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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 사기꾼들④

2. 성삼몽과 기한유의 조우

  • 신상성 소설가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1.21 01:00
  • 수정 2021.01.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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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교도소!! 그 음습하고 섬뜩한 원한들은 복수의 원액이 되어 땅속에 깊이깊이 배어드는 것 같다. 기한유 교수는 구치소 앞길을 지날 때마다 예감이 좋지 않다. 또 잡혀와 들어가는 기 아이가? 옆구리에 송곳 끝이 찔리는 추억들이 묻어나온다. 끈적끈적 달라붙는 원한의 피 튀김 때문에 일부러 이쪽 길을 피하고 뺑 둘러 다닌다.

배신과 보복, 사기와 원한, 공갈과 협박범 등 인간 쓰레기장이다. 하지만 그런 기 교수의 빛나는 전과前科와 미투 내막을 모르는 요 개똥녀 교수는 굳이 이 길만 고집한다. 성울사이버대학으로 직행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운전할 줄 모르는 기한유는 개 끌려 다니듯 어쩔 수 없지만 불길한 예감에 소름만 돋는다. 원래 운전을 잘 했지만 음주에 서너 번 찍히자 십년간은 차를 몰 수 없다. 아직도 7년이 남았다.

끼이익! 기한유 이마가 앞 유리창에 쾅! 부딪혔다. 유리창이 찌익 금 갔다. 이마를 쓰다듬었다. 손바닥에 선홍빛이 묻어나왔다. 개똥녀가 하필이면 이 구치소 정문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을 게 뭐람? 뒷다리가 하나 잘려나간 삽살개 한 마리가 절뚝거리며 천천히 지나간다. 그는 뛰쳐나가 그 삽살개의 배때기를 내질렀다. 그 놈은 공중에 붕 떴다가 떨어지더니 발랑 뒤집어졌다. 임신 중인지 늘어진 8개의 검붉은 젖통이 하늘을 보고 발딱 분노하고 있었다.

“머하는 거예요? 교무처장님, 비상회의 시간 콩 까먹었어요?”

“그래두 기분 나쁘게 하는 것들은 가만 둘 수 없어. 개새끼가 아침부터...”

개똥녀가 등을 거칠게 떠밀었다. 그는 이마의 피를 물티슈로 닦아내며 갤로퍼 찝차에 다시 올랐다. 구치소 정문을 굳이 안 보려고 해도 크게 확대되어 다가왔다. 대여섯번 나들명거린 기억 때문일까, 택! 침을 뱉었다. 심장 떨어지는 그 쇠자물통 소리는 지금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게 만들곤 한다. 주로 간통 죄목이었지만 공문서위조죄, 부동산 사기죄, 횡령죄 등 겹쳐서 따따불로 전과기록이 있다.

아이들의 대가리가 커지면서 다소 옥죄이기도 했다. 어제는 천호중학교 1학년 막내가 폐쇄 등기부등본을 떼오라고 해서 시껍했다. 폐쇄는 이전 이동기록 등이 다 나오기 때문에 자칫 교도소 수감기록도 나올끼봐 전전긍긍 했다. 이튿날 담임에게 전화로 확인했다. 그냥 주민등록등본 제출이란다.

내 어깨에는 별이 네 개나 된다. 4성 장군, 육군 참모총장급이다. 앞으로 별 하나만 더 추가되면 최고사령관으로서 대통령과 같은 원수급이어서 청와대로 들어갈 수 있다. 제기랄. 어쩐지 마누라가 요즘 아침저녁으로 쇠바가지 타령이다. 나가 쉰이면 쇤 세대라고 했던가. 쇳소리 나는 쇠바가지, 그때마다 몸서리쳐진다.

도금한 어금니가 부딪히는 쇳소리는 구치소 철문 여닫히는 소리와 같다. 불에 달군 송곳같이 찔린다. 마누라의 어금니 쇳소리는 요즘 유난히 날카로워졌다. 남가좌동 M전문대학 여학생 강간사건으로 그 어머니가 합의금 문제로 또 전화가 왔단다.

“매친년덜, 그 사건은 이미 내가 콩밥 먹고나와 때웠잖아?”

