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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奸臣)열전(列傳)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4.2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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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권력자의 주변에는 아부를 일삼는 간신배들이 항상 들끓었던 모양이다. 대개 간신배들은 권력자에게 잘 보여 얻은 재물과 권력을 좋은데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거나 더 큰 권력을 얻는데 사용했다. 그들은 공직자들을 내편 네 편으로 갈라치기 하면서 반대편 사람들을 모두 죽음에 이르게 하고 끝내는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가 이래서 생긴 것 같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이니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윗사람을 농락하고, 그래서 얻어낸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를 때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이런 언어로 세상의 모습을 올바르게 보고 들을 수 있는 군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온갖 아부와 아첨,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절대 권력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만 해주는 자가 바로 간신이다.

 조선 왕조시대에 국정을 농단하고 권력을 전횡하여 나라의 기강과 근간을 흔든 간신은 숱하게 많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유자광과 임사홍, 김자점을 ‘조선 왕조시대 3대 간신’으로 꼽는다. 유자광은 서출(庶出)이란 굴레 속에서 자라 관직에 나가지 못하고 직업군인의 길을 택한다. 그는 이시애 난의 진압에 참여하고 남이 장군을 모함하여 죽게 만들고, 연산군 때 일어난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 등 5명의 임금을 모시면서 수많은 사람을 음해하고 무고하여 죽음으로 몰고 간 자다.

 임사홍은 어려서부터 머리가 비상했다. 음서제(양반자제 특채)로 조정에 들어가 권력을 남용하기 시작했다. 임사홍은 아들 임숭재와 함께 연산군의 명을 받아 조선 팔도의 미인을 뽑아 한양으로 보내는 채홍사의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주군인 성종대왕이 승하하기 직전 폐비 윤씨의 일을 ‘앞으로 100년간 발설하지 말라’는 어명을 받고도 이를 배신하고 폐비 윤씨의 일을 연산군에게 고자질해 갑자사화의 피바람을 만들었다. 임사홍은 중종반정이 일어나면서 척살되고, 얼마 후 부관참시까지 당했다.

 고려시대 최광이란 자는 승려였는데, 송광사에 있을 때 그 세도가 하늘을 찔렀다고 한다. 그는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문도들을 모으거나 재산을 모으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가 거둬들인 쌀이 50만석이나 됐고 금과 비단은 넣어둘 창고가 부족했다고 하니 얼마나 재물을 탐했는지 짐작이 간다. 최광은 유부녀를 강간하거나 역마를 자기 소유처럼 타는 등 불법을 자행했으나 어느 누구하나 제지를 못했다 한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조선통신사로 황윤길과 김성일이 일본에 건너가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고 돌아와 선조에게 보고를 드릴 때 서로 상반된 보고를 한 것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다. 당시 황윤길은 “필시 변화가 있을 것이며, 풍신수길의 눈빛이 반짝반짝하여 담과 지략이 있는 사람같이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김성일은 ” 그러한 느낌을 받지 못했고, 풍신수길의 눈이 쥐 눈과 같으니 족히 두려워할 위인이 못 된다“고 했다.

  게다가 김성일은 황윤길의 말에 “민심이 동요되게 하니 사리에 매우 어긋난다.”고 까지 힐책하여 지금까지도 나라의 안위는 생각지도 않고 당파싸움에만 몰두한 간신배로 취급받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런 간신배들이 우글거리니 또 다시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와 같은 비극이 재현될까 심히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권에서 활개 치는 간신들은 그 수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다. 청와대 내에는 물론이고 입법, 사법, 행정부, 학계, 언론계, 노동계 등에는 온통 아첨꾼들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86 귀족 진보‘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권력을 잡고는 잔악한 행태까지 보인다.

  지금 이 나라에선 ‘월광 소나타’를 친 자나, 겨우 열 몇 평짜리 임대아파트를 밤새 개조해놓고 대통령을 모셔다가 “살만하다”는 헛소리를 하게 하는 자가 입각하거나 대변인이 된다. 청와대 비서진들이 작당을 해서 대통령의 30년 지기 친구를 시장으로 당선시키는데 공헌을 해 피의자가 된 자들이나 땅 투기를  한 자가 버젓이 국회의원이 되는 나라다.    

 코로나 사태에서 아첨꾼들의 준동은 극에 달하는 것 같다. ‘코로나를 옮긴 사람은 중국인이 아니고 중국을 방문하고 온 한국인’이라며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는 정부 입장을 두둔하더니, 백신 확보와 관련해 ‘백신 수급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해온 기모란 교수란 사람이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되었다. 방역기획관은 방역상황을 중장기적으로 예측해 대책을 세우고 대통령에게 조언해야할 자리다. 그런데 그런 황당한 발언만 하던 사람이 그 자리에 가서 되겠는가.

 그동안 청와대나 문재인 대통령이 방역상황을 오판한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닌데, 기 교수 같은 학자의 말을 들은 결과일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일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그 직후 확진자 수는 600명에서 1000명대로 늘었다.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선 “코로나 백신이 충분히 빨리 도입됐고, 충분한 물량이 확보됐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 정반대다.

 홍남기 부총리는 코로나 백신 수급 차질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에게 ‘가짜뉴스‘라며 언성을 높였다. 사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가짜뉴스’라고 거꾸로 역정을 내다니 이렇게 철면피할 수가 있는가. 홍 부총리는 철저하게 문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며 정책을 왜곡해 왔다. 결과는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일자리 참사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고통, 국가부채 급증, 부동산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책임자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에 출마하려하니 그 욕심에 아부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후한(後漢)의 학자가 지은 잠부론(潛夫論)에 보면 “칼을 제대로 잡을 줄도 모르는 자로 하여금 베라고 하면 스스로 많은 상처를 입을 뿐이다.” 라고 했다. 그런데도 세상의 군주들은 아부꾼들의 아첨하는 모습만을 좋아해 그들의 재능은 헤아려보지도 않고 관직을 내린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조국이나 추미애, 변창흠, 김상조 등은 누가 보아도 칼을 제대로 잡을 줄 모르는 자들 같다. 그런 자들에게 칼을 쥐어주니 마구 칼춤을 추다가 자기도 다치고 나라도 위태롭게 만든 게 아닌가 한다.  

 간신과는 별개로 영행(佞倖) 또는 폐행(嬖幸)도 있다. 간신은 주로 자리를 탐하지만 이들은 아첨으로 임금의 눈에 들어 돈을 탐하는 자들이다. 이 시대에 이 범주에 속하는 자는 교통방송이라는 공익기관을 이용해 특정정파에 쏠린 이야기나 해대며 고액의 출연료를 빼먹는 자가 해당될 것이다. 여하튼 민심이 천심이라 했다. 하늘의 마음은 일정하지 않아 어질지 못하면 그 사람은 버리고 어진 사람 쪽으로 옮겨간다고 했다. 두고두고 명심해야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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