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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본 한국 인권상황은 최악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4.0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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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미국 국무부의 2020년도 인권보고서 가운데 한국 편을 보면 얼굴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다. 인권보고서는 우선 한국의 주요 인권문제로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제약하고 있는가를 몇 가지 사례를 들고 있는데, 그 상태가 최악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얼마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인가?

 보고서가 가장 먼저 사례로 든 것은 ‘대북전단 금지법’의 제정이었다. 미 국무부는 이와 관련해서 한국 내 인권활동가들과 야당정치지도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 받고 있다고 비판한 점을 보고서에 적시했다. 또 언론의 자유와 관련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된 언론인 우종창씨의 사례를 들었다.

 미 국무부는 국경 없는 기자회가 명예훼손을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한국의 사법체계는 “국제 기준에 합치되지 않는다.”면서 언론인이 대통령 참모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징역형을 받은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고용주 전 문화방송진흥회 이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말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1심에선 무죄였으나 2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것도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더욱 창피스러운 내용은 이 보고서가 한국의 중요 인권문제의 하나로 ‘부패’를 꼽았다는 점이다. 그 단적인 예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이 부패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조 전 장관 부인인 정경심 씨는 이미 구속된 상태며, 윤미향 더불어 민주당의원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성희롱이 중요한 사회문제였다는 것도 지적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부산시장이 얼마나 국가적인 망신을 주었는지 알만하다. 그런데도 집권여당은 당헌까지 바꾸면서 철면피답게 보궐선거후보를 내고 ‘한번만 봐 달라’고 읍소하면서 지금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전 당원을 동원하여 유세를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후안무치(厚顔無恥)가 아니고 무엇인가.

 미 국무부가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통해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의 인권문제까지 조목조목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은 바이든 행정부가 구상 중인 파상적 대북인권공세의 예고편이라고 보는 게 맞다. 트럼프 정부 때 소홀히 다뤘던 북한 인권문제를 비핵화와 함께 대북정책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김정은 정권과의 대화협력을 이유로 북한 인권을 외면해온 문재인 정부의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대북정책에 편승해 북한 인권은 뒷전에 두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 정부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으로 비상이 걸린 셈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문 대통령은 북한 인권문제뿐 아니라 한국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계속 지적받는 상황을 맞게 될 것 같다.

 외교가에선 이처럼 미 국무부가 북한 인권과 함께 한국의 여권 인사들의 부정부패와 성(性) 추행 사례들까지 언급한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 외교 전문가는 미국이 한국 정부에 북한 인권 외면을 전반적인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서 미 인권담당 고위 간부는 방송에서 “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고 인권을 평화의 걸림돌로 여긴다.”며 “ 인권을 다른데다 치워두고 평화를 얻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다.

 문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핵무기와 인권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이런 접근법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과거 소련이나 동유럽 사례에서 보듯이 인권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핵(核)문제 합의를 성사시킨 전례(前例)가 없다. 문 정부는 올해도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제안국에 불참했다. 벌써 3년 연속 그랬다. 북한이 화를 낼까봐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5년 전 제정된 북한 인권법이 만들라고 규정한 북한 인권재단의 사무실은 ‘재정적 손실’을 이유로 폐쇄했다. 북한 인권대사도 임명한 적이 없다. 그러니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북한인권 결의안이 무엇인가. 북한의 인권 유린과 탄압을 규탄하는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의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트럼프가 탈퇴한 인권이사회에 복귀하여 공동 제안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다가는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한. 미 간 마찰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유엔에 이어 ‘인권과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미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를 외면하는 문재인 정부의 직무유기를 지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 사회는 북한 인권문제에 관한 한국정부의 태도를 여러 번 지적해 왔었다. 그래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안에는 국무부 동아시아 한국 석좌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인식을 공유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자칫 한국이 ‘북한 인권 탄압국’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미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해 북한 인권을 탄압했다고 보는 사례는 우선 2019년 귀순의사를 밝힌 북한 어민 2명을 ‘흉악범’이라며 강제 북송한 것에 관한 것이 있다. 당시는 트럼프 행정부여서 미국은 관여를 안 했지만 유엔 인권보고관이 “깊이 우려한다.”는 성명을 낸바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북한 인권문제에 관한 문 정부의 조치에 우려를 표한 것은  세 차례나 된다.  

 그런데 당시 정부는 선원 강제 북송 뒤 국회에서 “어민들이 ‘죽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는 거짓말을 했다. 그 뿐이 아니다.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정박했을 때는 마치 배가 표류한 것처럼 거짓 브리핑을 했고, 문 대통령이 “남북대화가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자 다음 날 바로 북한 외무성 국장이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정부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을 문제 삼을 때마다 “반(反) 공화국 모략책동”이라며 반발하는 북한 정권을 의식해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그리고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제안국에도 계속 불참하더니 심지어 ‘김정은 체제 수호법’인 ‘대북전단금지법’까지 만들었다. 우리 국민들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뺏어버리는 위헌적(違憲的)이고 반(反) 민족적인 폭거를 자행한 것이다.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동시에 원칙의 문제이다. 그것은 선택적으로 하는 타협이나 묵인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내부의 인권을 신장시켜야 함은 물론이지만, 북한의 인권은 향상시킬 생각조차 않고 도외시 한다면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 내부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논하는 것조차 막아버린다면 남북대화를 몇 백번 한다 한들 그게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그런 정신으로 나라를 경영하면서 추진하는 남북한의 만남은 늘 쇼로 끝나고, 남북한 모두에게 남는 것은 허탈과 절망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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