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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과 카네이션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5.09 07:15
  • 수정 2021.05.09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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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외출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꽃가게에 들러 거금 일 만원을 주고 자그마한 흰 카네이션 꽃바구니 하나를 샀습니다. 올해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의 사진 앞에 놓고 나를 낳아 길러주신 은혜를 기억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내일 저녁이면 아들 딸 내외가 손자 손녀들에게 카네이션을 들려 앞세우고 우리 집에 찾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코로나로 외식을 못하니 집에서 조촐하게 가족 만찬을 갖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그 때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입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의 어느 시골 마을에 한 어여쁜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자비스 부인과 오붓하게 지내던 소녀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어머니를 여의게 되었습니다. 몹시 슬퍼하던 소녀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뒤 그 묘소 주변에 평소 어머니가 좋아하던 카네이션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생전에 잘 모시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습니다.

 소녀는 주일예배에 참석할 때면 언제나 가슴에 흰 카네이션을 달곤 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소녀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 어머니 묘소에 심어놓은 카네이션과 똑 같은 꽃을 달고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녀는 생전에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했던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어머니를 잘 모시자’는 운동을 벌여나갔습니다. 이 운동은 점차 이웃으로 퍼졌고, 종국에는 미국 전역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1914년 5월7일. 미국의 제28대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그 소녀가 바랐던 대로 5월 두 번째 일요일을 ‘어머니 날(Mother's Day)’로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그날 모든 국민들에게 각자의 어머니와 모든 어머니께 공개적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도록 요청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머니날에 어머니가 생존한 사람은 빨간 카네이션을, 어머니를 여읜 사람은 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각종 모임에 참석합니다. 어머니들은 이날 침대에서 아침상을 받거나 가족들과  레스토랑에 가서 브런치(아침 겸 점심)나 저녁을 함께하며 축하를 받습니다.

 미국의 어머니날은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일본에서는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하하노히(어머니날)’로 정했고, 중국에서는 서양 풍습대신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로 유명한 맹자가 태어난 음력4월2일을 어머니날로 기념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전통적으로 어머니날이 있었습니다. 12월 동짓날 자녀들은 버선 한 켤레를 정성스럽게 지어 어머님께 드렸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동지헌말(冬至獻襪)’이라고 하며, 그 버선을 신고 이날부터 길어지는 햇살을 밟으며 그처럼 오래 사시길 기원했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5월8일을 어머니날로 정한 것은 1956년부터였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도 생각해서 1974년부터 ‘어버이날’로 변경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시인 노천명은 불쌍한 우리네의 어머님을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의 ‘어머니의 날’이라는 시를 지었습니다.

 // 앞산의 진달래도 뒷산의 녹음도/ 눈 주어 볼 겨를 없이/ 한국의 어머니는 흑인 노예 마냥 일을 하고/ 아무 찬양도 즐거움도 받은 적이 없어라/ 이 땅의 어머니는 불쌍한 어머니//오월의 비췻빛 하늘 아래/ 오늘 우리들의 꽃다발을 받으시라 / 대지와 함께 오래 사시어/ 이 강산에 우리가 피우는 꽃을 보시라//

  우리는 늘 어른들에게서 효도에 대해 가르침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가르침을 다시 자녀들에게 전수해 왔습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이미 꽤 오래전부터 어버이날이면 효도의 실천을 강조해 오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은 시대가 변하면서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기만 합니다.

 

 사실 효도처럼 어려운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자주 예로 들고 있듯이 성경에서는 효도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알려주고 있는 것 같아 그 내용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성경에서는 첫째, 효도란 ‘자식으로서 마땅한 도리’라고 하고, 이 세상에서 ‘부모님의 은공보다 더 깊은 은공은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효도는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가르칩니다. 명령이란 그대로 해도 좋고 안 해도 무방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부모님을 공경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이기 때문에 명령대로 해야 하고, 이에 불복하면 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죄는 얼마나 큰 것일까요.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 세상의 죄 가운데 제일 큰 죄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경은 효도란 ’심은 대로 거두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되는 것임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부모님에게 하는 것을 보고 내 자식들도 내게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내 자녀들에게서 공경을 받기 위해 부모님을 공경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부모님에게 한 대로 자식들도 내게 한다는 것은 심은 대로 거두는 자연의 이치요, 가르친 대로 된다는 필연적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또 제 부모님만 공경하지 말고 남의 부모님도 제 부모님처럼 공경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이렇게 부모님을 공경하는 자에게는 하나님은 복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사실 주변을 둘아 보면 부모님을 공경하는 사람치고 복을 못 받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올해의 어버이날을 맞습니다. 일이 바빠서, 또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한다면 오늘이 지나기 전에 전화 한통이라도 넣어서 안부라도 여쭈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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