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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냄새와 암내

  • 최태호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4.05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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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중부대 한국어 교수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 교수

환갑이 넘은 지 꽤 지났지만 필자는 아직도 주말부부다. 지난 주에는 건조대에 이불이 널려 있었다. 물론 새삼스러운 것은 아닌데 그날따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대답이 의외로 나를 놀라게 했다. 이불에서 ‘노인 냄새’가 나서 빨았다는 것이다. 가끔 몸에서 땀냄새가 난다고 씻고 오라는 말은 들었어도 노인 냄새가 난다는 것은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필자가 앉았던 소파에서도 노인 냄새가 난다고 그 주변에는 앉지도 않았다. 말은 안 했지만 사실은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과에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아서 그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한다고 해서 살갑게 대하고 자주 포옹도 해주곤 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니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나한테서 노인 냄새라니……?” 부끄럽지만 학교에 가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살며시 물어 보았다. “나한테서 할배 냄새나니?”라고 물었더니 모두 아니라고 하면서 혹자는 엄청 크게 웃는다. 웃으면 안 되는 줄 알지만 너무 이상한 말을 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서는 냄새가 난다고 하니 걱정이다. 세상에는 향기도 많은데 하필이면 노인 냄새가 날까? 매일 머리 감고, 샤워하고, 만보 걷기하고 또 씻고 자는데도 몸에 땀냄새나 노인 냄새가 뱄는가 보다. 아마도 주말부부다 보니 옷을 자주 갈아입지 못해서 몸에 냄새가 뱄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노인 냄새라는 것은 엄청 기분 나쁘다.

냄새란 “1.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 2.어떠한 일을 알아차릴 수 있는 낌새나 어떤 일이 일어날 조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어원은 자동사인 '나다'로, 이것에 사동 접미사 '-이-'가 붙어 '나이다→내다'가 되었고, 그 명사 파생형이 '내음'이 되었다. 오늘날 '꽃내음' 등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내음' 뒤에 '모양새', '낌새' 등에 있는, 꼴을 뜻하는 접미사 '-새'가 붙어 '내음새'가 되었고, 이게 줄어든 게 '냄새'다. 노인 냄새는 노인에게서 나는 노인 특유의 체취를 의미하는 말이다. 중국에선 노인미(老人味)라, 일본에서는 가령취(加齡臭)라고도 하는데, 나이(齡) 먹어서(加) 나는 냄새(臭)란 뜻으로 굳이 설명을 하자면 묘하게 쏘는 냄새로 보면 된다. 노인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노인정, 양로원 등)에서 어렵지 않게 맡을 수 있고, 통풍이 안 되는 밀폐된 장소라면 그 배가 된다. 노인 냄새, 쉰내라고도 표현한다. 일부는 이를 노년층 비하의 용도로 사용하나,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불가피하게 날 수밖에 없다.(이상 <나무 위키> 참조) 그러니 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몸에서 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몸에서 난다고 하면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것은 세월이 독이 되는 것이다. 슬프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가끔 외국인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약간 역한 냄새가 나는 아이들도 있다. 그냥 생리중이겠거니 하고 말지만 때로는 상당히 역한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암내’라고 하는 것 같다. 겨드랑이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말하는데, 한자로 표현하자면 겨드랑이 액(腋)자를 써서 액취(腋臭)라고 한다. 겨드랑이, 사타구니를 비롯하여 여성의 경우 유두 등엔 통상의 땀샘인 에크린 샘 외에 아포크린샘(대한선)이라 불리는 특수한 땀샘이 분포하는데, 남성의 경우도 겨드랑이, 서혜부, 수염이 나는 부위에 아포크린샘이 분포한다. 이 땀샘에서는 지방산이 함유된 땀이 분비되며, 배출 초엔 여느 땀냄새에 가까우나 성분인 지방산이 유기물질인지라 곧 균에 의한 분해가 발생하며 특유의 악취가 풍겨나게 된다. 쉽게 말해 썩은내. 암내가 지나치게 심하다면 액취증일 가능성이 높다.(위의 <위키백과>에서 인용함)

노인미(가령취)나 노인 냄새나 암내 등이 모두 향기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주변의 일이다. 향기와는 다르게 냄새라고 하면 뭔가 불편한 기운을 느끼게 된다. 가능하면 타인을 괴롭히는 일을 멀리 두고 싶은 소망이 있다.

오호 애재라! 흐르는 세월을 누가 당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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