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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발로 차지마세여(?)

  • 최태호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4.26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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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중부대 한국어 교수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 교수

아침에 아내와 산에 다녀오는데 어느 가게 문 앞에 써 있는 글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문법을 파괴하고 현대인들이 SNS에 즐겨 사용하는 문장 형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서글픔을 금할 수가 없다. 특히 00중학교 앞에 있는 문방구에 붙어 있는 문구라 더욱 슬프다. 아마도 학생들이 문을 발로 차고 들어오거나 주인이 없을 때 발길질을 자주 하는 모양이다.

과거에 다문화 가정의 결혼이주여성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연결어미를 지도하면서 황당했던 기억이 있어 함께 논해 보고자 한다. 당시 베트남 여성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결어미 ‘고’를 설명하면서 “동생은 피아노를 친다. 나는 공부를 한다.”를 한 문장으로 만들면 “동생은 피아노를 치고 나는 공부를 한다.”라고 가르쳤다. 그러면서 문장을 연결하려면 동사의 어간에 연결어미 ‘고’를 붙여 두 문장을 하나로 만든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엉뚱한 질문이 들어왔다.

“교수님! 문 닫고 들어와.”라는 말이 있는데, “문 닫고 어떻게 들어가요?”

하고 질문을 했다. 엉뚱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말이라 “한국인은 중요한 것을 앞에 쓰는 습관이 있어서 그렇다. 가끔 문법이나 논리를 벗어난 것이 있다.”고 하면서 “꼼짝말고 손 들어.”까지 묶어서 설명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연결어미 중에 ‘~~요’가 있는데 요즘 사람들은 종결어미와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부연설명까지 하였다. 그들은 한글지도사 과정에서 공부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이해를 하고 넘어갔다. 요즘도 식당에 가면 “어서 오십시요.”라고 쓴 것을 현관 바닥에 깔아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요’는 연결어미로

“하나요, 둘이요, 셋이요……”

“이것은 사과요, 저것은 복숭아다.”

와 같이 문장을 연결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가게 현관에는 “어서 오십시요.”라고 써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맞는 말인 줄 안다. 마치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는 광고문구로 학생들이 시험에서 모두 틀렸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문법을 파괴하고 글을 쓰다 보니 지나치게 어법에 어긋나는 것이 많다. 그래서 그 문방구도 학생들의 수준에 맞추다 보니 가게 문 앞에 “(문을) 발로 차지 마세여.”라고 써 붙인 것이 아닌가 한다.

종결어미로는 ‘~~오’가 있다 문장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어미를 종결어미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서 오십시오.”라고 쓰는 것이 맞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문을 발로 차지 마시오.”라고 하는 것이 어법에 맞는 것임을 말할 나위 없다.

세상이 빠른 것을 강점으로 하는 시대가 되다 보니 별 것을 다 줄여서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것을 젊은이들은 ‘별다줄’이라고 한다. 생일파티를 줄여서 ‘생파’라고 하듯이 ‘듣보잡’은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을 줄여서 쓴 말이다. ‘꾸안꾸’는 ‘꾸민 듯 안 꾸민 듯’의 준말이다. 요즘 가장 유행하는 말이 아닌가 한다. 학생들을 이해하려고 하면 학생들의 용어를 알아야 하지만 학교 앞의 문방구까지 이렇게 학생들의 잘못된 어법을 그대로 따라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우리말은 연결어미와 종결어미가 있어서 외국인에게는 참 어려운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학생들까지 문법에 어긋나게 쓰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그것이 보편화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말은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문화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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