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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전쟁’서 참패하고 남 탓만 할 때인가?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4.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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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자국민 접종을 하고 남는 여분을 다른 나라에 지원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미국의 백신 지원 우선순위에 들어있지 않다고 한다. 바이든 발언 이후 미 국무부가 언급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인접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對中) 견제 협력체 쿼드(Quad)의 참가국인 일본. 호주. 인도를 우선 지원 대상으로 꼽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미간 ‘백신 스와프’를 요청한 한국정부에 대해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다.

 왜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갈수록 심화되는 미. 중간의 갈등 속에서 청와대는 물론 여권 전체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정책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해 오면서 친(親)중국 노선을 걷는 모양새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누적된 대미(對美) 외교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미국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발언일 것이라“이라며 ”한. 미간 백신협력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등 낙관적인 전망만 한다.

 지금이라도 백신문제는 ‘대미전략의 부재’로 인한 결과라고 왜 솔직히 말하지 못하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하지 않는가.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한 작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청와대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가해도 줄타기 외교로 일관해온 것이 사실이다. 성주에 있는 사드기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어떠했는가. 중국에 3불(不) 약속을 해준 게 문 정부 아닌가. 엊그제는 중국이 주도하는 ‘보아오 포럼’에 미국 동맹국 중 유일하게 한국정부만 참여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미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거둔 성과 위에서 미. 북 협상을 더욱 진전시켜나가야 한다”면서 “싱가포르 미. 북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전 세계 어느 정부가 직전 정권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을 달가워하겠는가 말이다. 더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승리를 끝까지 인정 않고 의회 표결절차를 저지하는 폭력사태까지 조장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짐작이 간다.

 더욱 한심한 것은 ‘코로나 가뭄’에 따른 여권(與圈)에서 나오는 무책임한 발언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제때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여론이 악화되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여권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백신부족은 우리 정부의 탓이 아니고 순전히 미국과 해외 제약사의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정 전 총리는 심각한 백신 가뭄에 대해 말하면서 “상당히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계약임에도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계약을 제때 했다”면서 “만약 미국이 금수(禁輸)조치를 취한다면 이건 깡패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여권 사람들은 백신제약사의 ‘갑질’이라느니 ‘불공정 계약’ 이라는 비난을 이어갔다. 다시 말해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들의 요구가 매우 무리하다는 것이다. 문 정부가 백신부족을 인정하지 않고 남 탓만 해온 것이 어제 오늘만이 아니지만, 드디어 미국 탓까지 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더구나 전직 총리가 백신 협력의 열쇠를 쥔 미국에 대놓고 ‘깡패’라는 거친 표현의 용어를 썼다는 것은 더더욱 삼갔어야 할 일이다.  

 바이든 정부가 우리정부에게 기대하는 역할에는 맞장구라도 처 줘야 하는데 엇박자만 내면서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것이 진짜 친구”라고 말한들 미국이 무엇이 아쉬워서 우리정부에게 백신을 우선적으로 나눠주려 하겠는가. 지금은 어떻게든 백신을 확보하려면 미국의 도움을 받아내야 하는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비난을 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전(全) 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사가 한정돼  일반적인 백신계약과는 다르게 제조사에 유리한 조항들이 공통적으로 있다”며 “제약사들이 한국에만 불공정한 조건을 제시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쿼드 가입은 부정적으로 이야기 하면서 반도체와 배터리를 한. 미 백신의 지렛대로 삼으려하는 외교방식도 옳은 것만은 아니다. 반도체와 배터리가 세계적으로 첨예한 전략자산화 되어가는 것은 맞지만, 그보다는 한. 미간의 근본적인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정부는 우선적으로 미국과의 신뢰를 쌓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급선무인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대미(對美)외교 난맥상을 가져오게 된 원인을 분석하여 시정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현재 우리 정부의 외교. 안보라인에는 미국 전문가가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친중 반미 기류가 형성 되어서인지 미국과 접점이 있었던 미국 전문가들이 물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미 외교의 일선에서 뛰는 주미대사가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다고 앞으로 70년간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등 미국을 불편하게 하는 말만 해온 것도 잘못이다.

 여당 내를 보더라도 ‘미국통’ 보다 ‘중국통’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니 의회 내 대미 외교채널의 구축도 어렵다. 그런데도 여권에서 백신을 제때에 구입해오지 못한 것이 정부책임인데도 다른 데로 돌리고 있으니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전 전 총리는 지난 1년 넘게 방역과 백신확보문제를 책임져온 사람이다. 주요국에 비해 백신 계약이 늦은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 어떻게 ‘제때’ 계약을 했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가. 대선(大選)을 의식해서 한 말이라면 더더욱 잘못이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49%, ‘잘 하고 있다’는 의견이 43%였다. 코로나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응답자의 55%가 ‘백신 확보. 공급문제’를 들었다. 정부가 백신 도입이 늦지 않았다고 강변해도 국민들은 정부가 백신확보문제를 안이하게 판단해 적기 확보에 실패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지금은 백신의 생산과 유통을 쥐고 있는 미국의 도움이 없이는 안정적인 백신 수급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 백신 부족으로 접종 속도가 나지 않는 가운데 코로나 확진환자는 연일 800명 선을 넘나들고 있다. 하루 확진환자가 언제 1000명대로 올라설지 알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불공정 계약이라고 제약사 탓하고, 도입차질을 우려하는 보도를 하는 언론 탓하고, 거친 표현으로 미국을 탓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우선 백신 구입 실패를 인정하고 정확한 구입 시기 등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혀 괜히 그렇잖아도 경제난으로 힘든 국민들에게 더는 ‘희망고문’을 하지 말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쿼드체제 하에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한다는 각오로 임해 주어야 한다. 미. 중간 줄타기 외교를 고집한다든가, 미. 북 대화나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을 승계할 것을 촉구하는 것은 ‘백신동맹’에서 소외되기 십상이다. 코로나 위기에서 쿼드체제는 미국의 백신개발과 일본과 호주의 재정지원, 인도의 대량생산으로 ‘백신협의체’를 견고히 하는 것 같다. 정부는 내달에 열릴 한. 미 정상회담 전까지 “한국이 가장 신뢰할 수 있고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혈맹"임을 입증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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