기 교수는 알루미늄 현관문을 더 큰 쇳소리로 걷어차고 나왔다. 음색은 다르지만 마누라 도금니 소리와 함께 다시 개똥녀의 쇳소리를 듣게 되니 오늘 아침은 따따불로 재수 옴 붙은 셈이다. 나 같은 4성 장군도 전과를 숨기면 버젓이 교수가 되는 참 민주세상이다. 김대중 정권이후, 인권 제일주의 세상이다. 그러나 M 전문대 여제자 강간사건을 아는 일부 학부형들의 항의가 요즘도 심하다.

교육부에서도 성삼몽 총장에게 ‘기한유 교수 해임 조치하라’는 공문이 학교로 득달같이 내려오곤 했다. 그 학부형들이 청와대와 교육부 등에 진정서를 내고 지랄들이지만 일단 전임교수로 발령이 끝나면 철밥통이다. 여차하면 내가 대학법인 이사장에게 ‘부당해고’ ‘인권침해’ 라는 단어로 내용증명을 날리면 간단하다.

성삼몽은 성울사이버대학 설립자이자 초대총장이다. 즉 실제 총장이자 이사장인 셈이다. 현재 용가리대학 현직 교수이지만 겸직할 수 있다. 온 라인 대학이기 때문에 오프 라인 대학에도 얼마든지 겸직이 된다. 다만 서류상 총장과 이사장 이름은 다른 사람이다. 더구나 이름만 걸려 있는 도공고 총장도 말기 위암으로 입원 중에 있다. 실제 교수회의와 대학운영 등 결재는 성삼몽 총장대행이 직접 싸인한다.

도 총장은 교육부 차관출신이며 성삼몽과 같은 용가리대학에서 같이 근무했기 때문에 본 대학설립에도 사실상 결정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교육부에서도 그 내막을 다 알고 있다. 도공고나 성삼몽이나 진정한 교육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교육부에서 더 지원해 주었다. 2001년도 한국에 처음 사이버대학이 시작되었을 때 사실상 교육부 직원들조차 사이버교육 생리나 기술적 시스템을 잘 몰라서 성삼몽 총장이 자문위원으로 도와주기도 했다.

기한유 교수도 설립 전후에 성삼몽을 수행하며 같이 다녔기 때문에 잘 안다. 여의도 국회 교육분과위원장이나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문턱이 닳도록 뛰어다닐 때 가방잽이 노릇을 했다. 그런데 이 수고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성삼몽을 협박해 먹는 회칼이 되었다. 이런 학부형들 투석 질로 총장실에 불려갈 때마다 기한유는 오히려 핏대를 올렸다.

“삼몽이 형, 내 칠점사 혓바닥이 한번 날면 어캐 되는지 알지롱? 그때 금배지 위원장이니, 청와대 수석이니 허연 봉투 배달은 누가 항겨? 요 수첩 좀 봐, 내가 똥그라미 액수까지, 날자와 장소까지 다 메모해놨져.”

“야, 내가 남산대학 시절부터 널 어캐 키웠는데, 나한테 그럴 수가 있냐? 널 나가라는 기 아이고, 어캐하면 요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느냐 의논하려 능거 아이가?”

“그러니까, 육시할이 뒤에서 학부형들을 다 조종하는 거에유. 그눔이 누굽니까, 작년에두 교육부에 찾아가 장난한 눔 아닙니까? 천하 조조 새끼에유.”

“우리들 끼리 내부분쟁이 일어나면 교직원들이 더 불안해 하니까, 육 교수도 좀 달래서 학교를 좀 살려보자구. 이제 새로 인가가 나와서 한창 신입생을 뽑아야 할 거 아이가?”

“요 잡년덜 문제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 신경 끄세요. 그년들이 내 모가지를 잡아 내리려면 우선 앞으로 최소 10년은 걸릴 겁니다. 내가 교육부 교원재심 청구에서부터 노동부 노동심판소, 법무부 행정소송 1-2-3심 그리고 헌법재판소까지 판결이 나오려면 까마득합니다. 정년까지 ‘안흥찐빵’이라니깐요.”
(다음편 26일자, 2.육시할 살모사)

◆국민투데이가 새해 신축년(辛丑年)을 맞아 지면섹션 단행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들을 준비했습니다. 본 기획물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실제로 피해를 본 당사자의 참여로 좀 과장된표현이나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여 애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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