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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고향의 맛을 찾아서

  • 박은아 시민기자 apak7@naver.com
  • 입력 2020.12.30 16:38
  • 수정 2021.01.01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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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밥, 농마국수, 인조고기밥(북한음식)

 

인천광역시에 살고 있는 이 씨 부부는 오늘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구수한 고향의 맛을 전하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10년전 대한민국에 입국한 새터민 부부는 우리 고향 사람들이 즐겨먹는 ‘두부밥’과 ‘인조고기밥’, ‘농마국수’, ‘언감자떡’ 등을 만드는 가게로 새 출발을 했다.

주변소문이 잦은 유명세로 입소문이 자자한 이유를 알아보기에 기자는 그 식당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배달 주문으로 바쁘신 사장님. 

폰을 손에서 놓자마자 능숙한 동작으로 가게에 들어선 손님과 본 기자에게 밑반찬을 가져다 준다. 기자는 같은 탈북 출신으로 깔끔한 반찬을 보니 입안에 군침이 맴돌 정도다.
  
주방의 조리원은 배고파하는 기자의 눈치를 알아 챗는지,  주문한 음식이  바로 식탁에 올려지는 순간이다. 언제봐도 먹음직스러운 두부밥과 인조고기밥은 더이상 나를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게 눈 감추듯 두부밥 한 개를 뚝딱 해치운 기자와 동석한 지인은 흥미로워 보였는지 픽~ 웃으며 덩달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찹쌀순대와 농마국수도 별미다.  식사를 하며 벽에 걸려있는 메뉴판을 보니 먹고싶던 고향의 음식이 조목조목 표시되 있다.  서비스도 “팍팍 담아주신다”며 사장님은 “전국에 배달도 가능하다”는 말을 전했다.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북한 음식을 남한에서도 맛 볼 수 있다니 신기할 정도다. 사실 본 기자는 북한에서 인조고기 밥을 먹어 본 기억이 없다.  90년대 중반쯤에 탈북한 나는 인조고기밥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 후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알게 된 음식이다.

본 기자와 동했했던 지인의 말을 들으니 “이 가게의 부부는 열심히 가게를 운영해온 노력으로 큼직한 아파트와 멋진 차도 타고 다닌다”는 말을 건넸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잘 되는 일은 없겠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달려온 탈북민 이사장님 부부가 너무 존경스러워 보였다.

아무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실패도 시작한 사람만이 느껴보는 경험일 것이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안전하지만 결코 그것이 배의 존재의 이유가 아니라고 한다. 물위에서만 배의 사명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내가 어느 분야에서 어떤 독특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도전 해봐야 된다.

쫄깃한 농마국수의 국물까지 마시는 사이 어느새 가게는 고향의 음식을 찾아 온 북한 미녀들로 가득찼다. 가게를 찾은 이들은 식사를 마친 후 포장까지 자연스레 해가는 모습을 보니 북의 음식이 꽤나 그리웠던 모양이다.

4개의 테이블로 구성된 자그마한 가게지만, 두고 온 고향의 어머니의 손맛이 우리 탈북민의 발걸음을 잡아 댕기는 바로 여기 ‘맛집’이 아닌가 싶다. 남한 사람들도 많이 찾아 온다고 한다. 의문스러웠던 북한 음식을 먹어보니 그들의 취향에도 맞는가 싶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 일행도 몇가지 메뉴를 더 주문 포장해 가기로 했다. 다른 손님들도 줄지어 들어간다. 쉴새없이 바쁘신 사장님, 북한의 전통적인 음식의 맛을 우리 형제자매들에게 오래오래 선사하고자 오늘도 열심히 달리는 이 사장님 부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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