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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눈물의 어버이날 이벤트

  • 이향숙 논설위원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5.10 14:26
  • 수정 2021.05.1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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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나는 매일 오후 서울 서초동 반포한강공원으로 산책을 간다. 젊어서부터 걷기 운동을 하다가 요즘은 무릎이 나빠져서 천천히 걷는 산책으로 바꿨다. 처음엔 가까운 공원이 없어서 대로변을 1 시간 걷다가 공기 맑고 조용한 곳을 찾아서 반포한강공원으로 코스를 바꿨다. 지하철 한 정거장을 타고 내려서 반포 3차를 지나 나들목 굴다리(토끼굴)을 나가면 한강이다. 거기서 수상택시 승강장. 반포대교. 세빛섬을 지나 구반포 가까이 가서 벤치에 앉아 30여 분간 강물을 무심히 바라보다 되돌아온다. 집에서부터 왕복 2시간 코스다. 수상택시는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교통이 복잡한 출근 시간에 보트로 빠르게 출근시켜주는 교통수단이다.  

  이곳이 요즘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여러 유튜브에 매일 동영상이 뜨고 있다. 바로 굴다리 앞 아파트에 사는 의대생 손정민군이 친구와 새벽까지 술 마시고 불행하게도 유명을 달리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 매일 많은 산책객들이 조화를 놓고 손 군의 명복을 빌고, 안타까운 마음들을 적은 메모지를 벤치에 다닥다닥 붙여놓았다.

  그곳 수상택시 승강장 앞에서 8일 어버이날에 눈물 젖은 작은 행사가 열렸다. 외아들을 잃고 비통한 손 군의 아버지에게 시민들이 카네이션 꽃다발을 안겨준 이벤트였다. 그 아버지는 전날 인터뷰에서 “아들에게 카네이션을 못 받더라도 한 번 꼭 안아보고 싶다.”고 애끓는 마음을 표했다. 손 군 시신을 발견한 민간구조사 차종욱(54)씨가 그 마음을 안타깝게 여긴 나머지 그 행사를 주선한 것이다.

 나는 그런 이벤트가 열리는 줄 모르고 오후 3시 좀 지나 도착해보니 수십 명이 그 지점에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갔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 그 구조사가 구조견 목줄을 잡고 서서 시신 발견 당시 상황을 설명 중이었다.

  바로 직전 손 군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시민들이 준 10여개의 카네이션 꽃다발을 받고 눈물을 흘리면서 귀가했다. 그 분은 똑똑하고 인성 좋고 공부 잘했던 외아들을 잃은 참담한 마음이었고, 아들 아닌 낯선 시민들의 꽃을 받은 마음은 감사한 한 편으로 통곡하고 싶었을 것 같다.

  자원봉사자인 구조사는 실종 뉴스를 보고 자발적으로 달려와서 술 마셨던 장소에서 불과 20m 지점에서 경찰 대신 시신을 발견하고 구조했다. 그 며칠 후 그는 금속탐지기를 동원하고, 여러 곳에 전화를 걸어서 대충 지점을 짐작한 후 함께 있던 친구의 핸드폰을 찾으려했다.빨간 핸드폰을 찾았지만 경찰이 친구 것이 아니라고 하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수습 당시 손 군의 왼쪽 뺨에 상처가 있었고 오른 팔이 머리 위로 올라가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 뺨의 근육에 금이 갔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동안 구조견은 큰 소리로 짖어대 말을 방해했고 가끔 놀라는 이도 있었지만 그는 그 구조견은 절대 사람을 물지 않는다고 안심시켰고 모두 짜증 없이 경청했다. 그는 말을 마친 후 걸음을 시신 구조 지점으로 옮겨서 간단히 설명한 후 노란 테니스공을 강 한가운데로 멀리 던졌다. 구조견이 잽싸게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헤엄을 치고 그 공을 찾아 입에 물고 나왔다. 관중들은 기적 같은 그 모습에 경악했다. 손 군을 그 구조견이 데리고 나온 상황을 연상시켰다. 관중들은 그 구조사에게도 카네이션 꽃다발을 담은 쇼핑백을 7, 8개 주며 감사하다고 치하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기는 앞으로도 이런 봉사는 계속하겠다고 약속하고, 관중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났다. 그가 가는 길에도 몇 사람은 붙잡고 질문을 했고 친절히 답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떠난 후에도 10여 분간 남아 눈물을 훔쳤다. 그 순간 이 자리에 모인 산책객 남녀노소는 모두 손 군의 부모 형제였다. 그리고 속히 사인이 밝혀지기를, 명복을 빌었다.

  경찰은 아직도 손 군의 죽음이 사고인지 타살인지조차 발표를 안 하고 있어 국민 모두 안타까워하고 있다. 함께 있던 친구는 연락이 끊겼고, cctv 영상과, 물속에서 나온 핸드폰은 모두 증거가 아니라고 경찰이 부정하는 가운데 새 증거가 안 나타나고, 답답한 상황이다.

  네티즌과, 같은 아파트 주민,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인 규명에 동참한다고 다짐하고 있고,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 친구도 상황을 속히 밝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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