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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투기 바람을 일으켰나요

  • 이향숙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4.01 03:05
  • 수정 2021.04.01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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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요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니다
  그러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바람은 지나가고 있다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요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다
  그러나 나무들이 고개를 숙일 때
  바람은 지나가고 있다

 

                   -영국, 크리스티나 로제티-

  중학교 저학년 때 영어 교과서에 나온 영국 여류시인의 시다. 그때는 당시 수준에 맞는 쉬운 영시 문장이라고만 알고 외웠다. 그러나 요즘 문득 이 시가 떠오르고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LH사태가 연상된다, 그냥 쉬운 시가 아니라 깊은 철학이 숨어있다고 생각된다. 너 나 모두 모른다고 부정하지만 바람은 분명 불고 있다, 진실은 숨어있다는 깊은 뜻이 느껴진다.  

  누가 불법 투기를 했을까요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니란다,
  그러나 맹지에 묘목이 자라날 때
  투기는 진행되고 있었다.

  누가 투기 정보를 주었을까요
  너도 아니고 나도 모른단다
  그러나 양심적인 간부들 목숨 버릴 때
  그 속에 진실이 숨어 있었다,  

 

  4.7 서울 부산 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터진 3기 신도시 예정 지역의 LH 토지투기 사건은 선거에 영향을 주는 핫이슈가 되었다. 특히 여당에는 내년 대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대통령부터 “철저히 조사해서 엄벌하라”는 지시가 내렸다. 그러나 수사 기관인 검찰은 배제된 수사에서 과연 명쾌하게 국민들 분노를 삭혀줄 지 의문이다.

  LH 한국토지주택공사는 1962년 설립된 대한주택공사가 1996년 명칭을 바꾼 공기업이다. 전국의 토지를 개발하고 아파트 건설을 그동안 해왔다. 70년대에 반포와 잠실 일대에 대규모 주공아파트 단지를 조성해서 주거 부족을 해결했고 특히 맞벌이 주부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반포 아파트의 경우 중앙난방식이라서 그때까지 다른 아파트에서 연탄불을 하루 세 번 갈아야하는 문제를 해결해주어서 무엇보다 주부들 삶의 질을 높인 혁명이었다. 나도 편리함에 감사한 경우다. 그 이전 아파트는 연탄을 때는 식인데 당시 연탄 질이 나빠서 아침에 연탄을 바꾸고 출근해도 낮에 수명이 다해서 꺼진 상태라 집에 오면 새로 불을 피워서 밥을 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또 연탄을 바꾸는 고생을 했다. 그러다 중앙난방 주공아파트로 75년에 이사하면서 그 수고를 안 하게 되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내가 불을 때지 않아도 퇴근해오면 집안이 훈훈하고 온수를 마음대로 쓸 수 있어 샤워도 매일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도처에 부실 공사 흔적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 하자 얘기를 내가 하는 이유는 그런 고발을 숱하게 접했을 법한데 타산지석 삼아 개선하는 노력보다는 어디에 땅을 사서 공동주택을 지을까 논의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비밀이 일찌기 누설되고, 빚을 내어 현재는 맹지인 그 땅을 미리 헐값에 사고 나중에 몇 배의 토지 보상금을 노리는 일부 직원들 문제 때문이다. 한 직원은 자기 회사 아파트를 무려 15채나 투기하고도 공기업 감사직으로 영전했다. 그럼에도 말 안 되는 변명만 남발하고 어느 직원은 “꼬우면 LH로 이직하라”고 비아냥거리는 댓글을 올렸다. 이 철면피한 조롱의 주인공을 고소한다는데 실제는 누군지 찾기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맹지라는 것은 그 땅에 접근할 도로가 없고 개발이 불가능해서 이용하기가 어려운 땅이다. 그러니 소유주가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없는 죽은 땅이다. LH 공사는 이 맹지를 싸게 사들이는 계획인데,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그 바보도 안 사는 맹지만 골라서 미리 헐값에 산 사람들이 “나는 그런 계획이 있는 땅인지 몰랐다.”라고 부인하는데 이 변명은 누가 들어도 어불성설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곳, 거주지도 아닌 곳을 구태어 찾아서  비싼 이자를 물면서 수억 수십억씩 대출받아 샀다면 그들은 사전 정보 없이도 용케 알고 산 점쟁이인지. 농지를 사면 농사를 지어야하고 그 지역에 살아야 한다는 법이 있다. 그 투기꾼들은 법을 피하려고 농사를 위장해서 묘목을 심고, 가짜 컨테이너 하우스를 지었다. 이렇게 머리를 다방면으로 굴리고도 우연히 샀다고 항변하는지 묻고 싶다,

이런 투기와 억지 변명에 투입하는 대신 그 에너지는 보다 튼튼한 아파트를 건설하는 쪽으로 돌려서 국민들에게 LH아파트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이 타당하다,

언론에 보도되고 국민들, 특히 집 없는 젊은 층의 분노가 하늘에 닿을 정도가 되니 수사를 강하게 하는 것 같지만 대상자가 도처에 국회의원 시의원 청와대 직원 등 몇 백 명이라고 한다,

그 수사와 처벌이 소리만 요란하다가 용두사미로 끝날까 염려스럽다. 그런데 이젠 LH라는 회사 이름을 바꿔달라고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한다니 웃음이 난다.

 TV 토론에서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관련법이 없어 실제로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비관하고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 매일 언론에서 수사 상황만 대서특필하다가 다주택 투기 처벌처럼 유야무야 흐지부지 끝나지 않기를 빈다,  

현 정권은 온 국민의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고 1가구 1주택 소유만을 강요하고 2주택 이상에는 중한 종부세를 매겼다. 그 종부세가 올해는 전년보다 10% 올랐다. 그러나 현재 몇몇 고위 공직자들은 아직도 다주택자들이라 한다. 내로남불이다. 3기 신도시 땅 투기 외에도 부산 가덕도 땅, 세종시 땅에도 투기 의혹이 거론 중이다. 이 나라가 지금은 부동산 불법 투기 천국이 돼버렸다,

 LH 두 명의 전, 현 본부장이 죄송하다며 목숨을 스스로 끊었다. 더 이상 이런 극단적 선택은 없어야 하고, 혐의가 있는 사람들은 양심선언을 하기 바란다. 그리고 최선의 해결책을 스스로 내놓아야 한다, 법으로도 투기꾼은 엄하게 다스려야한다.

바람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부정해도 바람은 분명 나무 사이로 지나가는 것처럼 진실은 당장 안 보여도 반드시 숨었다가 드러나는 게 만고의 진리다. 나라를 더 이상 혼란스럽게 흔들지 말고 투기를 인정하여 조속히 나라를 안정시키기 바란다,

정부는 수사기관의 정점인 검찰을 적폐 기관으로 몰아서 수사권을 더 이상 박탈할 것이 아니라 이번 투기 사건을 공명정대하게 엄정 수사하도록 검찰에 위임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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