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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 사기꾼들⑦

3. 대학강탈 합동작전
1. 쌩쥐의 제1차 음모

  • 신상성 소설가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2.02 02:20
  • 수정 2021.02.02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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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눈알이 튀어 나가는 것 같다. 또 퍽! 어, 이번은 뒤통수인가, 아찔하다. 쓰고 있던 안경이 공중으로 붕 떴다. 성삼몽은 두 눈을 감싸고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머리통이 골프채에 튕겼다. 아니 이게 아닌데, 그는 옆으로 잽싸게 돌면서 벌떡 일어났다. 쌩쥐는 다시 골프채를 높이 쳐들고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성삼몽의 왼쪽 눈에 핏물인지 눈물인지 끈적하게 흘렀다. 한손으로 골프채를 잡은 채 얼굴을 쓸어보았다. 검붉은 피가 손가락 사이로 굵게 흘렀다. 어딘가 피부 깊이 찢어진 검은색이다.

“야, 쌩쥐야, 오늘은 요 정도로 끝내고 또 손 좀 봐야 안 것나 잉?”

멧돼지 같은 하근육이가 중간에서 막아서는데도 쌩쥐는 왕년의 대학시절 당수도 선수실력을 뿜뿜 날리며 성삼몽의 온 몸을 집요하게 골프채 춤을 추었다. 입에 허연 게 거품을 내뿜으며 미친개같이 물어뜯었다. 날렵한 그의 공격에 피할 틈도 없이 성삼몽의 머리통과 귀짝이 대번 깨졌다. 젓가락 신경질적으로 말라빠진 기획실장 쌩쥐의 품새는 하근육의 멧돼지와 대조적이다.

“이 새꺄, 내 지분을 어캐 할겨, 잉? 왜 질질 끌어, 이판에 칵 쥑이뿔텡께!”

수원 민속촌 근처이다. 성삼몽의 용가리대학으로 전화가 왔다. 퇴근 무렵, 총무처장 근육이가 저녁이나 해서 약속장소인 민속촌 삼거리 근처에 차를 세웠다. 식당 안에는 쌩쥐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소주가 몇 잔 돌았다. 안주깜으로 요즘 시끄러운 성울사이버대학 운영문제가 또 튀어나왔다. 쌩쥐는 또 빨리 팔아버리자고 언성을 높였다. 이제 신생대학이라 교직원들이 의욕적으로 신입생 모집에 집중해야 하는데도 쌩쥐는 반란군에 편입되어 있다.

교무처장 기한유가 깃발을 들고 교수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벌써 두 달째 농성 중이다. 대학들은 2월이 신입생 모집 황금시기이다. 그런데도 우리대학은 교육부의 설립인가 승인, 첫 현관문을 열자마자 뒤집어진 것이다. 4월말이 넘어가는데도 빨간 머리끈을 잡아맨 교직원들은 ‘등록금 횡령 이사장 성삼몽 물러가라!’ ‘교육부는 좃빠냐? 감사나와라!' 주먹질이다.

안산 한양대 지하철 근처 대학건물 현관입구에는 검은색 리본 팻말도 허수아비 같이 둘러쌌다. 신생대학 파괴에 핏대를 올렸다. 교무처장 기한유 교수가 맨 앞장서서 구호를 외치며 주먹을 휘둘렀다. 돌변한 게 아니라, 사전에 치밀한 각본이었다. 뜬금없이 암초에 걸렸다. 입학원서를 들고 찾아오는 학생들까지 오히려 내쫓아버리는 교직원들에게 몇 달 째 질려버린 쌩쥐는 이미 판은 글렀다고 판단한 것 같다.

붉은 시위대의 교수들의 난장에 주변 상인들도 오히려 그들에게 주먹질을 했다. 매일 확성기를 들고 붉은 깃발을 흔드는 그들에게 반발하는 것이다. 학교가 잘되어야 장사도 잘될 것 아닌가.

기획실장으로서 창설 멤버인 쌩쥐 처삼간은 대학을 어떡하든 지켜보려는 신념보다 아예 빨리 팔아 처분하고 지분을 부풀려 빼어가겠다는 야심뿐이다. 이 대학법인에 투자한 돈 약4천7백만원 곱하기 10하면 4억7천 정도는 뽑아먹어야제. 기껏 5천만원도 안 되는 원금에 5억 이상의 할당과 지분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걸 성삼몽이가 잘 안 듣자 골프채를 휘두른 것이다.

