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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南)한과, 북(北)한의 시대 차이

동질감과 이질감

  • 강하나 시민기자 rmawn0903@naver.com
  • 입력 2021.01.0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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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은 돼지 비게로 닦으면서 길들이면 돼요."

"어머! 동심이 엄마는 젊은데 어떻게 알지? 신기하네."

"네? 아. 그게... 할머니와 같이 살아서..."

지도구굴
사진=지도구굴

 

20대 초반의 나는 어릴 때 그렇게 살았었다는 말이 입 밖으로 쉽게 나오지 않았다.

"우리 때는 칡뿌리를 먹기도 했고,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지. 젊은 사람들이 어찌 알겠나."

"저도 칡뿌리로 끼니를 때우던 때가 있어서 배고픔 잘 알죠..." 

 

북한에서 살았었던 나의 삶은 나이 많은 분들과 세대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공감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처음 남한으로 왔을 때 나와 비슷한 또래와 정서가 전혀 맞지 않아 세대차이가 아닌 시대 차이에 혼란스러웠고 상당한 이질감을 느꼈다. 나를 만나는 남한의 20대들도 당황스럽고 이질감을 느끼긴 마찬가지였다. 같은 또래에게서 "고리타분하다, 조선시대 사람 같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자존감도 낮아졌다.

같은 20대라고 해도 남과 북의 20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았기에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시대적 배경도 없었고 공감대 형성도 쉽지 않았다. 

책이나 드라마에서나 보여주는 평행이론의 세상을 실제로 겪었다고 하면,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에서 21세기로 날아왔다고 하면 사람들은 쉽게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에서 태어나 그곳을 탈출해야만 경험할 수 있는 평행이론 혹은 타임머신의 세상이니까!

 

그나마 남한에서 탈북민과 비슷한 삶과 정서를 가진 사람들은 기성세대였다. 

남한의 국민학교와 북한의 인민학교의 생활과 어려움을 겪은 것도 비슷했고 물지게와 물펌프, 풍구를 알았고 남한의 버스 안내원과 북한의 열차 안내원이 겹쳐 보였다.

"북한 공산당이 나빠요!", "남조선 괴뢰도당이 나빠요!" 라며 서로 나쁘다고 배운 것도, 학교에서의 활동마저도 비슷했다. 기성세대의 그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동질감을 느꼈다. 어쩜 이렇게 닮은 곳이 많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사회의 일원으로 잘 어울려 살아가려면 나에겐 기성세대와 그 옛날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 이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세대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렸다. 

 

15년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또래와 비슷하다.

삶의 가치관과 태어난 곳이 다를 뿐 이곳에서 같은 시대를 산 시간만큼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유대감이 생겨났다. 이러한 이질감의 폭이 좁아지고 함께 잘 어울리기까지 어언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전혀 다른 삶을 살다가 수십 년을 앞선 한국에서의 10년은 나에겐 이질감의 긴 터널을 지나온 시간이었다. 

남과 북을 살아 본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70년을 떨어져 산 남과 북의 사람들의 정서가 비슷하게 어우러지려면 이처럼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북한도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립되어 있는 미지의 세상이다. 70여 년이라는 세월은 땅만 둘로 갈라놓은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도,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문화도, 정서도, 사상과 이념도 모든 것을 갈라놓았다. 나는 북한 정권과 인권에 대해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삶과, 북한 사회와 문화, 다른 정서에 대해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40년이라는 콘크리트 장벽을 허물고 통일을 이뤘지만, 마음의 장벽이 생겨버린 독일! 

우리에겐 허물어야 할 콘크리트 장벽은 없지만 70여 년이라는 두꺼운 세월의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는 것. 

진정한 통일은 나라와 나라가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두 사회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서 힘들고 어렵겠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탈북민으로서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나는 오늘도 한 발자국씩 나아가 본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그런 소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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