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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民心)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4.0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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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인 국민의 힘 후보가 압승한 것은 한마디로 국민의 승리였다. 민심이 천심(天心)이라는 말처럼 민심은 이번 선거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여야는 이번 선거를 통해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게 됐을 것이다.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2017년 ‘박근혜 정부’를 불법 탄핵시키고 그 세력들이 뭉쳐 소위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켰다. 민심은 그들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 속아 지난해  4.15총선에서 더불어 민주당을 180석이라는 거대여당으로 만들어주었다. 그 때는 그게 민심인줄 알았다. 그런데 민주당을 전폭 지지하던 그 민심이 불과 1년 만에 ‘분노의 풍랑’으로 돌변했다. 무엇 때문인지 ‘성난 민심’은 거대 여당에 회초리를 들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너무 많아 모두 다 열거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살펴보자. 문 정권에 민심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경제정책과 안보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들면서 부터였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철지난 경제정책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했고 남북 정상회담과 미. 북 정상회담이 한낱 ‘평화 쇼’로 끝나자 민심은 불안 해 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전 정권에 대한 끊임없는 보복이 이뤄지고 3권 분립은 사라졌다.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민심은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고, 24번이나 내놓은 부동산대책이 집값만 올려놓는 결과를 낳자 민심은 더 성내기 시작했다.

 21대 국회 초반 압도적 다수의 원내 의석을 앞세워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 이외는 뭐든지 다하는 여당의 횡포에 진저리를 내기도했다. 여당 단독으로 공수처법, 선거법, 임대차 3법 등을 처리하고 주택공시가격을 급격히 인상해 ‘세금폭탄‘를 맞게 되자 집권세력의 폭주를 막아야겠다는 여론이 모였다.

 설상가상으로 한국토지주태공사(LH) 직원들과 여당 국회의원 등 정권실세들의 땅 투기는 여당에게 대형 악재(惡材) 가 됐다. 전국적인 집값 폭등과 전세난에 불만여론이 비등하는 가운데 임대차 3법을 주도한 청와대 정책실장과 여당 국회의원의 위선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꼴이었다. 변창흠 국토부장관의 사의, 국회의원의 투기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 특검실시 등을 들먹이며 LH사태의 수습에 나섰지만 들불처럼 번지는 ‘불공정 ’ 이슈를 진화할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 정권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20대와 30대는 ‘공정’과 ‘정의‘를 저버린 정권에 실망해 일찌감치 등을 돌렸고, 선거 과정 중에 중립적이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편파적인 처사는 전 연령층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여당의 가덕도 신(新) 공항 건설이나 야당후보 개인에 대한 네거티브는 오히려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촉매제가 됐다.

 결정적인 것은 창궐한 코로나 19로 인한  민심 이반(離反)이었다. 당초 외국인 입국을 막지 않은데다가 의료진과 국민들이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사이 청와대에서는 한가하게도 영화인들과 파티를 열고 파안대소하는 모습은 실망을 넘어 민심의 분노를 살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정치방역’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면서도 백신확보에 늦장을 부려 결국은 ‘백신 후진국’이 되자 민심의 분노는 폭발했다.

 국민들은 코로나 19사태의 장기화로 피로에 지쳐갔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정부방역대책에 협조해 왔으나 선거 전날 600명이 넘는 신규 확진환자를 기록하며 4차 대유행을 우려해야만 했다. 게다가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19 불황에 민생은 벼랑으로 내몰렸고, 소상공인을 비롯한 영세 자영업자들은 정부. 여당이 국민세금으로 내놓는 재난지원금이 땜질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수도권은 5인 이상 집합금지, 밤 10시 이후 영업제한 등의 강도 높은 조치가 주먹구구식으로 적용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줄 폐업을 가속화시키기도 했다. 코로나 19 방역에서 제일 문제가 된 것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정부가 백신수급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백신 확보에 실패하고도 국민들을 계속 속이고 있으며, 그 실패 이유를 국민 탓으로 돌렸다.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나라들은 서서히 정상생활 복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는 “코로나 수칙 위반 업소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한다.” 고 국민들만 겁박했다. 방역단계를 수시로 변경하고,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은 그 때 그 때 장소나 모임의 성격에 따라 달랐다. 민간인 행사는 철저히 지키라 하고, 정부 행사는 안 지키는 경우가 많았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방역’이었다.

 우리나라가 ‘백신 후진국’이 된 것은 백신 확보를 소홀히 한 정부의 오판이 원인이다. 다른 선진국들은  선(先)구매 방식으로 여러 종류의 백신을 인구의 몇 배씩 확보했는데 우리 정부는 백신을 확보해 놓지 못하고 국민에겐 “남들 먼저 맞는 걸 보고 접종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터무니없는 자기 합리화를 해왔다. 그리고선 백신 부족 티를 안 내려고 며칠이면 다 맞힐 양(量)을 갖고 매일 찔끔찔끔 맞히는 ‘보여주기 쇼‘를 해오니 민심이 좋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선거판이 불리해지자 정부 여당은 “통렬하게 반성한다.”며 ‘미워도 다시 한 번’으로 읍소했으나 이미 등을 돌린 민심을 돌려놓기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청년들이 보기엔 이런 것들이 ‘쇼맨 쉽’으로 비춰져 오히려 역효과가 됐다. 이런 시점에 야권 후보의 단일화는 선거판세를 야권으로 기울게 하는 분수령이 됐다.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는 매우 컸고, 중도 층을 흡수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야권은 보선 이후 범(凡) 야권대통합 시나리오를 띄우며 준비된 미래 권력을 자처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보선판세에 영향을 미친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문 정권의 검찰 장악 과정에 신물이 난 민심은 윤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일약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자 야권의 차기 수권능력에 대한 기대를 높게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과정들을 지켜봐온 민심은 ‘냉엄’ 했던 것이다.

 선거 후 여야는 정계대개편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권은 기존 대권 지형에 격변이 있을 것 같다.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도 나오고 새 당 대표와 원내 대표의 선출도 있어야 한다. 9월 대권후보 경선을 앞둔 물밑 접촉이 활발해질 것이다. 특히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당헌. 당규를 고쳐 가면서까지 보선 후보를 낸데 대한 책임을 먼저 묻게 될 것이다. 당 쇄신을 놓고 노선 경쟁이 벌어질 경우 당 내분 양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야당도 당 내 정치지형의 변동은 피할 수 없다.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나고 당 대표를 새로 뽑아야하고 1년도 안 남은 대선후보 경선도 가져야 한다. 다만 야당에게 당부할 것은 그간 여당이 저지른 국민 편 가르기, 국가재정 파탄 내기. 북한에 대한 저자세, 중국 사대주의 등을 일소하고 정의와 공정이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정치를 펴지 않을 경우 민심의 분노가 미친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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