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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 사기꾼들⑨

3-3. 경매딱지

  • 신상성 소설가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2.0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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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 옆 마산 무학산 산기슭에는 큰아버지도 누워 계신다. 이북 함흥이 고향이신 큰아버지는 남한에 있는 친동생인 성삼몽 아버지를 찾아 6.25 흥남철수 작전 때 묻어서 내려왔다. 거제 포로수용소를 거쳐 결국 군산에서 목수일을 하고 있던 아버지를 찾아 만난 것이다. 지금 성삼몽의 아버지가 누워 계신 구파발 오금리 뒷산에도 뻐꾸기 울음소리가 귀기스럽다.

뻐꾸기는 배신자다. 녀석은 딱새집에 자기 알을 슬쩍 깐다. 딱새는 순진하게 자기 새끼 알과 함께 뻐꾸기 알도 품는다. 그러나, 딱새 알보다 뻐꾸기 알이 먼저 알을 깨고 나온다. 먼저 깬 뻐꾸기가 온몸으로 딱새 알을 밀어서 땅에 떨어뜨려 죽인다. 눈도 미처 못 뜬 새끼 뻐꾸기가 어떻게 다른 알들을 밀고 또 떨어뜨려 깨뜨리는가, 본성적 본능이다.

또 딱새 어미는 자기보다 덩치가 더 커진 뻐꾸기 새끼에게 부지런히 벌레를 잡아다 먹여준다. 자연의 섭리이기도 하다. 광릉 고요의 숲 다큐먼터리 TV 화면을 올려다보며 성삼몽은 치를 떨었다. 배신자! 바로 뻐꾸기 같이 은혜를 배신으로 돌리는 기한유 교수와 쌩쥐의 얼굴이 뻐꾸기가 되어 표독한 눈동자로 두 개가 포개어 클로즈 업 되었다.

성총장은 혓바닥을 깨물었다. 죽조차 목구멍에 넘기지 못하는 입 안은 깨물린 혓바닥에 짜디짠 핏물이 잘못 떨어져 허연 침대 시트를 한방울 뻘겋게 색칠했다. 신생 성울대학을 망쳐버린 주범 기한유는 성총장이 대학시절부터 이십여년간 키워준 후배이다. 직장에서 쫓겨나 천호동 동네 문화센터 등에서 강사로 겨우 빌빌대던 녀석을 성삼몽이가 사이버대학을 설립하면서 맨 먼저 그를 끌어다 부교수 겸 교무처장으로 발령내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다. 그는 교육부 발령장이 떨어지자마자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 기한유는 성삼몽에게서 더 이상 끌어낼 자금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제 성선배를 몰아내고 자기가 성울대를 물 말아 먹을 생각이다. 자기 외삼촌을 끌어다가 이사장으로 앉히고 자기가 총장을 해먹겠다고 돌변한 것이다.

아니 돌변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한 작전을 세워왔던 것이다. 그의 외삼촌은 논산의 대지주로서 마을 사람들이 그 땅을 밟지 않고는 한 발짝도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땅 재벌이라고 평소에도 교직원들에게 떠들고 다녔다. 기한유는 개똥녀랑 점심을 먹으면서 일부러 큰 소리쳤다. 주변에 앉은 교직원들도 다 들으라는 세스쳐다.

“이 사람아, 이런 쫄다구 대학은 우리 외삼촌이 눈만 한번 꿈벅하면 껌 값에 불과 헝께네… 내가 하라는 대로 안하면 어캐 되는지 알것제, 엉!”

“뼈엉신, 성삼몽은 일찌감치 손들고 유능한 기 교수님 밑으로 들어와야 허는디 아직도 저렇게 버티고 있응게, 차암, 불쌍허네”

기한유 종아리에 찰거머리 같이 착 붙은 육시할 교무과장 또한 앞에 성삼몽 들으라는 듯이 대놓고 손가락질 했다. 성삼몽은 용가리 대학에 있기 때문에 성울대 운영은 전혀 기한유에게 철썩 같이 믿고 맡긴 것이다. 신임교수 채용까지 기 교무처장에게 맡겨 놓았더니 교직원들까지 기한유 쪽에 붙었다. 성총장을 엉뚱한 교비횡령과 부정입학 등으로 교육부와 검찰 등에 고발한 것이다. 성삼몽은 덕분에 검찰청은 물론 월급체불 문제로 노동부에까지 불려다녔다.

육시할 교수가 직원들 몇 명을 데리고 성삼몽에게 병문안 왔다. 의외이다. 뒤통수를 망치로 뚜드려 온 패거리들 병원에서까지 데모를 하려는 것일까. 마침 죽을 써 가지고 오던 강 아내와 복도에서 마주쳤다. 아내는 오래 전부터 우리집을 나들명거리던 육시할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올봄부터 반란부대 부두목인 육교수에 대해 어금니를 갈고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말했다.

“우리 남편이 보시다시피 마음이 몹시 불편하니까, 얼굴 마주치지 말고 그냥 가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니, 싸모님, 우리가 머 도깨비입니까? 우리도 사람이고 의리가 있는 문학박사들입니다. 잠시나마 선배님을 위로하려고 이렇게 만사 젖혀놓고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그렇게 괄시하지 마세요. 죄 받습니다”

그 옆에선 경리직원까지 거들며 입원실로 쑥 들어섰다. 협박하는 말투다. 굳이 문학박사라는 낱말로 큰 소리 치는 것은 6인실 같은 방 환자들에게도 들으라는 시위이다.

“우리도 문제가 좀 있지만 성선배 잘못이 더 큽니다. 대학운영을 이따위로 하니까, 우리가 몇 달째 월급도 못 받고 있는 거 아닙니까? 어엉! 아줌마는 아무 것도 모르면 집에 가서 설거지나 하세요.”

어쩌구 하면서 육 교수가 성 총장 아내를 아줌마라고 대놓고 삿대질을 하자 침대에 누워 있던 환자들이 이들을 몰아내었다. 환자들 가운데는 팔뚝에 문신을 한 조폭도 있었다. 그는 육시할 등 깽판들에게 일부러 어깨 문신을 드러내며 눈알을 부라렸다. 점잖게 사라지라고 했다.

그는 수원역 588 조폭이다. 그러나, 약한 자를 위한 조폭이다. 병원 내 환자들 중에는 대낮에도 술 먹고 땡깡부리는 사람, 의사 진찰실이나 간호실에 막무가내로 드러누워 담배값 등 용돈을 뜯어가는 피라미 등 별 놈이 다 있다. 이들을 청소하는 문신 조폭이기도 하다.

육시할 등이 꽃을 사들고 굳이 병문안 온 것은 어떤 음모일 것이다. 어쩌면 정보 탐색일 지도 모른다. 성 총장이 병원에 있어서 힘을 쓰지 못하는 동안 학교를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소문이 새었는지 성울대를 인수하겠다는 놈들이 전화질을 해대었다. 서로들 똥값으로 강탈해갈 궁리들이다. 그중의 하나가 육시할이 조종하는 인천 조폭이다. 그놈은 주사상와도 오래 전부터 거래를 해왔다. 성삼몽에 관한 벙보를 준상사에게 넘기는 것이다.

(다음편 11일자, 4. 친동생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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