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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거짓말과 위선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4.0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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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이해찬 전 더불어 민주당대표가 이번 4.7보궐선거는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하더니 사전 선거가 시작 되던 날은 민주당이 어려워졌다고 말해 유권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고 말할 때 1995년 서울시장 선거 때를 상기시켰다.

 그에 따르면 당시 여론조사에서 박찬종 후보가 40%, 조순 후보가 20%대를 유지했는데 박찬종 후보가 진 것은 ‘거짓말’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후보가 유신 찬양 글에 대해 사과했으면 됐을 것을 거짓말로 잡아떼다가 폭삭 망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직자의 거짓말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이 전 대표는 그 뒤에도 친여(親與) 유튜브 등에 출연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다”며 “여론조사의 3분의 2는 장난치는 것”이라고 했다. LH사태를 두고는 “윗물은 맑은데 바닥에 가면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해 부정과 비리를 아랫사람의 잘못으로 돌려 비난을 샀다.

 그는 민주당 대표로 있을 당시의 총선 때도 민주당이 20년 집권이니 100년 집권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슨 이유에선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민주당이 위험하다는 등 엄살을 떤다. 그가 지금 무슨 꿍꿍이수작을 계획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친(親) 노무현 좌장격인 그는 2007년 6월 27일 열린 우리당 당원 간담회에서 “2002년 대선 때보다도 이번 대선이 훨씬 쉽다”며 대선 승리를 낙관했었다.

 그러나 그 해 12월 대선에서 이해찬 대표가 몸담고 있던 정당은 무려 6백만 표 차이로 대패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20대 총선에선 ‘친문 상왕’으로 불리던 그는 공천에서 배제됐다. ‘막말’ 때문이었다. 그를  컷오프 한 사람이 그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그가 지금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회 김종인 위원장이다. 시쳇말로 돌고 도는 게  세상일인가 싶다.

 이해찬이 말하는 거짓말의 대가(大家)는 지금 누구를 말할까? 예전에 필자가 지금은 작고한 지역구 의원에게 질문했다가 우문현답(愚問賢答)이 된 일이 있다. 그 때의 질문은 “ 정치란 한마디로 무엇인가?”였다. 그의 대답은 “ 하나같이 국민들 속이는 짓이지”였다. 선거 때만 되면 유권자들을 향해 “잘 살게 해주겠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겠다. 학교를 유치하겠다.”며 온갖 감언이설(甘言利說)을 늘어놓지만, 정작 당선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집권한지도 4년이 지났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내용들은 거의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고 지켜진 것은 딱 한가지뿐이라는 말이 현실화 되고 있다. 그러니 우리의 삶이 나아지기는커녕 찌그러들기만 했다. 그게 최근 발표된 통계청 집계에서 나타난 것이다. 일자리는 늘기는커녕 100만개가 사라졌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기저질환으로 몸살을 앓았는데 코로나까지 겹쳐 국민들의 삶은 파탄지경이 됐다.

 살판난 것은 선출직 권력과 공직자들뿐이다. 경기가 나빠도 국회의원들과 정부 장차관들의 수익은 크게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죽지 못해 사는 소상공인들을 비롯해 영세업자들은 국민 세금으로 만든 각종 재난지원금으로 연명하는 실정이다. 선진국들은 미리미리 백신을 구입해 유럽의 몇 몇 나라는 이미 집단면역이 생겨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K방역을 선전하더니 세계 꼴찌나 다름없는 111번째 방역 접종국가이다.

 21세기 국가는 ‘작은 정부’ ‘깨끗한 정부’를 지향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공무원 수는 17만 명을 증원하는 게 목표이고, 공직자들은 “이 때 아니면 챙겨 먹을 수 없다”는 식으로 LH 사태 같은 비리를 버젓이 저지른다. 게다가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유능한 인재를 쓰는 게 아니라 실력이 있건 없건 자기편 사람들을 낙하산으로 심기에 바빴다. 기업은 옥죄기만 하니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국민세금으로 늘린다는 일자리는 한시적인 노인일자리뿐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문 정권이 한 거짓말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거짓말을 밥 먹듯 하니 이루 다 열거하기도 힘들지만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들어보자. 우선 전제가 되는 것이 있다. 문 정권은 거짓말을 해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못이 드러나도 반성할 줄은 전혀 모른다. 국민들을 놀라게 해놓고는 매번 몰라라 하면서 능청을 떤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통합과 공존’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이렇다. “나를 지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 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얼마나 감동을 주는 말들인가. 그러나 이 말들은 모두 거짓이었다. 지난 4년을 보면 하나도 이뤄진 게 없다. 모두 말만 번지래하고 공허한 외침이 되었다. 모든 정책은 경악할 만큼 비상식적이고 정의롭지 못했다. 탈(脫)원전정책이 그렇고, 대북(對北) 정책이 그랬다. 흑자를 내던 한국 전력은 엄청난 적자공기업이 됐고, 남북회담 결과는 북한 핵으로 돌아왔다. 미. 북 회담 역시 한낱 ‘평화 쇼’에 지나지 않았다.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하는데 조국, 추미애를 앞세워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검찰장악에 시간을 낭비했다. 내편이 아닌 네 편은 좌천시키고 내 편에게 그 자리를 채웠다. 모든 정부 인사가 괘도를 벗어났다. 정권에 대한 판결을 불리하게 판결한 판사는 조기에 교체시키고 유리하게 판결하는 판사는 무기한 한 자리에 유임시키는 무리수를 두었다. 야당의 반대로 인사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는데 임명된 장관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29명이나 된다. 삼권분립의 원칙이 깨진지는 오래됐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 광화문 정부청사로 집무실을 옮겨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없던 것이 됐다. 퇴임 후 사저(私邸)문제로 야당이 지적하자 “그 정도 하시라.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다”라고 페이스 북에 썼다. 어찌 보면 제왕적 대통령이 겁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늘 소통을 강조 하던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스스로 소통을 차단하는 게 아닌가 하여 심히 우려스럽기만 하다.

 일반 공직자들의 거짓말도 이어진다. ‘LH발(發) 부동산투기’의혹으로 4.7 재. 보궐선거 여론이 악화되자 교육부는 별안간 조국씨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 이슈를 꺼내들었다. ‘집값 폭등은 투기 탓’이라던 여당은 갑자기 “우리가 부족했다”며 반성하는 척 한다. 진짜 반성인지 선거공학인지 헷갈린다. 반성의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여당 후보의 결혼 전 처가 땅 문제를 되레 ‘거짓말 프레임‘을 씌워 공격한다. 본질을 벗어난 공격을 하다 안 되니 ’제 2의 김대업‘을 내세우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진다.

 많은 국민들은 정부 인사들의 발언이나 행동을 두고 위선(僞善)일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김상조의 ‘낡은 가방’이라든가. 박원순의 ‘망가진 구두’, 박영선의 ‘헤진 운동화’와 그들의 언행을 지켜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위선은 ‘거짓된 선(善)’을 뜻한다. 하얀 거짓말과는 다른 개념이다. 하얀 거짓말은 타인에 대한 선의(善意)라도 있지만, 위선은 그저 자신의 이기심일 뿐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악인보다 더 혐오스럽다. 악한 본성이 드러났을 경우엔 그 충격과 배신감은 엄청나다. 그러니 정의를 가장한 악행에는 절대 속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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