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이향숙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4.19 16:1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향숙 국투데이 논설위원
이향숙 국투데이 논설위원

불교의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싯귀 중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하는 후렴 구절이 있다. 무소는 코뿔소인데 인도의 코뿔소는 아프리카의 일반 코뿔소와 달리 코 위 가운데에 큰 뿔이 하나 더 있다. 그 뿔 때문에 불편한 점도 있을 테고, 사실은 백조가 오리 속에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당한 동화처럼 왕따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도의 무소는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을 부처는 중생들에게 배우라고 가르친 것이다.

  이 사바세계에서 무소의 삶처럼 속세의 욕망 아집 탐욕 혐오를 버리고 사자처럼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라는 것이다. 자비와 해탈의 경지에서. 사소한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도 자유롭게 통과하는 바람처럼, 흙탕물 속에서도 피어나는 연꽃처럼 그렇게 무소처럼 혼자 당당하게 살라고 한다. 연꽃은 연못 속 진흙탕에 뿌리를 내리고 살지만 그 몸은 오염되지 않고 항상 청결하다. 더러운 게 잎에 떨어져도 묻어서 남아있지 않고 흘러버린다. 고고하고 세속의 때를 묻히지 않는다.  

  요즘 세상이 너무 어지러워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코로나 펜데믹 뿐 아니라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이념 전쟁, 북한의 핵 위협 외에 우리나라는 설상가상 촛불 시위 이후 정권에 불안하고, LH 사태까지 일파만파로 어수선한 나날이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마음 놓고 만날 수 없고 집콕하면서 답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개인주의가 판치고, 인명 경시 풍조로 어린 자식들 죽이는 부모들도 늘어난다. 이러니 이젠 자신을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됐다. 인도의 코뿔소처럼 어떤 핸디캡도 극복하고 자기 삶을 혼자 당당히 이끌어가야 하는 시대가 됐다. 혼자 살아야한다고 남을 해치라는 건 아니다. 욕심을 버리고 자비심으로 무장한 채 당당히 살라는 것이다. 쉬운 일을 절대 아니다. 그래도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호위병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재능을 발굴해서 갈고 닦고 그걸로 자신을 지켜야한다, 요즘 TV프로를 보면 맛집으로 성공한 분들이 하는 말은 “사업 실패 등으로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할 줄 아는 게 어머니에게 배운 음시 솜씨 하나뿐이라 무조건 소규모로 시작한 식당이 맛으로 성공한 것”이라 한다. 그분들이 엄마가 해준 칼국수를 먹었을 때 훗날 자기가 그걸로 돈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분은 젊어서 사업 실패로 모든 걸 다 버리고 혼자서 깊숙한 산골로 들어가서 오두막집에 살고 있는데 산에 버려진 통나무들을 보고 아까워서, 해본 일이 없는 조각을 하게 됐고, 차츰 장승을 만들어서 집 주변에 세워놓았다. 그렇게 모인 작품들이 훌륭한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고 그는 조각가로 제2의 성공한 삶을 이끌어가고 있다.

  누구나 한 가지 재능은 갖고 있다. 다만 자기가 깨닫지 못할 뿐이다. 나 역시 학생 때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은 가진 일이 없다. 몸이 허약해서 남의 병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우연히 대학생 시절 학보에 쓴 글 한 편이 내 인생을 언론인으로 결정한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 최고의 보석인 다이아몬드다. 다만 때 묻은 다이아몬드인데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자기를 그저 더러운 돌로 생각하고 아무데나 버린다. 자기 자신의 가치를 소홀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이 세상에 자기를 가장 사랑할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타인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할 사람은 없다. 우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다이아몬드임을 알고 사랑해야한다, 나의 때가 무엇인지 발견해야하고 그리고 용기를 내어 힘차게 묻은 때를 닦아야한다. 어떻게 얼마나 닦아야하는 지는 각자 연구할 일이다.

  나는 뿔이 한 개인 인도 코뿔소라고 열등감과 자괴감에 빠진 채 살 필요는 없다. 당당히 무소의 뿔처럼 뚜벅뚜벅 올바른 내 길을 혼자 걸을 수 있어야한다. 나는 가난한데 LH 어느 전 직원은 아파트 15채를 가진 부자라고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그 직원의 말로는 어두운 방 한 칸이 될 테니까.

  자신을 더럽다고 쓰레기통이나 아무 길가에 버리지도 말고 항상 사랑하고 깨끗한 마른 걸레로 내 영혼을 깊숙이 닦으며 윤기 있는 다이아로 만들며 살아야할 것이다. 나라는 다이아의 크기는 계산하지 말자. 다이아가 1부 짜리인지, 1캐럿 짜리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결혼반지 받을 때 크기는 별로 따지지 않는다. 작든 크든 사랑이 깃든 다이아를 받았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내가 10캐럿짜리 다이아라 해도 갈고 닦지 않은 원석 그대로 내버려두면 때가 묻은 더러운 돌멩이일 뿐이다. 길에 버려도 돌인 줄 알고 아무도 주워가지 않는다. 다이아는 다듬고 닦아서 광채가 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발생한다.

  과거는 무조건 적폐로 몰고, 내로남불 식으로 비판하지도 말고, 오직 무소의 뿔처럼 앞만 보고 굳건히 걸어가는 것이 이 난세를 사는 지혜라고 본다. 헛된 욕망과 아집이 없이 보편타당한 진리를 굳건히 지키는 일이 나를 빛나는 다이아로 만들 것이다. 부귀영화는 짧고 사람의 가치는 죽어서도 남는다. 욕망의 끝은 언제나 허무하다.

  내가 초등학생 때 책에서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글을 읽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러다가 중 3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나는 염습할 때 애는 봐서 안 된다는 어른들 반대를 무릅쓰고 그 현장에 참석했다. 그리고 수의를 봤다. 정말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었다. 할머니 입에 노잣돈과 쌀 몇 알이 들어갔을 뿐이고, 그 돈은 염습사가 곧 빼 가졌다.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가는 건 아무 것도 없고 투박한 삼베옷 한 벌 뿐인 허무함을 알면 부귀영화의 욕심이 없어질 것이다.

 

저작권자 © 국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