성삼몽은 조상들이 누워 있는 경주 선산까지 대학법인에 기본재산으로 넣었다. 나중에 종친회에서 알면 또 한번 난장을 치를 각오까지 하며 대학설립에 올인 했다. 또한 각종 교육 기자재와 운영자금을 모으느라 주변 친인척들에게 손을 벌린 게 수 십억이다. 마누라도 친정으로 얼마나 뛰어다녔다. 밤이면 불어터진 발가락 사이로 누런 피고름을 모래 짜내었다.

쌩쥐에게 골프채로 휘둘린 핏물 사이로 마누라의 발바닥도 보인다. VR 증간현실 영상같이 순간 이마를 가로 질러 나갔다. 어떻게 설립한 대학인데 녀석들은 돼지새끼 시장에 내다 팔듯이 간단하게 넘기려고 하는가. 성삼몽은 이스라엘 예루살렘 대학같이 작지만 세계적인 유토피안 인터넷 대학을 꿈꾸었다.

문학관련 국제세미나 등으로 해외대학을 많이 둘러본 성삼몽은 오랜 기획과 밑그림을 착실히 그려왔다. 또한 현직 용가리대학 교수로서 대학운영 노하우도 쌓여있다. 2001년도 교육부에서는 사이버 교육 선발주자 미국과 같은 디지털대학을 도입했다. 기존 오프라인 대학과 온라인 대학 강의도 공통과목으로 하고 총장도 겸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성삼몽은 용가리대학 교수로 재작하면서 성울사이버대학을 설립하여 이사장 겸 초대총장으로 뛴 것이다.

성삼몽 얼굴 위로 밤 성삼몽의 붉은 은하수가 쏟아져 내렸다. 얼굴을 감싸쥐고 있는 손가락 사이로 바위 같은 시멘트 덩어리가 머리통을 향해 날아오는 게 보였다. 쌩쥐의 3차 공격이다. 앗차! 성삼몽은 다시 옆으로 돌면서 이단 옆차기로 그의 콧등을 날렸다. 반격이다. 녀석에게 일방적으로 맞기만 해선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쌩쥐가 요구하는 5억을 바로 주지 못하는 미안함으로 일반적으로 맞아주기는 했지만 계속 맞기만 하다간 뼈가 상할 것이다. 더구나 그가 강요하는 대학을 팔아넘길 수는 없다. 이런 유치한 육박전이야 유치원 아이들 장난이다. 공수부대 출신이 요런 녀석 하나 잡는 건 냄비 안에 있는 올챙이다. 근처를 둘러보니 대빗자루가 보였다. 그걸 집어서 쌩쥐의 면상을 후려쳤다. 길길이 날뛰던 미친 개가 팩 고꾸라졌다.

월남 백마부대 닌호아성(省) 나트랑 근처 반닌반쟈 정글 속에서 이따금 부딪히던 베트콩들과의 육박전은 죽기 아니면 뻗기다. 혼헤오 산! 캄보디아로 넘어가는 악산이 뜬금없이 떠올랐다. 이 국경선 정글에서 얼마나 많은 전우의 시체들이 헬리콥터에 실려 나갔던가. 또 다른 육박전?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어쨌든 우습다. 6십 환갑나이에 동네 일진들 같이 치고박고 육갑 떨고 있다니 우습다.

더구나, 쌩쥐와 멧돼지와 성삼몽 셋은 삼총사로서 남산대학 63학번이다. 신입생 때부터 절친들이었으니 거의 4십년지기 친구들이 아닌가. 대학시절, 우리들은 헐벗은 농촌을 재건한답시고 ‘농언촌연구부’ 동아리에 들어가 주말이면 광주 오포면 야간 횃불학교에 달려가 강의도 하고 방학이면 삽교천 새만금 뻘밭에서 노력봉사도 했다. 새마을운동에 동참했다.

농어촌 오지에 들어가 노동운동과 농어촌 개량사업 등에 헌신했다. 초창기 가나안농군학교 책상 위에 엎드려 이스라엘 집단농장 운영방법 등을 배웠다. 그러면서 ‘탈무드’ 책에 빠져 그 철학에 심취했다. 지금도 탈무드는 계속되고 있다. 그 책 제일 첫장과 제일 마지막 쪽은 비어있다. 나 아닌 누군가 할 말을 하도록 비워놓은 것이다.

(다음 편 4일자, 3-2 성삼몽과 처삼간 남산대시절)

 

◆국민투데이가 새해 신축년(辛丑年)을 맞아 지면섹션 단행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들을 준비했습니다. 본 기획물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실제로 피해를 본 당사자의 참여로 좀 과장된표현이나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여 애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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