 하며 스파이 짓을 했다. 그 덕분에 통일은 했지만 남을 배신하는 근성을 가진 놈은 언제고 또 등을 지는 게놈을 가진 놈들이라 위험하기 때문에 아예 처형시켜 버리는 것이다.

북한 김일성도 자기를 지지해준 남한의 남로당 간부들을 전부 숙청시켜 버렸다. 중국에서 지원해준 해외파들도 평양에 귀국하자 차례대로 처형시켜 버렸다. 김일성이나 호지명이나 이미 인간의 습성을 잘 간파한 것이다.

그러나, 육시할은 달랐다. 그는 막다른 골목에 닿아도 돌멩이를 들고 일서는 칠점사 살모사의 본능이 나타났다. 이왕 죽으려면 상대방 발뒤꿈치라도 물고 같이 죽어야 한다. 그는 새 이사장 수지빨의 워커힐 아파트 초인종을 대담하게 눌렀다.

물론, 수 이사장 승용차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딩동댕 누른 것이다. 싸모님 혼자 있을 거라는 철저한 계획 아래 음모를 실행하는 것이다. 현관 초인종 화면에 대고 소리쳤다.

“싸모니임, 예에! 하와이에서 특급 우편물이 왔네유? 직접 집주인의 싸인을 급히 받아가야 됩니데이...잠깐이면 됩니더!”

싸모님이 속옷 차림인 채 급히 문을 열어주었다. 육시할은 즉시 현관 바닥에 냉큼 무릎을 꿇었다.

“아니, 이게 머하는 짓이에요?” 비명소리에 가정부가 안에서 뛰쳐나왔다.

“싸모니임, 죽을 죄를 졌습니다. 살려주세여!”

“아니, 어떡해, 그럼 잠깐 들어오세요?”

쏜살같이 거실로 쳐들어간 육시할은 다시 넙죽 큰절을 몇 번이나 조아렸다.

“아니, 젊은 양반, 무슨 일인지 차분히 얘기하세요. 자네는 이층으로 올라가 계속 청소기나 마저 돌리게! 별 일이야?”

“저는 도깨비가 아니고 분명 사람입니다. 그리고 성울사이버대학 새 이사장님에게는 엄연히 일등 공로 교수입니다!”

“아니, 우리 남편이 또 무슨 일을 저질렀나요?”

“엘리자벳 여왕 같은 싸모님, 그기 아니고 예에, 어쩌구...”

그 다음 레퍼토리는 노련한 보험왕 마냥 달변이다. 싸모님의 마음을 홀랑 뒤집어 놓는다. 그 다음부터는 아예 가정부도 없는 시간을 노려 차는 쳐들어갔다. 그는 수지빨 이사장의 일과를 요일별로 체크했다. 이렇게 칠점사 육시할은 연약한 여자를 공격해 들어갈 것이다. 그는 여자를 유혹하는 수법도 살모사 같이 징그럽다. 사기꾼들의 고도의 수법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돈만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 바로 사랑이다. 돈으로 여자는 사지만 사랑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아내도, 자식도 살 수 없다.

(다음편 3월 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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